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조영필 Zho YP Apr 28. 2021

편지

조영필

편지




그믐의 이슬로 보름처럼 오느냐

골 골 어귀 구비쳐 전설은 여물드냐

잔잔한 입김도 살냄새도 묻히고

박제해 둔 샘 찾아 소복 입고 오느냐


붉은 콩 푸른 콩을 움켜쥐고 갔읍지

낯선 거리마다 조금씩 표해두고

어허라 상사디여

버거운 관곽 앙다물고 갔댑지


심장박동 쿵쿵 관뚜껑에 못질하고

파아란 돛폭 부푸는 듯한데

무덤자리가 아직은 아니라 하여

어허라 상사디여 돌아온 것을


미이라의 환생처럼 훨훨

감겨진 흰 천이 풀린다

염(殮)해 놓은 제문(祭文)

삐걱이며 다리를 드는데


기다림의 타임머신을 타고

그리움보다 너무 늦게

똑같은 강물을 두 번 건너지는 못해요 하며

한 짐 지우고 바다로 흘러가느냐




(1993년)

매거진의 이전글 제다(Jeddah)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