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조하는 뇌

이글먼 & 브란트

by 조영필 Zho YP

데이비드 이글먼 & 앤서니 브란트 (엄성수 역), 창조하는 뇌 (The Runaway Species), 쌤앤파커스.




8쪽: 때는 1970년, 휴스턴 미 항공우주국 관제 센터에... 달을 향해 날아간 아폴로 13호는 지구를 떠난 지 이틀만에 산소 탱크가 폭발해...


15쪽: 환경을 흡수해 새로운 버전을 만드는 뇌의 기본 인지 소프트웨어 덕에 가로등, 국가, 교향곡, 법, 소네트, 의족과 의수, 스마트폰, 천장, 선풍기, 고층 건물, 보트, 연, 노트북, 케첩 병, 자율 주행 자동차 등... 자기 회복 시멘트, 이동 건물, 탄소 섬유 바이올린, 생분해성 자동차, 초소형 우주선 같은 미래의 물건도... 우리의 창의력은 대개 배경, 다시 말해 우리의 직접적인 인식 밖에서 움직인다.

보이지 않는 곳에서 작동하는 알고리즘에는 뭔가 특별한 게 있다.



1부 하늘 아래 새로운 것

1장 창의성은 어디에서부터 시작되는가


31쪽: 유머에서는 늘... 셋이 술집에 들어온다... 첫 번째 남자는 이것저것 막 내놓고 두 번째 남자는 어떤 패턴을 만든다... 세 번째 남자가 뇌의 예측에서 벗어나 그 패턴을 깨부순다.


32쪽~: 익숙함과 낯설음 사이

동물의 왕국에서 동물은 중간 어디쯤을 절충점으로 삼는다. 만일 붉은 바위 밑에는 유충이 있고 푸른 바위 밑에는 유충이 없음을 경험으로 알았다면 그 지식을 이용할 필요가 있다. 그러나 어떤 날은 가뭄이나 화재, 유충을 찾아다니는 다른 동물 때문에 붉은 바위 밑에서 유충을 찾지 못할 수도 있다. 세상 법칙은 영원히 지속되는 경우가 거의 없으므로 동물은 알고 있는 사실을 이용하되, 그 사실과 새로 발견한 사실 사이에서 균형을 유지할 필요가 있다. 어떤 동물은 붉은 바위 밑을 뒤지면서 대부분의 시간을 보내지만 모든 시간을 거기에 쓰지는 않는다. 과거에 몇 차례 시도했다 실패한 적이 있음에도 불구하고 푸른 바위 밑을 뒤지는 데 시간을 좀 쓰는 것이다. 그런 시도는 계속 이어진다. 먹을 것이 어디에서 나올지 전혀 알 수 없으므로 다음에는 누런 바위 밑이나 나무둥치 또는 강에서 먹을 것을 찾을지도 모른다. 이처럼 동물의 왕국 안에서는 힘들게 얻은 지식과 새로운 시도 사이에 균형이 이뤄지고 있다.


수백억 년에 걸친 진화 과정에서 뇌는 융통성과 엄격성 사이의 균형을 맞춘 탐구·이용 절충점을 찾아왔다. 우리는 세상이 예측 가능하길 원하면서도 지나치게 예측이 가능한 것을 원치 않는다.

우리의 창조물은 이전에 나온 것과 대체로 비슷해 보이지만 실은 모두 변화한 것이다. 지나치게 예측 가능하면 사람들은 관심을 거둬들이고 뜻밖의 놀라움이 너무 크면 갈피를 잡지 못한다...

탐구·이용 절충점은 세상에 왜 그토록 기능과 무관하게 이전에 나온 디자인을 모방한 것을 뜻하는 스큐어모프skeuomorph가 많은지 그 이유도 설명해준다... 세상에 처음 나온 아이패드의 전자책 뷰어는 목재 책장 모양이었는데... 소비자는 이미 나온 책과 연관되길 원했다... 애플워치에서 동그랗고 작은 버튼처럼 생긴 입력 장치인 디지털크라운은 아날로그 시계의 용두 역할을 한다. 디자이너 조너선 아이브는 《뉴요커》와의 인터뷰에서 '묘하게 익숙한' 느낌을 주기 위해 버튼을 시계 중앙에서 약간 벗어난 위치에 두었다고 말했다. 만일 중앙에 두었더라면 사용자들은 그 버튼이 아날로그 시계의 용도와 똑같은 기능을 하리라고 기대했을 것이다. 버튼을 아예 없앴을 경우 애플워치는 왠지 시계처럼 보이지 않았을지도 모른다. 이처럼 스큐어모프는 익숙한 것을 모방해 새것의 이질감을 완화해준다.

스마트폰에는 스큐어모프가 잔뜩 들어 있다... 구식 전화기 아이콘... 카메라 아이콘을 누르면 파일이 작동하면서 셔터 소리가 난다... 드래그해 쓰레기통에 넣는다... 태곳적 동물 마스토돈처럼... 플로피 디스크 이미지를 클릭한다... '쇼핑 카트'에 집어넣는다... 가장 현대적인 기술조차 탯줄로 그 역사와 연결되어 있는 것이다.


36쪽~: 동물적 감각과 고도의 창의성

인간에게도 벌과 같은 면이 아주 많다. 먼저 우리는 벌과 똑같은 신경 메커니즘 덕에 걷고 씹고 숙이고 소화하는 것처럼 수많은 본능적 행동을 한다. 심지어 새로운 기술을 배울 때도 그 기술을 신속히 습관화해 능률을 높인다...

... 벌의 뇌에는 뉴런이 100만 개에 불과하지만 인간의 뇌에는 1,000억 개가 있어서 행동 레퍼토리가 비교할 수 없을 만큼 다양하다... 우리가 삶에서 접하는 대부분의 일은 느낌과 행동 사이의 어느 지점에서 발생한다. 그러므로 우리는 반사적인 것에서 창의적인 것으로 옮겨갈 수 있다.

인간의 뇌 피질이 엄청나게 커지면서 수많은 뉴런이 초기의 화학적 신호로부터 벗어났고 그 부위에서 보다 융통성 있는 연결이 가능해졌다. 이처럼 수많은 뉴런이 자유로워지면서 인간은 다른 어떤 종보다 큰 정신적 유연성을 얻었다. 동시에 인간은 '조율한' 행동을 하게 되었다.

신경학적 수다는 버튼식 반사적 반응보다 의회식 토론에 더 가깝다. 모두가 토론에 참여하고 합종연횡이 이뤄지는 까닭이다. 강한 공감대를 형성할 경우 한 아이디어가 의식 위로 떠오르지만 갑작스런 깨달음이라고 여기는 것은 사실 폭넓은 내부 토론의 결과다... 벌은 아마 자신의 여왕벌에게 <천일야화>를 들려주지 못하고 매일 그렇고 그런 똑같은 밤을 보낼 것이다. 벌의 뇌가 매번 똑같은 길을 가기 때문이다...

인간은 습관을 반영한 '자동화한 행동'과 습관을 무시하는 '조율한 행동(자동화한 행동의 반대)' 간의 경쟁 속에서 살아간다. 인간의 뇌는 효율성을 위해 어떤 신경망을 간소화하는 것일까, 아니면 융통성을 위해 어떤 신경망을 조율하는 것일까? 우리는 그 두 가지 능력 모두에 의존한다. 자동화한 행동은 우리에게 전문적인 지식과 기술을 준다. 이로써 조각가와 건축가, 과학자는 숙련된 기술로 새로운 결과물을 만들어낸다. 문제는 자동화한 행동으로는 혁신할 수 없다는 데 있다. 새로운 것은 조율한 행동으로 만들어진다. 조율한 행동이 창의력의 신경학적 토대다. 창의력이란 소설가 아서 쾨슬러의 말처럼 "독창성으로 습관을 깨버리는 것"이거나 발명가 찰스 케터링이 말했듯 "지도에 나온 대로 남들이 모두 이용하는 25번 국도를 타지 않고 더 빠른 35번 국도로 빠져나가는 것"이다.


39쪽~: 미래 자극하기

자극과 행동 사이에 끼어 있는 엄청난 수의 뇌세포는... 우리는 바로 앞에 있는 것을 뛰어 넘을 여러 가지 가능성을 생각해낸다... 끈질기게 '만일 ~라면 어떨까?'하고 이런저런 가능성을 시뮬레이션하게 만든다.


