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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조영필 Zho YP Apr 25. 2021

수박서리

조영필

수박서리




아버지가 수박을 지키라고 한다

수박이 익지도 않았는데 자꾸 없어지기에

마당에 놀면서도 밭을 곁눈질한다


어떤 놈이 수박을 들고 튄다

형과 나는 쫓아간다

그는 허겁지겁 달아난다

우리도 열심히 달려갔다

그가 시장통으로 들어간다

형과 나는 흩어져서 추적한다

수박을 던지고 달아난다

그래도 멈추지 않고 따라갔다

골목어귀에서 형만한 그놈이

가쁜 숨을 몰아쉬며 우리를 기다린다


수박도 돌려주었는데

왜 계속해서 쫓아오느냐고

되려 엉뚱한 소리를 한다


지금 생각해보면

너 왜 멀쩡한 수박을 따서는 상품가치를 훼손시켰느냐고 따졌을 법하다


응징을 하기에는 부담이 컸다

도둑을 그의 거주지 인근에서 검거하고 재발방지의 경고를 한 것이

그날의 성과이었다




(2021. 4. 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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