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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조영필 Zho YP Apr 25. 2021

개와 산책하는 사람을 보며

조영필

개와 산책하는 사람을 보며




우리집 개가 새끼를 낳았는데

동네 개가 모두 나왔다


급식 분유를 아껴 가져와

삽 위에다 풀면

강아지들이 어미젖처럼 핥아댄다


대청마루에 열두 마리를 풀어놓고

하나하나 이름을 지어주었는데

하얀 똥도 싸고 누런 똥도 싸고


어느날 방과 후에

우리 삼형제몫 세 마리만 남겨놓고

다 사라졌지

친척집으로 분양되어 갔지


각자 한 마리씩 데리고

함께 자랐는데

내 개는 장사개여서 질질 끌려 다니다

형의 갈비개와 맞바꾸었네


밭이 많은 평지에 홀로 외따로

아버지가 직접 지은 기와집

이모가 심어놓은 코스모스 꽃길 따라

꽁당보리밥 노래 부르며

개와 닭과 토끼를 기르던

대구 남부시장 귀퉁이 옛집


그후의 내 수많은 개들과 함께

산책을 한다




(2021. 4. 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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