아인슈타인은 '만일 ~라면 어떨까?' 하는 가능성을 기반으로 우주 속에 파고들어가 전혀 새로운 시간 관련 사실을 알아냈다... 조너선 스위프트는 '만일 ~라면 어떨까?' 하는 가능성을 상상하며 거인의 섬과 소인국을 여행했다... 독일 나치가 2차 세계대전에서 승리를 거둔 가상세계를 다룬 과학소설가 필립 K. 딕, 줄리어스 시저의 마음 속에 들어간 셰익스피어, 모든 대륙이 붙어 있던 시대로 돌아간 지구물리학자 알프레트 베게너, 종의 기원을 목격한 다윈은 모두 '만일 ~라면 어떨까' 하는 가능성 덕분에 그런 일을 해낼 수 있었다.

... 비즈니스계의 큰손 리처드 브랜슨은 민간인이 지구 대기권 너머까지 비행하게 해줄 우주선 기업을 비롯해 100개가 넘는 기업을 창업했다. 무엇이 그에게 그토록 놀라운 기업가적 재능을 주는 것일까? 바로 실현 가능한 미래를 상상하는 능력이다. 또다른 요소도 창의력 향상에서 큰 역할을 한다. 당신의 뇌를 벗어난 곳에 살고 있는 그것은 다름 아닌 다른 사람들의 뇌다.


42쪽~: 사회적 관계에서 탄생하는 창의성

... 작가 조이스 캐롤 오츠는 1972년에 쓴 수필 <고립된 예술가를 향한 오해Thy Myth of the Isolated Artist>에서 이런 말을 했다.

"예술가가 일반 사회와 고립된 인물이라는 건 잘못된 믿음이다..."


소셜네트워크는 예술가뿐 아니라 창의적인 발명을 하는 모든 분야에 적용된다. 미국 사회생물학자 에드워드 O. 윌슨은 이런 글을 썼다.

"외딴 연구실에서 홀로 연구하는 위대한 과학자는 세상에 존재하지 않는다."


... 창의력을 갖춘 인공지능을 만들려면 모두가 서로를 놀라게 하려 애쓰고 서로에게 감동을 안겨주고자 하는 탐구형 컴퓨터들의 '사회'를 구축해야 한다. 컴퓨터에는 그런 사회적인 면이 완전히 결여되어 있고 인공지능 컴퓨터를 만드는 게 그토록 힘든 이유가 여기에 있다.


44쪽~: 창의성이 닿지 않는 곳은 없다

척색동물 멍게는 기이한 행동을 한다. 어려서는 헤엄쳐 다니다가 결국 따개비처럼 붙어 있을 장소를 찾고 나면 영양분 섭취를 위해 자신의 뇌를 흡입한다. 왜 그럴까? 영구적인 집을 발견한 까닭에 더 이상 뇌가 필요없어서다. 멍게의 뇌는 정착할 장소를 찾고 그곳에 정착할 결심을 하는 데 필요할 뿐이며 그 임무가 끝나면 뇌의 영양소를 다른 장기로 보낸다. 한마디로 멍게의 뇌는 무언가를 찾고 결정하는 데 쓰인다! 어떤 장소에 정착하는 즉시 뇌는 더 이상 필요치 않다.



2장 창조와 혁신의 뿌리


47쪽~: 과학 연구자 필 벅스턴은... 기술 DNA 계보를 그렸다. 1984년 등장한 카시오 AT-550-7 손목시계... 터치스크린 기능으로 시계 화면에서 손가락으로 튕기듯 바로 숫자를 조작할 수 있었다.

10년 후... IBM은 휴대 전화에 터치 스크린을 추가했다. 그 휴대 전화 사이먼은 세계 최초의 스마트폰으로 기본적인 앱이 깔리고 스타일러스 펜도 달려 있었다. 팩스와 이메일을 주고받는 기능, 세계 시간 기록계, 노트패드, 달력, 단어 자동 완성 프로그램도 장착했다.그런데 왜 사이먼은 그냥 사라졌을까? 아쉽게도 배터리가 1시간 밖에 지속되지 않았고 당시 휴대 전화 요금이 너무 비쌌으며 이용할 만한 앱 생태계가 구축되어 있지 않았다...

카시오가 나오고 4년 뒤 스타일러스로 3D 조종이 가능한 개인용 디지털 보조장치 데이터 로버 840이 나왔다.

... 1999년 등장한 팜 Vx는 요즘 전자 제품에서 흔히 볼 수 있는 얇은 두께를 구현했다.

... '지저스 폰'은 처녀가 잉태해서 태어난 게 전혀 아니었다.


스티브 잡스의 연설 이후 몇년 뒤 작가 스티브 시콘은 해묵은 《버펄로 뉴스》1991년판 신문을 구입했다. 그간 세상이 어떻게 변했는지 알고 싶었기 때문이다. 그 신문 1면에서 미국 소매업체 라디오셱Radio Shack의 광고를 발견했다.

스티브 시콘은 그 광고에 실린 모든 전자 제품을 합친 게 자기 주머니 속에 있는 아이폰이라는 사실을 깨달았다. 20년 전만 해도 소비자가 그 제품들을 모두 사려면 3,054달러 82센트를 써야 했으나 이제 그 비용의 일부만으로 제품을 모두 합치고도 무게가 140g에 불과한 기기를 살 수 있는 것이다...


50쪽~: 1970년대 음반 업계의 커다란 이슈는 해적 음반이었다. 음반 소매상은 음반이 팔리지 않으면 음반 회사에 반품해 환불을 요청했다. 많은 사람들이 이 제도를 악용해 팔리지 않은 음반 대신 해적 음반을 반품하며 환불을 요청했다... 올리비아 뉴튼 존의 앨범 〈피지컬Physical〉은 200만 장을 제작했는데, 각종 앨범 차트 정상에 올랐음에도 불구하고 300만 장이 반품으로 돌아왔다.


만연한 해적음반 제작을 근절하기 위해 영국 발명가 케인 크레이머는... 전화선을 이용해 음악을 디지털 형태로 전송한 뒤 매장 내에 설치한 기계로 각 앨범을 맞춤 제작하는 법을 고안한 것이다. 그런데 문득 크고 무거운 기계가 꼭 필요할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아날로그식 음반을 제작하는 대신 음악을 디지털 형태로 유지하고 휴대용 기계를 만들어 음악을 재생하는 방식은 어떨까? 결국 그는 휴대 가능한 디지털 음악 재생기 IXI의 설계도를 만들었다. 그 음악 재생기에는 디스플레이 화면과 트랙을 재생해주는 버튼이 있었다.


음악 재생기를 설계한 케인 크레이머는 재고나 저장창고 걱정 없이 디지털 음악을 판매하고 공유하는 전혀 새로운 방식을 예견했다. 폴 매카트니도 그의 첫 투자자 중 하나였으나 당시 이 음악 재생기의 이용 가능한 하드웨어 메모리는 노래 한 곡을 저장할 용량에 불과했다.


케인 크레이머의 유망한 아이디어에 빠져든 애플의 엔지니어들은 스크롤 휠, 더 세련된 자재, 보다 발전한 메모리와 소프트웨어를 통합했다. 그리고 크레이머의 아이디어가 나온 지 22년 후인 2001년 마침내 아이팟을 선보였다.


케인 크레이머의 아이디어도 갑자기 하늘에서 뚝 떨어진 것은 아니었다. 그는 소니의 휴대용 카세트 플레이어 워크맨의 발자국을 따라갔다. 워크맨은 1963년에 나온 카세트테이프의 영향을 받았고 다시 카세트테이프는 1924년에 나온 릴테이프 덕에 생겨났다. 이런 식으로 모든 발명은 계속 역사를 거슬러 올라간다. 즉 모든 것은 이전에 있던 혁신 생태계에서 생겨난다.


54쪽: 아이폰과 마찬가지로 포드의 조립 라인 아이디어에도 긴 계보가 있다. 19세기 초 미국 기계 발명가 엘리 휘트니는 호환 가능한 부품으로 이뤄진 무기(소총)를 제작해 미군에 공급했다. 이로써 소총이 고장 났을 때 다른 무기에서 빼낸 부품을 이용해 수리하는 것이 가능해졌다...

또한 18세기 담배 공장은 작업을 단계별로 이어서 진행하는 일괄 작업 방식으로 작업 속도를 높였다... 조립 라인 그 자체는 포드가 시카고의 도축 사업장에서 배운 것이기도 했다...


59쪽: 피카소는 자기 주변의 원재료를 캐낸 덕분에 자신의 문화를 전인미답의 길로 이끌어갈 수 있었다... 그의 동료들도 그가 접한 자원을 접했지만 누구도 그 영향을 한데 모아 <아비뇽의 처녀들> 같은 걸작을 만들어내지는 못했다.


