크라우드 소싱의 힘

by 조영필 Zho YP

크라우드 소싱의 힘… 글로벌 팀워크, 세상을 바꾸다


다수의 사용자가 모여 하나의 작업·서비스를 공동으로 해결하는 '크라우드 소싱(crowd sourcing)'이 진화하고 있다. 크라우드 소싱은 소수의 인력으로는 감당하기 어려운 방대한 작업을 하는 수단이다. 개미 한 마리가 할 수 있는 일은 미약하지만, 수억 마리가 힘을 합치면 사람 키만한 집을 지을 수 있는 것과 같은 원리다.


'크라우드 소싱'(2013)의 저자인 다렌 브랍함(Daren C. Brabham) 미국 서던캘리포니아대학교(USC) 교수는 "크라우드 소싱은 방대하고 난해한 문제를 온라인으로 배분해 해결하는 최고의 방법으로 부상했다"면서 "복사나 인쇄를 하는 사무편의점이나 물건을 배달하는 물류업체처럼 앞으로는 크라우드 소싱 서비스를 제공하는 사무소를 곳곳에서 볼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인터넷 사이트에 회원으로 가입할 때 삐뚤삐뚤한 글자를 읽고 정확하게 입력하라는 요구를 받아본 적이 있을 것이다. 악성 프로그램을 이용해 자동으로 회원가입을 하는 것을 막기 위한 장치다. 사람의 눈은 비뚤어진 문자를 이해할 수 있지만, 컴퓨터는 휘거나 줄이 추가된 문자를 인식하지 못한다는 점에 착안해 만들었다. 이 기술을 '캡차(CAPTCHA)'라고 부르는데 전 세계 10만 개가 넘는 사이트에서 활용하고 있다.


캡차 아이디어를 낸 사람은 미국 카네기멜런대학교 컴퓨터과학부 부교수 루이스 폰 안(Luis von Ahn)이다. 안 교수는 재미있는 아이디어를 하나 더 보탰다. 비뚤어진 문자들을 한 번이 아니라 두 번씩 따라 쓰도록 한 것이다. 첫 번째 문자들은 컴퓨터 프로그램이 아니라 사람이 직접 가입했는지 확인하기 위한 것이다. 두 번째 단어는 오래된 문서에서 스캔한 문자들이다. 이 문자를 사람이 읽고 자판으로 쳐서 입력하면 고(古)문서를 디지털화하는데 도움이 된다. 수십, 수백만 명이 10초씩 시간을 내면, 방대한 양의 고문서를 짧은 시간에 디지털로 복원할 수 있는 것이다.

안 교수는 이 기술을 '리캡차(ReCAPTCHA)'라고 부르고 같은 이름의 회사도 만들었다. 실제로 구글이 오래된 책을 스캔하고 뉴욕타임스가 옛날 신문을 디지털화하는데 리캡차 기술이 결정적인 역할을 했다. 2009년 구글은 이 회사를 사들였다. 안 교수는 대중의 힘을 잠깐 빌려 문제를 해결한 아이디어 덕분에 '크라우드 소싱의 아버지'로 불린다.


그는 2013년 외국어 학습 사이트 '듀오링고(Duolingo)'도 만들었다. 듀오링고는 이용자에게 돈을 받지 않는다. 앱이나 웹사이트에 광고도 없다. 그런데도 수익을 낸다. 비밀은 이용자들이 학습하는 문장 중에 듀오링고가 번역을 의뢰받은 문장이 있다는 것이다.


대규모 크라우드 소싱이 가능해진 것은 인터넷 덕분이었다. 크라우드 소싱의 고전적 사례로 꼽히는 온라인 백과사전 위키피디아나 전 세계에 흩어진 과학자나 엔지니어들을 동원해 각종 문제 해결법을 알려주는 이노센티브도 인터넷이 없었다면 탄생하기 어려웠을 것이다.


최근에는 스파트폰의 급속한 보급으로 대중 자원을 활용하기가 더욱 쉬워졌다... 지도 서비스에 골머리를 앓았던 구글은 2013년 웨이즈를 약 10억달러에 인수했다.


최근 미국에서 출시된 선샤인(SunShine) 앱은 크라우드 소싱을 이용해 좀 더 정확한 일기예보를 전달해주는 서비스다.


