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녁 햇빛에 마음을 내어 말리다 - 섬진강에서

장석남

by 조영필 Zho YP

저녁 햇빛에 마음을 내어 말리다

—— 섬진강에서



어미소가 송아지 등을 핥아준다

막 이삭 피는 보리밭을 핥는 바람

아, 저 혓자국 !

나는 그곳의 낮아지는 저녁해에

마음을 내어 말린다


저만치 바람에

들菊(국) 그늘이 시큰대고

무릎이 시큰대고

적산가옥

청춘의 주소 위를 할퀴며

흙탕물의 구름이 지나간다


아, 마음을 핥는 문밖 마음




(「새떼들에게로의 망명」, 문학과지성사)


Note:

소의 혀는 크고 길며 까끌까끌하다. 보리밭을 핥는 느낌이 확 온다. 할퀴고 지나간 자리를 핥아주는 치유의 시간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