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영필
항적
1
독방에 갇힌 죄수가 벽을 두들겨
파-랗게 멍든 물
지구는 둥글다고 잠꼬대하는
가도 바다 가도 바다
2
저 멀리 둥근 접시의 귀퉁이에서
한 점이 기어오르고
김이 나고
뿌우- 하는 뱃고동소리 터지며
날렵한 함선이 튀어나온다
크림색 갑판을 서로 맞대면
함정의 갑각 속에서 고개 내민 수부(水夫)들
부산한 날개짓으로 시름을 잊네
3
억겁의 바다에서 솟아나
실타래 풀며 떠나간 이여
다시는
가도 오도 못할
꿈이여
(1991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