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영필
심하사의 전출
동그란 백동화의 바다 위
손때 묻은 갑판 위
잡균들이 우글거린다
오늘은 심하사가 떠나는 날
구레나룻을 깨끗이 밀고
볼에 홍조가 어리인
그는
뱃놈 중의 뱃놈
서글서글하고 호탕하였다
멀리 가느다란 통통배의 소리가 들려온다
전 승무원의 얼굴이 보인다
정규과업정렬에도
이 핑계 저 핑계로 나오지 않던
꾀쟁이들도 다 보인다
내장이 모두 다 양지 바른 햇볕을 쬔다
그를 실은 배가
통
통
통
백동화 밑으로 굴러 떨어져서도
가는 소리와 연기가 완전히 흩어져서도
병균들은 아직 제 그늘을 찾아들지 못한다
언제까지고 언제까지고
익은 손때를 벗기지 못할 것처럼
(1992. 3. 1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