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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조영필 Zho YP Mar 18. 2021

심하사의 전출

조영필

심하사의 전출


 


동그란 백동화의 바다 위

손때 묻은 갑판 위

잡균들이 우글거린다


오늘은 심하사가 떠나는 날


구레나룻을 깨끗이 밀고

볼에 홍조가 어리인

그는

뱃놈 중의 뱃놈

서글서글하고 호탕하였다


멀리 가느다란 통통배의 소리가 들려온다


전 승무원의 얼굴이 보인다


정규과업정렬에도

이 핑계 저 핑계로 나오지 않던

꾀쟁이들도 다 보인다


내장이 모두 다 양지 바른 햇볕을 쬔다


그를 실은 배가


백동화 밑으로 굴러 떨어져서도

가는 소리와 연기가 완전히 흩어져서도

병균들은 아직 제 그늘을 찾아들지 못한다


언제까지고 언제까지고

익은 손때를 벗기지 못할 것처럼


 


(1992. 3. 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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