60쪽~: ... 《뉴요커》표지를 비롯해 많은 것을 디자인 한 그래픽 아티스트이자 일러스트레이터인 로니 수 존슨을 생각해보자. 2007년 그녀는 세균 감염으로 거의 죽다 살아나면서 기억력에 문제가 생겼다. 겨우 목숨은 건졌지만 기억은 단 15분이라는 구간에 갇혀버렸다. 그녀는 자신의 결혼과 이혼은 물론 심지어 같은 날 앞서 만난 사람들도 기억하지 못했다. 그렇게 기억의 샘이 말라버리자 창의력의 샘도 말라버렸다. 그녀는 그림 소재를 생각해낼 수 없어 그림을 그리는 일을 그만두었다. 머릿속에 아무런 내적 모델도 떠오르지 않았고 이제껏 봐온 것을 어떻게 뒤섞어 쓸지도 생각나지 않았다. 종이를 앞에 두고 앉아도 백지상태에서 한 발도 나아가지 못했다. 미래를 만들어내려면 과거가 필요했지만 그녀는 이용할 게 없었고 그래서 그릴 것도 없었다. 창의력을 발휘하려면 기억이 필요하다.


... 새로운 아이디어는 번개가 내리쳐 불타오르는 게 아니라 뇌 속의 거대한 어둠에서 번쩍이는 수십억 개의 미세한 불길에서 생겨난다.


62쪽~: 창조하는 뇌의 세 가지 전략: 휘기, 쪼개기, 섞기

... 농업혁명에서 산업혁명까지는 무려 1만 1,000년이 걸렸지만 산업혁명에서 전구발명까지는 120년밖에 걸리지 않았다. 그로부터 인간이 달에 착륙하기까지는 고작 90년이 걸렸다. 거기에서 월드와이드웹까지는 22년이 걸렸고 다시 9년 후에는 인간 게놈을 완전히 해독했다.


세상을 재창조할 때 애플과 NASA의 엔지니어, 포드, 콜리지, 피카소는 모두 과거의 전례에서 시작했다... 이제 우리는 인간의 인지활동 틀을 크게 휘기Bending, 쪼개기Breaking, 섞기Blending라는 세 가지 기본 전략으로 나눠 생각하려 한다*...


*모든 창의력은 인지학으로 통합된다는 개념은 아서 쾨슬러가 처음 제시했고 후에 인지 과학자 마크 터너와 질 포코니에가 연구를 이어갔다. 2002년 출간한 그들의 유명한 책 <우리가 생각하는 법The Way We Think>에서 터너와 포코니에는 인간의 창의력은 인간이 지닌 이른바 '개념 통합' 또는 '이중 범위 섞기' 능력에 그 뿌리를 두고 있다고 말했다. 우리가 말하는 '섞기'는 여기에서 나왔다. 같은 맥락에서 더글라스 호프스태터는 인간이 지닌 비유능력은 사고 능력의 초석이라고 주장한다.


67쪽~: 은밀한 창의성과 드러난 창의성

유튜브를 예로 들어보자. 이 사이트는 온라인상에서 비디오를 공유하는 방식에 일대 혁명을 일으켰다. 그러나 선두주자 자리를 지키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니다. 유튜브는 계속해서 사람들의 관심을 끌려면 중단 없는 비디오를 스트리밍해야 한다는 사실을 일찌감치 깨달았다. 비디오가 중단될 경우 사용자는 금세 다른 데로 가버리고 만다.


고화질 비디오가 출현하면서 문제는 더 심각해졌다. 고화질 비디오는 용량이 커서 제대로 스트리밍하려면 많은 대역폭이 필요하다...

... 유튜브 비디오는 대개 고화질, 표준화질, 저화질의 세 가지 해상도로 저장한다. 여기에서 착안한 엔지니어들은 서로 다른 해상도 파일을 마치 목걸이 구슬처럼 아주 짧은 클립Clip(필름 중 일부만 따로 떼어내 보여주는 부분)으로 쪼개주는 소프트웨어를 고안해냈다... 언뜻 중단없이 이어지는 비디오로 보이지만 실은 수천 개의 작은 클립이 서로 연결된 비디오다. 당신은 진주 사이에 섞인 자갈을 알아채지 못하듯 스트리밍 안에 고화질 클립만 충분하면 보다 저화질 클립을 알아채지 못한다. 당신은 그저 스트리밍 서비스가 더 좋아졌다고 느낄 뿐이다.


유튜브 스트리밍은 은밀한 창의성의 한 가지 예다. 애초에 사람들의 관심을 끌지 않도록 고안한 그것은 무표정한 포커페이스의 창의성인 셈이다. 기업과 업계에서는 창의성을 보이지 않게 숨기는 경우가 많다. 중요한 것은 어떤 도구가 제 역할을 제대로 하는 것이기 때문이다. 비디오는 스트리밍을 잘하고 앱은 교통 경로를 잘 업데이트하며 스마트워치는 당신이 계단을 얼마나 많이 오르는지 잘 모니터링하면 그만이다. 이처럼 혁신은 스스로를 감추는 경우가 많다.


우리를 둘러싼 건물을 생각해보자. 대개 통풍관과 파이프, 전선, 지지대 등 건물이 제 기능을 하도록 만들어주는 기술은 전부 벽 뒤에 숨어 있다. 예외적으로 파리에 있는 퐁피두 센터는 건축물 안쪽이 그대로 드러나게 지어졌다. 기능적·구조적 요소를 전부 밖으로 드러내 사람들이 볼 수 있게 건축한 것이다.


예술과 과학은 어떻게 우리가 새로운 아이디어 탄생을 더 잘 이해하게 해주는 걸까? 자유시는 DNA 염기서열이나 디지털 음악과 어떤 관련이 있는 걸까? 스핑크스는 자기 회복 시멘트와 어떤 관련이 있을까? 힙합은 구글 번역과 관련해 우리에게 어떤 걸 보여주고 있는 걸까?...



3장 휘기: 가능성의 문을 여는 변형


72쪽~: 1890년대초 프랑스 화가 클로드 모네는 루앙 대성당 맞은편에 방을 하나 얻었다. 그리고 2년간 그는 그 성당의 정문을 30장 이상 그렸다. 그는 시각 스타일을 그대로 유지한 채 똑같은 각도에서 성당 앞면을 그리고 또 그렸다. 한데 똑같은 장면을 그렸음에도 불구하고 그 그림들 가운데 똑같은 그림은 하나도 없었다... 한 가지 원형을 계속 새로운 방법으로 그리면서 모네는 첫 번째 창작도구인 휘기를 활용했다.

모네와 마찬가지로 일본 화가 가츠시카 호쿠사이는 일본의 후지산을 비주얼 아이콘으로 삼아 총 36점의 목판화를 만들었다...


2004년 의사 빌리 콘과 버드 프레이저가 새로운 해결책을 들고 나왔다...

2010년 미국 부통령 딕 체니는 계속 순환하는 인공 심장을 장착했다. 그는 지금까지 살아있지만 그때 이후로 맥박이 뛰지 않늗. 맥박은 순전히 심장 펌프 작용의 부산물일 뿐 꼭 있어야 하는 기능은 아닌 셈이다...


78쪽~: 미국인 발명가 에드윈 랜드는 밝은 불빛을 막아주는 자동차 앞 유리를 만들 결심을 했다. 그는 가시성을 높이기 위해 편광 현상에 주목했는데 이것은 새로운 개념이 아니었다.

나폴레옹 재임기에 한 프랑스 엔지니어가 방해석 크리스털을 통해서 보면 궁전 창문에 반사된 햇빛이 덜 눈부시다는 사실을 알아냈다. 발명가들은 여러 세대에 걸쳐 커다란 크리스털을 실생활에 적용하려 애썼으나 그게 쉽지 않았다. 15cm 두께의 자동차 앞유리를 상상해보라. 앞이 제대로 보이지도 않을 것이다.

... 어느날 크리스털을 수축해보자는 생각을 떠올린 그는 아하! 하고 무릎을 쳤다. 훗날 그는 자신의 '직교적 사고법Orthogonal Thinking'이 알베르토 자코메티나 아나스타샤 엘리아스, 비크 무니즈가 초소형 작품을 제작할 때 떠올린 것과 같다고 했다. 그는 크리스털을 손에 쥘 수 있는 물질에서 눈에 보이지 않는 물질로 바꿔 속에 수천 개의 작은 크리스털이 들어 있는 유리를 만드는 데 성공했다. 그 크리스털이 현미경으로 봐야 보일 만큼 작아 유리는 투명하면서도 눈부심 현상이 덜했다. 결국 운전자는 도로를 더 잘 내다보게 되었으나 그걸 뒷받침해준 창의성은 눈에 띄지 않았다.


88쪽~: 많은 사람들이 간혹 종말 환상에 빠진다. 여기서 종말 환상이란 사람이 할 수 있는 일은 이미 다했다고 확신하는 것을 말한다. 하지만 휘기의 역사에 따르면 그렇지 않다. 언제든 더 쥐어짤 여지가 있으며 인류문화는 여전히 진행 중이다.


