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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조영필 Zho YP May 04. 2021

항적(航跡)

조영필

항적




1

독방에 갇힌 죄수가 벽을 두들겨

파-랗게 멍든 물


지구는 둥글다고 잠꼬대하는

가도 바다 가도 바다



2

저 멀리 둥근 접시의 귀퉁이에서

한 점이 기어오르고

김이 나고

뿌우- 하는 뱃고동소리 터지며

날렵한 함선이 튀어나온다


크림색 갑판을 서로 맞대면

함정의 갑각 속에서 고개 내민 수부(水夫)들

부산한 날개짓으로 시름을 잊네



3

억겁의 바다에서 솟아나

실타래 풀며 떠나간 이여


다시는

가도 오도 못할

꿈이여




(1991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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