1770년대 유럽 궁정에는 터키인 복장을 한 체스 기계가 인기를 끌었다. '메커니컬 터크(Mechanical Turk·기계 터키인)'라고 불리는 이 기계는 수퍼컴퓨터도 아닌데 체스를 잘 뒀다. 사실은 체스를 잘 두는 난쟁이가 이 기계 속에 숨어 있었다.


아마존의 메커니컬 터크는 일종의 온라인 작업장이다. 의뢰자가 책을 영어로 번역해달라고 주문하면 전 세계 수백 명의 진짜 사람들이 달라붙어 해결하는 방식이다.

아마존 메커니컬 터크에서 온라인으로 일하는 사람을 '터커(Turker)'라고 한다. 시간이 날 때 들어와 일하는 임시 계약직인 이들 터커는 그 수가 전 세계 50만명에 이른다. 이들의 시간당 평균 임금은 2달러이며 아마존은 중개 수수료로 10%를 챙기는 것으로 알려졌다.


실리콘밸리의 떠오르는 벤처기업 캡트리시티(Captricity)는 기업이 의뢰한 종이 문서를 페이지당 0.2달러를 받고 디지털 형태로 바꿔주는 회사다. 캡트리시티는 의뢰받은 문서를 아주 잘게 쪼개 메커니컬 터크에 올린다.

캡트리시티는 컴퓨터와 크라우드 소싱을 이용한 이 방법이 별도 소프트웨어와 장비가 필요한 광학문자판독(OCR)보다 훨씬 정확하고(정확도 99.9%) 또 저렴하다고 밝혔다.


주목해야 할 것은 크라우드 소싱이 인공지능 기술을 만나 '넥스트 빅 싱(next big thing·세상을 바꿀 차세대 기술)'을 만들고 있다는 점이다.


애플은 2013년 미국 특허청으로부터 '사용자 요청을 충족시키는 크라우드 소싱 정보'라는 특허를 받았다. 애플의 '시리(siri)'는 사람이 묻는 말에 대답하는 인공지능 서비스다... 애플은 시리가 사용자의 질문에 대답하지 못했을 때, 전문가나 정보원, 즉 사람이 직접 답변을 하도록 하자는 아이디어를 냈다.(류현정 조선비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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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크라우드 소싱은 크게 4가지로 분류된다. 집단의 지식을 합쳐 문제를 푸는 집단 지성, 집단의 창의력을 활용하는 대중 창작, 대중의 투표를 통해 결정을 내리는 대중 투표, 여러 사람으로부터 소액을 모아 자금을 조달하는 크라우드 펀딩 등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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크라우드 소싱이 성공할 수 있는 요건은 무엇일까?


① 적극적으로 참여할 대중 확보

캐나다 기업가 브루스 리빙스턴은 온라인 사진 공유 사이트 '아이스톡포토'를 열었다... 경쟁사보다 훨씬 낮은 가격에 사진을 이용할 수 있는 덕분에 많은 이용자가 몰렸다. 이미지 제공회사 게티이미지는 5000만달러를 들여 아이스톡포토를 인수했다...


② 인센티브는 필수

미국 워싱턴대는 단백질의 3차원 구조를 퍼즐처럼 맞추는 게임 '폴드잇(FoldIt)'을 활용해 과학자들이 10년간 풀지 못한 난제를 해결했다. 연구진은 일반인 6만명을 게임에 참여시켜 세포에서 에이즈 바이러스가 증식하는데 필수적인 단백질 구조를 단 10일만에 찾아냈다... 게임에 참가한 6만명이 공동 저자로 이름을 올렸다.


③ 전문가 또는 대중의 자체 평가 필요

식품회사 하인즈는 소비자를 대상으로 광고 아이디어를 공모했다. 하지만 소비자가 보낸 대부분 아이디어는 저작권을 침해했거나 수준이 낮았다.


④ 작업은 단순할수록 좋다

요차이 벤클러(Yochai Benkler)하버드대 법대 교수는 "작업을 가능한 한 잘게 쪼갤수록 크라우드 소싱의 성공 확률이 높아진다"면서 "대중들은 바쁘기 때문에 작은 단위로 일을 나눠줘야 한다."고 말했다.(한동희 조선비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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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선비즈, 2015. 4. 4과 4. 15)




감상:

바쁘지 않은 대중들을 활용하는 가치있는 일들은 어떤 것이 있을까? (2015. 4. 15)


6년 전에 이렇게 엄청난 정보를 수집만 하고 활용을 못했구나 하고 새삼 깨닫는다.(2021. 7. 3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