칼과 마찬가지로 우산과 파라솔도 고대부터 존재했다. 초기 이집트인은 종려나무 잎사귀나 새의 깃털로, 로마인은 동물 가죽과 껍질로, 아즈텍인은 새의 날개와 금으로 우산과 파라솔을 만들었다. 고대 중국인의 우산처럼 로마인의 우산도 접을 수 있었고, 인도와 태국 왕실에서 사용한 우산은 너무 무거워 시종들이 하루종일 들고 있어야 했다.

1969년 미국인 브래드포드 필립스는 지금과 같이 접는 우산 디자인의 특허를 냈다. 필립스 모델은 내구성이 상당히 우수했으나 그게 우산의 끝은 아니다. 늘 우산 특허 신청이 밀려드는 미국 특허국에는 우산 특허만 전담하는 정규직 조사원이 4명이나 된다. 예를 들어 센즈Sens 우산은 비대칭 형태라 바람 저항성이 좋고, 언브렐라UnBrella 우산은 일반 우산과 반대로 위로 펴져 우산살이 바깥쪽에 있으며, 누브렐라Nubrella 우산은 배낭처럼 등에 매는 것이라 두 손을 자유롭게 쓸 수 있다.



4장 쪼개기: 창조의 재료를 만드는 해체


97쪽~: ... 최초의 이동 전화 시스템은 TV나 라디오 방송과 같이 작동했다. 주어진 지역에 있는 하나의 송전탑에서 사방으로 전파를 쏜 것이다... 수십 명만 동시에 통화가 가능했기 때문이다...

벨 연구소 엔지니어들은 ... 단일 통신 가능 지역을 조그만 셀Cell로 쪼갠 뒤 각 셀에 따로 송신탑을 세우는 혁신 전략을 짜냈다. 현대의 셀폰Cellphone, 즉 휴대 전화는 그렇게 탄생했다.


100쪽: 1950년대 영국 생화학자 프레더릭 생어는 ... 인슐린 분자를 보다 다루기 쉬운 조각으로 쪼갠 뒤... 오늘날 그의 기술은 단백질 구조를 밝히는 데도 그대로 쓰이고 있다.

... DNA 분해 방법을 고안했고...


101쪽: 초창기 시절 영화의 모든 장면은 실시간으로, 다시 말해 실제 삶을 그대로 보여주었다. 각 장면의 행동을 롱 테이크Long take(한 카메라로 끊임없이 연속해서 촬영하는 기법)로 보여준 것이다.

... 에드윈 포터 감독... 각 장면의 처음과 끝을 생략함으로써 영화 장면을 보다 촘촘하게 연결하기 시작했다... 점점 더 과감하게 사건 묘사를 축약했다. 가령 〈시민 케인〉의 경우 아침 식사 장면에서 단 몇 컷 만에 몇 년의 시간이 흘러간다... 몽타주 기법도...


102쪽: 1963년 미 육군과 해군 간의 미식축구 경기를 생방송으로 중계할 때였다... 스포츠 중계에서 다시 보여주기는 처음 있는 일이었고 경기를 중계하던 아나운서는 추가 설명을 했다.

"이건 생방송이 아닙니다! 신사숙녀 여러분, 육군이 다시 득점한 게 아닙니다!"


103쪽: 컴퓨터 공학자 존 맥카시가 시간을 공유하는 아이디어를 들고 나왔다.

진공관이 트랜지스터로 바뀌면서 맥카시의 아이디어는 더 힘을 받았고... 다행히 기술적인 문제는 곧 해결됐고 몇 년 지나지 않아 컴퓨터 사용자는 각자의 컴퓨터 단말기 앞에 앉아 컴퓨터 본체와 실시간 '대화'를 했다.


104쪽: 지금도 이메일에서 '참조'라는 뜻으로 쓰이는 CC(Carbon Copy의 줄임말)는 그 뿌리가 아날로그 시대까지 거슬러 올라간다. 19세기와 20세기 초 ... 이어 맨 위 종이에 글씨를 쓰거나 타이핑해서 건성 잉크와 안료가 아래쪽 종이로 스며들게 하는 방식이 나왔다. 하지만 카본지는 너무 지저분해서 그것으로 작업하면 모든 것이 더러워졌다.

1950년대 발명가 바렛 그린과 로웰 슐라이허가... '미세 캡슐화 기법'이다...

... 약물을 지속적으로 방출하는 약이나 액정 디스크플레이LCD 등에 쓰였다.


107쪽: ... 건축가 데이비드 피셔가 주도해 건축 예정인 '다이내믹 아키텍처Dynamic Architecture'는 일반적으로 고정된 단단한 건물 구조를 쪼갠 뒤 회전식 레스토랑처럼 모터를 사용해 건물의 모든 층이 각기 따로 움직이게 만들었다. 그 결과 외관이 변화하는 건물이 탄생했다.


110쪽~: 기계로 밭을 가는 것은 실현 불가능한 일처럼 여겨졌다. 그러던 중 아일랜드 출신의 영국 발명가 해리 퍼거슨이 아이디어를 내놓았다. 기존 트랙터에서 불필요한 것을 최대한 덜어낸 뒤 엔진 바로 위에 좌석을 갖다 붙인 것이다. 그의 '검은 트랙터Black Trackor'는 가볍고 훨씬 더 효율적이었다. 이렇게 전체에서 일부만 남기고 나머지는 다 제거하는 방식으로 현대적인 트랙터의 씨앗이 뿌려졌다.


... 1982년 한 독일 교수가 전화선으로 음악을 주문하는 맞춤형 음악 공유 시스템의 특허를 내려 했다. 그렇지만 오디오 파일용량이 너무 커 독일 특허청 측은 실현 불가능해보이는 그 아이디어를 받아들이지 않았다. 그 교수는 젊은 대학원생 칼하인츠 브란덴부르크에게 파일 압축 방법을 찾아달라고 부탁했다. 초기의 압축기술은 말을 압축할 수 있었으나 두루 적용하도록 만든 솔루션이라 모든 파일을 똑같이 취급했다. 브란덴부르크는 음원에 유연하게 반응하는 모델을 개발했고 이로써 인간의 청각특성에 적합한 압축 기술을 만들 수 있었다. 그는 우리 뇌가 음을 선별적으로 듣는다는 것을 알고 있었다. 예를 들어 큰 소리는 더 작은 소리를 가리고, 낮은 주파수의 음은 높은 주파수의 음을 가린다. 이 지식을 토대로 그는 들리지 않는 주파수를 음질 손상 없이 제거하거나 줄였다... 결국 사람 귀로 듣는데 필요한 것만 제공하는 방식으로 오디오 파일 용량을 무려 90%나 줄였다.


... 몇 년 지나지 않아 디지털 음악이 탄생했고 아이팟에 최대한 많은 음악을 구겨넣을 절대적인 필요성이 생겼다. 브란덴부르크와 그의 동료들은 음 데이터를 쪼개 불필요한 주파수를 제거함으로써 인터넷 상의 거의 모든 음악을 지원하는 MP3 압축 기술을 개발했다. 이후 몇 년 만에 'MP3'는 'Sex'를 제치고 인터넷 상에서 사람들이 가장 많이 검색하는 단어가 되었다.


우리가 유지해야 할 정보는 예상보다 적다. 카네기멜론 대하교 마뉴엘라 벨로소 박사 팀이 건물 통로를 돌아다니며 심부름을 하는 로봇 코봇Cobot을 개발할 때도 그랬다... 단지 같은 벽면의 세 지점만 분석하면 된다는 걸 깨달았다.

... 코봇도 자신의 센서가 기록하는 모든 것을 '볼' 필요는 없다는 점을 활용했다.



5장 섞기: 아이디어의 무한 결합


115쪽~: ... 고대 그리스에서는 사람과 소를 합쳐 미노타우로스를 만들었고 이집트에서는 인간과 사자를 합쳐 스핑크스를 만들었다. 아프리카에서는 여자와 물고기를 합쳐 마미 와타(Mami Wata), 즉 인어를 만등었다. 대체 두 종 이상의 상이한 유전자 세포를 섞어 이런 키메라Chimera를 만들어낸 마법은 무엇일까? 이는 익숙한 개념의 새로운 결합이다.

인간의 뇌는 동물과 동물을 섞기도 한다. 그리스의 페가수스는 날개 달린 말이고 동남아시아의 가자심하gajasimha는 사자 몸에 코끼리 머리가 달린 동물이다. 영국의 문장에 나오는 알로카메루스Allocamelus는 낙타 몸에 당나귀 머리가 달린 동물이다. 신화 속 존재와 마찬가지로 오늘날의 슈퍼히어로 중에도 키메라 부류가 많다. 대표적인 예가 배트맨, 스파이더맨, 앤트맨, 울버린 등이다.


