뇌를 단련하다 도쿄대 강의 ① 인간의 현재

by 조영필 Zho YP

다치바나 다카시, 뇌를 단련하다 도쿄대 강의 ① 인간의 현재.




오늘부로 [뇌를 단련하다] 를 다 읽음. 1996년 동경대에서의 10회 강의분인데, 화장실에서 주로 읽다보니 시간이 좀 걸렸다. 예전엔 전철에서 독서를 많이 했는데, 아이폰 생긴 이후로 나의 독서는 화장실에서 이루어진다.


앞의 강의에선 책 제목에 걸맞게 뇌과학이라든지 인지과학 이라든지 에서의 신기한 소재들이 많이 소개되어 재미있었다. 그러나 책의 중반부에 접어들면 지극히 일본스러운 일본의 인문 지적 풍토에 대한 얘기로 지겨웠다.


그러나 책의 후반부에 접어들면 이책이 철학자가 강의하는가 싶을 정도로 자연과학을 잘 소개해주며, 나는 좌변기에 부착되어 버린다. 특히 일석 선생(아인슈타인)의 특수상대성이론과 일반상대성이론 그리고 그가 완성하지 못한 통일장이론 에 대해 명료하게 알게 되었다. 그리고 정말로 중요한, 생명의 본질과도 관련된 패러티 비보존의 법칙에 대해서도 알게 되었다.


오늘 읽은 마지막 부분에서는 조지오웰의 [1984년]과 헉슬리 의 [멋진 신세계]를 마지막으로 소개한다. [1984년]을 나는 1984년에 읽었다. 그 해 또한 무척 무더웠던 해로 기억한다. 여름 땡볕에 사놓은 책을 한 11월 즈음에 다 읽었을까. 인간의 기억은 완벽하지 않다.


특히 자신의 과거의 기억은... 비참함은 사라지고 찬란함만 남는다. 그중에서도, 사진은... 좋았던 일만 살아남는다. [1984년]에서는 지식부 가 그 일을 수행했던 것 같다. 모든 과거의 역사는 현재에 따라 적합하게 수정된다. 그것을 업데이트 라고 봐도될까?


헉슬리의 [멋진 신세계]는 드보르작의 교향곡처럼 그 신세계가 미국을 가리키는 줄로 잘못 알고, 흥미를 못 느껴서 읽지 않았다. 미국이 싫단 얘기는 아니고, 당시 내겐 더 흥미로운 것들이 많이 있었기 때문이다.


포드 기원(자동차왕이자 대량생산 포드시스템의 창시자의 생년 1863년을 기점으로하는) 632년의 인류를 그리고 있는 이 책은, 최소한 스타워즈 등의 많은 SF 영화에 영향을 준 것이 분명해 보인다.


이 강의가 이루어진 1996년이라면 아마도 공각기동대가 나왔을 시점인데 일본의 지적 풍토의 미래성에 대해 다시한번 놀리지 않을 수 없다.


이 공각기동대는 매트릭스의 세계관에 영향을 주었다고 세상에서는 얘기하지만 내 소감으로는 매트릭스의 세계관은 무언가 자기완결적인 세계이지만 단지 일반인들은 모르는 식의, 아니 결국 문제를 해결하지 못하는 허풍선이라고 할 수 있는데 반해, 공각기동대는 그런 질문을 던지지 않고도 얼마든지 그보다 더 심오한 얘기를 할 수 있다는 차이가 아닐까. 이러한 차이의 배경에는 신을 긍정하든 부정하든 이를 상정하지 않고서는 세계를 이해할 길 없는 서양인의 인식론적 언어적 문제도 있는 듯하다. 동북아 사람들에게는 신의 존재여부가 그의 세계관에 필수적이지는 않으니까.


하지만 그 유신론적 장애인인 서양인이 이룩한 놀라운 성과에 대해 우리는, 동북아인은 도대체 무어라고 설명할 것인가.


각설하고, 내가 공각기동대를 새삼 거론하는 소이연은 거기에 나오는 전뇌 인간이 우리 트위터들의 미래모습으로 느껴지기 때문이다.


또한 그러한 상상력의 구체화가 1990년대 중반에 이미, 한쪽은 상아탑에서 다른 한 쪽은 애니에서 이뤄졌다는 사실에 대한 경이... 게다가, 그 이전에 이미 헉슬리는 [멋진 신세계]로 클론을 예견하지 않았는가.


베르나르 베르베르가 이러한 천재들의 행진에 밥술을 얹을 수 있을지 나는 모르겠다. 그러나, 개미의 집단지능이라면. 오늘날의 인터넷 세상과 트윝 세상을 이해하는 해설서는 되지 않을까.


나는 또 놀란다. 인류역사와 우주역사의 키인 패러티 비보존의 법칙이 1956년에 세상에 나와서 1959년에 실험적으로 증명되었다는 사실. 태어나기 전에 이미 검증된 사실을 학창생활이 추억보다 먼 자에게 겨우 알려지다니.


지식인사회에서 한번도 논의된 것을 본 적이 없지만, 매우 중요한 이런 사실들이 이미 우리 앞에, 현현되고 있는 현실. 아직도 우리 교육자들은 100년전의 과학과 철학으로 후세를 가르치고 있는 현실.


82쪽/ 동물행동학에서 인프린팅(각인, Inprinting)이라는 개념이 있다.

조류 새끼는 알에서 깨어난 직후에 눈에 비친 생물을 자기 어미로 믿고 그 생물 뒤를 졸졸 따라다니게 된다. 동물생물학자 로렌츠가 키운 잿빛기러기의 새끼는 평생 로렌츠를 어미로 알았다.

이 각인이라는 것은 임계기(臨界期)라고 해서 지극히 엄밀하게 규정된 생후 어느 일정한 시기에 일어난다. 병아리의 경우, 부화 5시간 뒤부터 24시간 사이에 일어나며, 그보다 이르거나 늦으면 일어나지 않는다. 임계기에는 상대가 꼭 생물일 필요는 없으며 병아리는 상자나 공 같은 단순한 물질이라도 어미라고 믿고 따라다닌다는 것이 실험으로 밝혀졌다. 고양이를 대상으로 제1차 시각령의 장해실험에서는 생후 3주부터 15주 정도 사이가 그 임계기이다.

요컨대 이 현상은 유전자로 완전하게 조절되고 있어서 체내 시계로 엄밀하게 정해진 때가 되면 자동적으로 발현되어 버리는 것이라고 생각된다.

마찬가지로 일정 시기에 발현되는 것이 유전자로 정해져 있고, 그 시기를 벗어나면 발현하지 않는 현상은 뇌의 발달 과정에서 그 밖에 여러가지가 있다.


동물농장에 보면 나폴레옹(돼지)이 개들을 이렇게 키워 자신의 친위대로 삼아 정적을 제거하는 도구로 썼다. 생각이 고착되어 비가역적인 사고로 세상을 보는 사람들이 세상을 출렁거린다.


(2010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