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영필
사관후보생학교
1
훈련을 받고 나면 내무반은 낙관파와 비관파로 나뉜다
2
풀빛미소의 아침해가 떠오르고 저녁산은 어깨처럼 느껴지는 곳
탁 트인 공간으로는 바다와 갈매기
썰물이 지면 갯펄에는
쓰이지 않는 배가 검게 엎디어 있고
구보를 하고 머리에서 발끝까지
땀이 맺히고
그 한방울이 코 끝에 맺힐 때
짭잘한 바닷바람은 가슴 깊숙이 스며든다
밤새 빗물과 더불어 뒹굴다가 바다를 향해 돌아세우면
온 가슴은 기쁨에 넘친다
그렇게밖에 감상할 수 없는 짧은 풍경
훈련관이 그리운 사람의 이름을 부르게 할 때마다
흐야! 하고 소리지른다
흐나 후라는 누군가가 있는 것처럼
그러면서 우리의 만남은
갈매기가 살짝 스치고 간 물살자국 같은 것이라고 생각했다
3
고된 훈련을 받을 때면 언뜻언뜻 너의 모습이 스쳐 지나가지만
진실로 내게 아름답고 즐거운 추억은 없다
상긋한 눈빛, 불만 섞인 음성
너는 누구를 위해서 살아가느냐
갈매기는 난다 휘적휘적
바닷물을 차고 고기 하나 낚아 먹고
휘적휘적
파도에 몸을 축이고 끄덕끄덕
조을다가
다시금 힘차게 날아오른다
4
아침해가 뜨기 전 바닷가 산은 바다색을 띤다 해가 뜨기를 준비하는 분홍 구름띠
여기 바다가 장악하는 고장 아직도 산은 바다에 취해 깨지 않으며 하늘은 먼저 서서히 제 색을 찾아간다
부채살처럼 피어오르는 태양
5
부끄럽지 않은 부르짖음을 구보한다
평온한 바다 멀리 군함 한 척 반짝이는 별빛
붙잡았다고 느낀 것들은 어디에 남아 있을까
소중한 것들은 모두 살며시 스치어간다
(198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