... 유전학자 랜디 루이스는 거미줄에 엄청난 상업적 잠재력이 있다는 걸 알았다... 루이스는 거미줄을 만드는 거미의 DNA를 염소와 접목하는 혁신적인 아이디어를 생각해냈다. 그 결과가 바로 거미염소 프레클스Freckles다. 프레클스는 생긴 건 염소지만 젖에서 거미줄을 분비한다. 루이스 연구팀은 지금 연구실 안에서 프레클스에게 짜낸 젖으로 거미줄을 뽑아내고 있다.


... 유전공학은 거미염소를 비롯해 인간의 인슐린을 만들어내는 세균, 해파리의 유전자를 내포해 빛을 내는 물고기와 돼지 그리고 세계 최초의 유전자 이식 개로 말미잘 유전자 때문에 자외선을 쐬면 적색으로 빛나는 러피 더 퍼피Ruppy the Puppy 등을 만들어냈다.


119쪽: 화학자들은... 특정 종의 세균을 그 세균이 좋아하는 먹이와 함께 콘크리트에 추가했다. 그 세균은 코크리트가 온전할 때는 활동하지 않다가 콘크리트에 금이 가면 활동을 시작한다. 그들은 자신을 기다리고 있던 먹이를 먹으며 번성해 방해석을 배설하는 데 그 방해석이 콘크리트에 생긴 금을 메워준다. 이처럼 독특한 미생물과 건축 자재의 결합으로 콘크리트는 스스로를 치유한다.*


*... 바실루스 파스테우리 균은 비활동기에는 화산 중심부 같은 극한 상황에서도 수십 년간 살아남으며 일단 활동을 시작하면 콘크리트의 주요 성분 중 하나인 방해석을 분비한다.


124쪽: 하이 다이내믹 레인지HDR 방식으로 사진을 찍으면 모든 것이 적절한 대비를 이루고 있는 것처럼 보인다.

그 이유는 다음과 같다. 디지털카메라의 경우 같은 장면을 아주 빠른 속도로 찍되 조리개를 모두 다르게 설정해 각기 다른 양의 빛을 받아들인다. 그 결과 사진들 가운데 일부는 노출이 부족하고 일부는 과하며 일부는 그 중간쯤이 된다. 이때 소프트웨어를 이용해 여러 사진을 결합해서 최적의 국소 대비를 이끌어낸다. 최종 사진은 서로 다른 사진을 섞어 합친 것으로 흔히 실물보다 더 실물 같아 보인다고 한다. 이는 보이지 않는 곳에서 서로 다른 노출을 잘 섞은 결과다.


... 당신이 구글번역기에 어떤 단락을 타이핑할 경우 컴퓨터는 당신을 이해하려 하지 않는다... 번역 소프트웨어는 사전을 필요로 하지 않는다. 번역을 일종의 통계로 활용할 뿐이다. 즉 컴퓨터는 당신의 글에 관심이 없으며 그 글을 다른 사람들이 쓴 글의 짜깁기로 본다. 르네상스 시대 다성음악에서는 텍스트 섞기를 직접 들을 수 있으나 구글 번역기에서는 그런 테스트 섞기가 보이지 않는 곳에서 일어난다.


127쪽: ... 지금으로부터 1만여 년 전 메소포타미아인은 구리를 캐내기 시작했다. 몇천 년 후 그들의 자손은 주석을 캐냈는데 두 금속 모두 단단한 것은 아니다. 하지만 두 금속을 한데 섞을 경우 연철보다 단단한 청동 합금이 된다. 기원전 2,500년경 의도적으로 섞은 최초의 물건이 탄생했고 이 시기에 나온 청동기는 천연 구리 광석보다 주석 밀도가 더 높았다. 그처럼 구리와 주석을 섞어 동전, 조각, 자기, 무기나 갑옷을 널리 제작하면서 청동기 시대가 열렸다. 청동은 자기 혈통을 숨기고 있는 혼합물로 부드러운 두 금속이 합쳐져 내구성 강하고 금빛 광택이 나는 합금이 생겨나리라고 짐작하기는 쉽지 않다.


청동합금과 마찬가지로 합성물, 약제로 쓰는 팅크처Tinctures, 물약, 묘약 등은 모두 여러 가지 자원을 섞어 만든 물질이다. 1920년 향수 디자이너 어네스트 보는 장미, 재스민, 베르가모트, 레몬, 바닐라, 백단 등 수십 가지 자연 진액에 처음 알데히드라는 합성 향을 섞었다. 그는 서로 다른 향을 섞어 만든 향수가 담긴 병에 번호를 붙여 늘어놓은 뒤 사장 코코에게 가장 마음에 드는 것을 골라보라고 했다. 그녀는 일일이 모든 향수 냄새를 맏아본 뒤 다섯 번째 병을 골랐다. 세상에서 가장 유명한 향수 '샤넬 넘버 5'는 그렇게 탄생했다.


129쪽: ... 미세 유체 검사는 의학적 진단의 초석이다. 이는 혈액 샘플을 특수 제작한 접시 위의 조그만 홈에 나눠 넣은 뒤 각 채널에서 서로 다른 병원균 검사를 하는 것이다. 유감스럽게도 이 검사 장비는 제조비용과 시간이 만만치 않게 들어 개발도상국이 이용하기 어렵다. 부담이 더 적은 대안을 찾던 생물의학공학자 미셸 카인 연구팀은 슈링키 딩크스Shrinky Dinks라는 놀랄 만한 해결책을 찾아냈다. 이 장난감은 예열하면 아이들이 그림을 그려도 좋을 정도의 크기로 늘어나는 플라스틱 시트로 구성되어있다. 이 시트에 다시 열을 가할 경우 원래 크기로 줄어들어 아이들의 작품이 귀여운 미니어쳐로 변한다. 카인 연구팀은 레이저 제트 프린터와 토스터로 슈링키 딩크스 안에 홈을 파는 방법을 찾아냈고, 열을 가해 플라스틱 시트를 축소해서 쓸 만한 미세 유체 검사 접시를 만들었다. 시트당 얼마 안되는 비용으로 장난감을 혈액 검사장비로 바꿔버린 셈이다.


일반 상대성 이론을 연구할 때 알베르트 아인슈타인은 하나의 사고실험을 했다... 무중력 상태의 우주공간에서 위로 치솟는 승강기 안에 있다면... 공이 중력 때문에 떨어지는 것인지 아니면 가속도로 인해 떨어지는 것처럼 보이는 것인지 구분할 수 없다... 그의 등가 원리Equivalence Principle는 중력을 일종의 가속도로 취급할 수도 있음을 보여주었다...



6장 창조를 향한 실패의 역사


132쪽~: ... 새로움만으로는 충분치 않으며 자신이 속한 사회의 공감도 필요하다.

작가 조이스 캐롤 오츠는 소설 쓰기를 일종의 "말로 행하고 동료들의 판단에 따라야 하는 즐거운 실험"이라고 했다. 동료들이 그 실험을 어떻게 생각하느냐는 그들이 속한 문화에 따라 달라진다. 또한 한 사회 안에서 평가받는 창의적인 행동은 그 이전에 어떤 창의적인 행동이 있었는지에 영향을 받는다...

... 17세기 프랑스 극작가들은 아리스토텔레스가 꼽은 '연극의 3일치(시간, 장소, 행동)' 원칙을 아주 중요시했다. 이는 연극은 하루에 한 장소에서 일어나는 일과 한 가지 주요 주제를 다뤄야 한다는 것을 의미한다.

그러나 셰익스피어 같은 동시대 영국극작가들은 이 원칙을 알고 있으면서도 무시했다. 가령 햄릿은 1막에서 덴마크를 떠나 영국으로 가며 2막에서 몇 주 후 덴마크로 돌아온다. 그 무렵 일본의 전통 가면극 '노能'는 공간과 시간을 사실적으로 묘사하지 않아 서로 다른 시대에 사는 두 인물이 나란히 서 있기도 했다...


연극이나 영화와 마찬가지로 과학 발전 역시 시대적 분위기에 커다란 영향을 받는다. 오늘날 필수불가결하게 여겨지는 여러 과학적 방법과 요소, 즉 실험과 그 결과 발표, 실험방법 설명, 실험 재연, 동료들의 검토 등은 영국 내전의 여파로 17세기 말에 생겨났다. 그 이전까지만 해도 자연과학은 실험보다 개인적 계시와 이론적 고찰로 뒷받침했다. 예지력 내지 통찰력이 과학적인 자료에 우선했던 것이다... 화학자 로버트 보일은 실험으로 명확한 근거를 찾아내는 것이 과학 위원회 등의 합의를 이끌어내는 보다 확실한 방법이라고 믿었다...

