입사

조영필

by 조영필 Zho YP

입사



사람들이 내게 과거를 묻기 시작한다


때로 모르는 사람들과 어울리며

약간의 실례(失禮)는

빈자리에 슬며시 겉옷처럼 쌓아놓고


술을 마신다

몇 사람은 큰 소리로 좌중을 지배하고

몇 사람은 어쩌다 옆에 앉은 사람과 조그만 잡담을 하며 저항한다


사람들은 과장되게 몸을 흔들며

공격과 방어의

손때 묻은 수사(修詞)를 교환한다


조금씩 허리띠가 늦춰지고

조금씩 욕을 섞는다


사람들은 비슷한 과거를 포크로 찍으며

건배를 제안하지만

나는 나의 길을 흔드는 여인을 그리며

잔을 부딪는다


봄날은 간다

나도야 가-ㄴ다


봄이 오면서 봄은 간다

나는 봄의 행간(行間)에서 가슴 설레는데


사람들은 묻는다

내 없는 과거를




(1994. 3. 2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