... 영국에서는 1688년 혁명으로 왕의 절대권력이 무너지고 의회권력이 부상했다. 이것 역시 보일의 실험론이 번성한 이유였다. 이전에는 왕이 전권을 쥔 상황에서 특정 과학자가 자신의 방법론을 일방적으로 공포해 과도한 영향력을 발휘했으나 보일의 실험론이 공동 연구를 강조하면서 과학 민주화가 가능해졌다...


... 그러니까 익숙한 것과 새로운 것 사이에서 적절한 지점을 찾는 것이다.

큰 모험이 따르는 마지막 악장을 쓰면서 베토벤은 새로운 것에 모든 것을 건 상태였다...

익숙한 것에 걸맞은 작품을 만들지 아니면 새로운 지평을 열 작품을 만들지를 놓고 겪는 딜레마는 수없이 되풀이된다...

스마트폰 블랙베리를 생각해보자...

이스트먼 코닥 역시 비슷한 전철을 밟았다...

2000년만 해도 수백 만 명의 미국인이 집에서 영화를 보고 싶을 경우 동네 '블록버스터' 매장을 찾았다...


145쪽~: 1865년부터... 세계 공통어를 만들기 위한 시도는 수백 차례나 있었다...

하지만 에스페란토Esperanto 창시자 루드비크 라자루스 자메호프 만큼 국제 공통어의 이상에 바짝 다가간 이는 없었다... 1908년에는 네덜란드와 프로이센의 작은 영토인 중립 모레스네Neutral Moresnet가 처음 자유 에스페란토 국가 아미케조Amikejo('우정의 장소'라는 뜻)로 개명하면서 에스페란토어 확산 운동에 불을 댕겼다... 2차 세계대전 이후... 50만 명이... UN에 청원했다. 1948년 에스페란토어 지지자들은...

이 선언이 나온 때가 에스페란토어 전성기였다...


147쪽~: 달력제도를 생각해보자. 1582년 그레고리 교황이 그레고리력을 도입한 이래... 1923년 그레고리력을 폐기하자는 목소리가 커지자 국제연맹은 전세계적인 새로운 달력 공모를 후원했다. 최종 선정작은 모세 코츠워스가 디자인한 영구적인 13개월짜리 달력이었다... 모든 달이 28일이고 새로운 해는 늘 일요일에 시작된다. 태양을 기려 'Sol'이라 이름 붙인 13번째 달은 6월과 7월 사이에 들어간다. 이스트먼 코닥의 설립자 조지 이스트먼은 코츠워스 달력의 열렬한 지지자로 60년 넘게 이 달력을 자사의 공식 시간표로 삼았다. 하지만 미국은 자국 독립기념일인 7월 4일이 'Sol 17일'에 해당한다는 데 불만을 품고 국제 연맹의 계획에 반기를 들었다. 결국... 1937년 폐기됐다...

그로부터 몇십 년 후 엘리자베스 아켈리스가... 12개월짜리 세계력을 제안했다... 그 하루를 1년의 마지막에 두고 특별한 요일이 없는 '세계의 날'로 정하면 매년 1월 1일은 변함없이 일요일에 시작된다... 이때 종교 단체들이 마지막 하루 때문에 일주일마다 돌아오는 예배 주기가 어그러진다며 반발하고 나섰다. 결국 국제연합은 세계력을 비준하지 못했다.

... 공상 과학 소설가 아이작 아시모프는 세계 계절 달력을 제안했다... 아이브 브롬버그의 대칭 454 달력은 28일 또는 35일로 이뤄진 달이 있었고, 5년 내지 6년마다 12월에 윤년이 아닌 윤주를 추가했다.


149쪽: ... 베터 플레이스 사가 배터리 교체라는 새로운 해결책을 들고 나왔다... 이스라엘 전역에 1,800개의 충전소를 세우고...

... 일반 대중의 타성을 깨는 건 힘든 일이었다... 베터 플레이스는 충전소 운영에 필요한 만큼의 전기자동차 매출을 이끌어내지 못했고, 결국... 6년 만에 파산 신청을 했다.


151쪽~: 보편적 기준에 창의성을 가둘 수 없다

문화적 맥락 속에서 뜻하지 않은 변화가 발생해도 시간과 장소보다 우선하는 보편적인 아름다움이라는 게 존재할 수 있을까? 우리의 창의적인 선택에 영향을 미치는 변치 않는 인간 본성의 특징 같은 게 있을까?

우리는 보편적 아름다움의 예을 다른 데서 찾아야 한다. 1973년 심리학자 게르다 스메트는 뇌파 전위 기록 실험EEG을 했다. 두피에 전기 자극을 주고 서로 다른 패턴에 노출될 때 나타나는 뇌의 움직임을 기록한 것이다. 그녀는 뇌가 약 20% 수준의 복잡성을 보이는 패턴에 가장 큰 반응을 보인다는 사실을 알아냈다.

신생아는 그 어떤 패턴보다도 약 20%의 복잡성을 보이는 패턴을 더 오래 쳐다본다. 사회생물학자 에드워드 O. 윌슨은 인류의 예술에 보편적 아름다움을 부여하는 것이 이러한 생물학적 현상 때문인지도 모른다며...


인지과학자 샌드라 트레헙과 주디 플랜틴가는 영아들을 상대로... 놀랍게도 아기들은 어떤 음악이든 먼저 들은 음악에 더 오래 귀를 기울였다... 이들은 사람이 날 때부터 화음이 잘 맞는 음을 더 좋아하는 건 아니라는 결론을 내렸다...



2부 상상을 현실로 만드는 뇌

7장 스트라디바리우스는 완벽한 악기인가


163쪽~: 영화 <레고 무비>를 보고 있노라면... 레고 블록으로 이뤄진 세상에 빠져든다. 주인공 레고 인형 에밋은 신비하고 강력한 물질인 크래글로 세상을 얼리려는 사악한 로드 비즈니스에 맞서 싸운다. 로드 비즈니스를 막는 방법은 단 하나, 크래글을 무력화하는 전설적 블록인 '저항의 조각'을 찾는 것이다... 레고 우주가 실은 핀이라는 어린 소년의 상상 속에 존재한다... 로드 비즈니스는 '위층 남자'로 알려진 핀의 아버지다... 아들이 간섭하는 것에 화가 난 핀의 아버지는 강력 접착제 크레이지 글루로 모든 레고 블록을 영구적으로 붙일 계획을 세운다. 알고 보니 저항의 조각은 크레이지 글루의 뚜껑이다... 관객은 거의 본능적으로 레고 도시의 발전을 멈추려는 계획보다 그 도시를 계속 건설하고 재건하려는 핀을 지지한다.


인간의 뇌는 쉼 없이 움직이고 우리는 단순히 결함을 개선하는 데 그치지 않고 완전해 보이는 것까지도 바꾸려 한다... 소설가 윌리엄 서머싯 몸의 말마따나 "전통은 안내인이지 간수가 아니다."


... 폴란드 유대인... 브루노 슐츠... 그의 작품 중... <악어들의 거리The Street of Crocodiles>가 있다

... 미국작가 조너선 샤프란 포어가... '따내기' 기법으로... 산문 조각품 같은 작품을 만들어냈다...


... 프랑스 화가 에두아르 마네는 좋은 것을 쪼개 1863년 작품 <풀밭 위의 점심 식사>를 그렸다. 이것은 라이몬디의 15세기 판화 <파리스의 심판>을 토대로 만든 작품이다. 마네는 아래쪽 우픅에 있는 신화 속 세 인물을 파리의 한 공원에서 느긋이 앉아 쉬고 있는 부르주아 출신의 두 신사와 한 매춘부로 바꾸었다.

후에 피카소는 마네의 이 작품을 쪼개 자신의 버전으로 다시 그렸는데...

... 미국 화가 로버트 콜스콧은 피카소의 대표작 <아비뇽의 처녀들>을 쪼개 자신의작품 <앨라배마의 여인들>로 다시 그렸다.


가끔 인간 사회는 각종 관습을 있는 그대로 고착화하려 한다.... 프랑스 미술원은 점차 모든 것을 고착화하려 했다.

프랑스 미술원이 2년마다 개최하는 전시회는 최신 작품을 소개하는 전국 최대규모였다... 1863년에는 심사위원들의 작품 취향이 극도로 편협해져 잘 알려진 작가의 작품을 비롯해 수천 점을 선정에서 제외했다. 이때 마네의 <풀밭 위의 점심 식사>도 노골적인 성적 표현과 일반적이지 않은 화풍 때문에 심사위원들의 반감을 사 탈락했다.

... 탈락한 그림이 너무 많아 분노한 화가들이 들고 일어난 것이다... 나폴레옹 3세가... 주 전시장 근처에 탈락 작품 전시회를 따로 열어 사람들이 스스로 판단하게 하라고 명령했다.

그때 400명이 넘는 화가가 전시회 참여 의사를 밝혔다... 주 전시회장과 비교하면 그 분위기는 벼룩시장이나 다름없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탈락 작품 전시회는 서양 미술 역사상 하나의 전환점이 됐다.


169쪽: ... 1911년 독일 지구 물리학자 알프레트 베게너는 대서양 양쪽에서 똑같은 동물과 식물을 발견한 일을 기록한 논문을 보았다. 그 무렵 과학자들은 이 현상을 설명하기 위해 지금은 가라앉았지만 한때 대서양 양안을 이어주던 다리 같은 땅이 있었다고 가정했다. 베게너는 아프리카와 남아메리카 대륙의 해안선이 그림 조각 맞추기처럼 꼭 들어맞는다는 사실에 주목했다. 뜻밖에도 그는 남아프리카와 브라질의 암석층이 일맥상통한다는 사실까지 알게 되었다. 그는 일곱 대륙을 끼워 맞춰 하나의 거대한 대륙으로 만든 뒤 그 대륙에 '판게아Pangaea'란 이름을 붙였다...

불행히도 베게너의 낙관적인 예상은 빗나갔다. 그의 연구 결과는 경멸과 무시를 당했고 동료들은 그의 가설이 이단적이고 터무니없다고 여겼다. 고생물학자 헤르만 폰 예링은 베게너의 가설이 "비누거품처럼 곧 사라질 것"이라고 했다. 지질학자 막스 젬퍼는 대륙 이동설은 증거 자체가 부적절한 방법으로 수집한 것이라서 완전히 실패라고 했다...

동시대인을 설득하기 위해 베게너는 여러 차례 위험한 북방탐험 길에 올라 대륙의 움직임을 측정하려 했다. 하지만 그는 마지막 탐험에서 돌아오지 못했다. 기지로 돌아오는 길에 살을 에는 추위 속에서 길을 잃어 1930년 11월 심장마비로 세상을 떠난 것이다...


175쪽~: 사회 생물학자 에드워드 O. 윌슨은 ... 이타심 연구에 수십 년을 쏟았다... 다윈의 답은 혈연 선택이었다...

... 가까운 친족으로 이뤄진 일부 곤충 군락은 이타적인 행동을 하지 않는 반면 다양한 유전자로 구성된 다른 곤충 군락은 훨씬 더 이타적인 행동을 한다는 것이었다... 생존을 위해 팀워크가 필요한 상황에서 유전적으로 협력을 선호하는 성향이 강해진다! 이와 달리 팀워크가 필요 없는 상황에서는 다른 친족을 희생해서라도 자신을 위해 행동하려 한다.


인류는 늘 '좋은 것'을 파괴함으로써 스스로 거듭난다. 다이얼식 전화기는 버튼식 전화기로 바뀌었고 벽돌처럼 생긴 셀폰은 플립폰으로 변신했다가 다시 스마트폰으로 바뀌었다. TV는 더 커지면서도 얇아졌고 무선 TV와 구부러진 TV, 3D TV도 생겨났다. 각종 혁신이 문화의 혈류 속으로 들어오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새로운 것을 향한 우리의 갈증은 채워지지 않고 있다.


179쪽: ... 어떤 바이올리니스트가 합성 물질로 만든 바이올린으로 무대에 올라 베토벤 바이올린 협주곡을 연주하는 걸 들어보면 스트라디바리우스 같이 '완벽한' 뭔가를 무너뜨리는 게 그저 무모한 일로만 보이지는 않을 것이다.


우리는 과거의 거인 때문에 위협받기 쉽지만 그 거인은 현재의 도약판이기도 하다. 뇌는 불완전한 것은 물론 사랑받는 것도 리모델링한다...



8장 47가지 결말을 가진 소설


180쪽~: 1921년 미 하원 조세무역 위원회는 흑인만 다니던 앨라배마주 터스키기 대학교에서 온 과학자 조지 워싱턴 카버를 따뜻하게 맞아주었다..

당시 여러 세대에 걸친 목화 경작으로 토양 소모 문제가 발생하자 그 해결책을 찾던 카버는 땅콩과 그 사촌작물인 감자가 이상적인 회전 작물이라는 것을 알아냈다. 동시에 카버는 남부 농부들이 판로가 없어 땅콩을 재배하지 않으리라는 사실도 알았다.

... 모두 합해 100가지가 넘는 땅콩 활용법을 내놓은 것이다. 그는 땅콩 활용법의 절반밖에 얘기하지 못했다며 47분에 걸친 증언을 마쳤다..

... 많은 옵션을 만드는 것은 창의적인 과정의 초석이다. 피카소는 들라크루아의 <알제의 여인들Woman of Algiers>을 15점 그렸고, 마네의 <풀밭 위의 점심 식사>를 27점, 벨라스케스의 <시녀들>을 58점이나 그렸다.

마찬가지로 베토벤은...

카버와 피카소, 베토벤은 다양한 옵션을 만드는 과정을 세상에 모두 공개했다. 가끔 그런 옵션은 사람들이 모르는 상태에서 만들어진다. 어니스트 헤밍웨이의 소설 <무기여 잘 있거라>... 실은 무려 47가지의 서로 다른 결말을 담은 초안을 썼었다...


연어가 각 계절에 낳은 수천 개의 알 가운데 많은 것이 부화하기도 전에 죽고 또 많은 것이 어려서 죽는다. 얼마 되지 않는 알만 살아남아 온전히 연어의 꼴을 갖춘다. 우리 뇌도 많은 옵션을 낳는데 그중 상당수는 부화해 의식이 되지 못한다. 많은 옵션 중 일부만 부화해 의식이 되고 더 많은 옵션은 그냥 스러진다.

라이트 형제가... 모양도 다르고 굽은 정도도 다른 날개를 38개나 만들었다. 6년간의 연구 끝에 디젤 엔진을 발명한 미국 엔지니어 찰스 케터링은 이렇게 말했다.

"엔진이 우리가 원하는 것과 똑같다는 사실이 밝혀질 때까지 시도하고 또 시도했다."


청바지 제조업체 리바이스의 유레카 혁신 연구소에서는...

자동차 제조업체 아우디가 디자이너 막스 쿨리치에게 개인용 이동장치를 디자인해달라고 요청했을 때...

... 아키텍쳐 연구소Architectural Research Office는 뉴욕 플리 시어터Flea Theater를 디자인하면서 서로 다른 건축 정면 디자인 초안을 무려 70가지나 만들었다.

... 제약회사 입장에서... 부지런한 화학자는 1년에 50~100가지의 새로운 화학물질을 합성하지만 가끔은 그것이 너무 늦게 이뤄진다.


... 발명가 토머스 에디슨은 1878년 1월 축음기를 선보였다... 대중의 관심이 멀어지는 것을 막기 위해 에디슨은 장차 사용 가능한 축음기의 용도를 정리해 리스트를 만들었다.


1. 편지 쓰기와 속기사 없이 모든 종류의 받아쓰기.

2. 맹인에게 이야기를 들려주는 축음기 책 역할.

3. 웅변술 가르치기.

4. 음악 복제.

5. 가정사 기록: 가족의 얘기와 회상, 죽어가는 사람의 유언을 당사자의 음성으로 기록.

6. 뮤직 박스와 장난감.

7. 집에 가거나 식사해야 할 시간을 분명한 말로 알려주는 시계.

8. 발음 방법을 정확히 복제해 언어 보존.

9. 교육적인 목적: 교사의 설명을 잘 저장해 언제든 필요할 때 학생이 그 설명 참고, 철자를 비롯한 학습을 위해 축음기로 기억력 높이기.

10. 금방 사라질 순간적인 대화만 하는 게 아니라 전화기와 연결해 영구적으로 보존할 소중한 기록을 주고받는 보조 장치로 활용.


아이디어가 끝까지 생존하려면 많은 옵션이 필요하다는 것을 알고 있던 에디슨은 이렇게 말했다.

"모든 가능성이 다 사라져버린 것 같을 때 이걸 잊지 마라. 절대로 가능성이 다 사라진 게 아니다."


끊임없이 생명의 가지를 뻗어가는 자연도 수많은 옵션에 막대하게 투자한다. 왜 그럴까? 한 가지 해결책에 과잉 투자하는 것은 멸종으로 가는 가장 확실한 길이기 때문이다. 인류도 정신적으로 다양한 것을 추구하는 힘을 발휘한다... 어떤 문제가 생겼을 경우 폭넓은 대안에 투자해야 해결 가능성이 더 높으니 이는 당연하다.


191쪽~: 18세기 영국에서 한 함대가 길을 잃고 좌초해 2,000여 명이 목숨을 잃는 사고가 발생했다... 경도를 정확히 알려면 배의 속도를 알아야 하고 그러자면 정확한 시간측정이 필수였다. 한데 항해 중에는 배가 요동치는 탓에 시계추가 달린 그 시절 시계로는 정확한 시간측정이 불가능했다...

사고로 계속 배를 잃자 영국 의회는... 상금 2만 파운드(오늘날의 100만 달러에 해당)를 주겠다고 발표한 것이다...

... 현상금을 내건 지 15년이 지날 때까지도 경도 심사국은 자금을 지원해볼 만한 제안을 단 한 건도 찾지 못했다...

... 현상금을 내건 지 20년도 더 지난 어느 날 요크셔주의 한 작은 마을 출신으로 시계 제조를 독학한 존 해리슨이 항해에 적합한 시계 디자인을 제출했다...

... 마침내 해리슨은 커다란 돌파구를 마련했다. 자신의 모든 디자인에 한 가지 치명적인 결함이 있음을 깨달은 것이다... 그는 바다에서 쓸 시계를 디자인하려면 시계추를 완전히 없애는 방법밖에 없다는 결론을 내렸다.


1761년 해리슨은 경도 심사국에 자신의 H-4 시워치Sea Watch를 제출했다. 이것은 직경이 15cm도 되지 않는 세계 최초의 포켓 시계였다. H-4 시워치로 선장들은 정확한 시간을 알아냈고 드디어 바다 탐험의 황금기로 향하는 문이 활짝 열렸다.*


*불행히도 해리슨은 마땅히 받아야 할 것을 받지 못했다... 라쿰 켄달은 2년 6개월 만에 모조품을 만들어냈다... 경도심사국은 태평양 항해에 나서는 캡틴 쿡에게 해리슨의 H-4 대신 켄달의 K-1을 주었다... 해리슨은 의회에 자신의 억울한 사정을 밝혔다. 결국 경도심사국은 그에게 상금을 주었지만 상을 주지는 않았다.


... 1714년 한 시골 마을 출신의 시계 제조공이 항해 분야에서 가장 풀기 힘든 문제를 해결하리라고는 누구도 예상하지 못했다. 영국의회가 알았던 것은 자신들이 넓은 그물을 던졌다는 것뿐이었다. 창의적인 해결책이 필요했을 때 그들이 내놓은 답은 많은 옵션을 만드는 것이었다.


... 2004년 설립한 X 프라이즈X Prize에서 처음 내건 목표는 재사용 가능한 준 궤도 우주선을 만드는 일이었다...

... 현재 이같은 크라우드소싱 전략은 갈수록 인기를 끌고 있다. 넷플릭스는 맞춤형 영화 추천 알고리즘을 개선하는 과정에서 ... 100만 달러 상금을 걸고 전 세계적인 아이디어 경진대회를 여는 게 더 효율적임을 깨달았다...

... 태양전지판 제조업체 솔린드라도...

현실을 보자면 솔린드라는 여러 가지 창의적인 개념을 창안했다...


196쪽: ... 솔린드라 실패 이후 에너지부 장관 어니스트 모니즈는 ... 인터뷰에서...

"우리는 위험한 길을 피하지 않도록 조심해야 합니다..."


거의 자동화한 행동에 의존하면 실수할 확률이 낮다... 그렇지만 옵션을 많이 만들려면 실수를 그와 다른 마음 자세로 대해야 한다. 즉 실수를 피하지 않고 받아들여야 한다. 자동화한 행동에서는 실수가 실패지만 창조적인 사고에서 실수는 꼭 필요한 일이다.


현재 지구에는 1조 이상의 종이 살고 있으나 자연에서의 성공을 한 가지 원칙으로 요약하면 '자연은 많은 옵션을 만들어낸다'는 것이다.



9장 때로는 익숙하게 때로는 낯설게


198쪽~: 에디슨은... 인류가 진화해 바다 밑에서 살아가는 유토피아 세상을 상상했다. 그 세상에서 인류는 진주 자개로 둘러싼 건물 안에 살면서 태양 엔진으로 태양 에너지를 이용하고 복사열로 수중 사진을 찍으며 물에 젖지 않는 국제적인 합성 종이 돈을 쓴다...


1930년대초 미국 산업 디자이너 노먼 벨 게디스는... 1952년 발표한 논문 <1963년의 오늘>에서... 하늘을 나는 자동차, 1회용 옷, 3차원 TV, 태양 에너지 등이 흔했다...

레오나르도 다빈치도...


꿀벌 정찰대는 간혹 벌들이 절대로 가지 않는 먼 들판까지 정찰을 나간다. 그와 유사하게 많은 비현실적인 아이디어가 햇빛도 못 보고 사라진다...



10장 안개 속으로 한 걸음 더


207쪽~: ... 전기가 보급되면서 미국 발명가 프랭크 J. 스프래그가 돌파구를 찾았다... 승강기는 꼭대기 층을 지나 계속 올라갔다...

뇌는 안전한 것을 놀라운 것으로, 익숙한 것을 알 수 없는 것으로 대체할 때 창의성이 극대화된다. 하지만 그러한 정신적 도약에는 '그만큼 더 위험해진다'는 대가가 떠오른다. 아무도 가보지 않은 길을 갈 때는 그 결과를 확신할 수 없다.

... 스프래그의 전차 디자인 중 모터를 열차 바닥에 장착하고 전선을 머리 위에서 끌어오는 것처럼 중요한 아이디어는 오늘날에도 그대로 쓰이고 있다.

다행히 스프래그의 직원 중 1명이... 마스터 스위치를 꺼 승강기를 멈춰 세웠다...


212쪽: ... 1879년의 어느 날 에디슨은 순수 탄소에 안료를 칠하고 꼬아서 가는 실처럼 만든 뒤 그걸 꾸부려 말굽 모양으로 만들었다... 결국 그는 필라멘트에 가장 적합한 소재로 일본 대나무를 선택했다...


... 미국 물리학자이자 발명가인 윌리엄 쇼클리는...

먼지봉투 없는 진공청소기를 처음 만든 제임스 다이슨 역시...


미켈란젤로의 프레스코화와 마찬가지로 리게티의 작품도 살아남았고 이후 몇 년 만에 전설적인 곡으로 부상했다.

하지만 모든 작품이 살아남아 인정을 받는 것은 아니다...


모든 아이디어가 안전하게 착륙하는 건 아니다. 미켈란젤로와 리게티, 세라, 에디슨, 포드, 코카콜라는 무언가 새로운 것을 시도할 때 성공이 보장되지 않는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그러나 그들은 절대 위험한 도박을 피하지 않았고 많은 성공도 누렸다.


222쪽~: 장담하건대 이런 종류의 노력과 시도는 동물의 왕국에서는 절대 일어날 수 없는 일이다. 상어와 왜가리와 아르마딜로는 그토록 오랜 세월 동안 그렇게 위험한 일에 자신을 바치지 않는다. 와일스가 보여준 진취적인 행동은 인간에게만 나타난다. 이는 수십 년간 만족감을 유예할 수 있어야 가능한 일로 상상 속의 추상적 보상이 그 추진력이다.


... 레오나르도 다빈치는 어떤 문제가 생겼을 때 가장 먼저 떠오른 해결책은 믿지 않으려 했다... 그는 항상 저항이 가장 적은 편한 길은 피하려 했고 자신의 풍요로운 신경망 안에 숨은 다른 길을 찾으려 했다.


창의적인 사고방식을 연습하다 보면 자신이 아끼는 것을 부수는 일이 얼마나 중요한지 깨닫는다. 혁신가는 무언가를 반복하는 일에 많은 시간을 쓰지 않는다. 이것은 수많은 예술가와 발명가의 인생이 이런저런 시기로 나뉘는 이유이기도 하다... 에디슨은 발명가의 삶을 축음기와 전구 발명으로 시작해 합성고무 발명으로 끝냈다...



3부 창의성의 탄생

11장 창의적인 기업은 무엇이, 왜 다른가


229쪽~: 2009년 캘리포니아주 버뱅크시에서 인부들이 다리 하나를 철거했다... 1959년 도시 계획가 케네스 노우드가 묻은 타임캡슐을 회수한 것이다. 그는 미래의 버뱅크 시민은 지하 원자력 발전소에서 만든 전기를 공급받아 플라스틱 아파트에서 살 거라고 예견했다... 교통체증을 줄이기 위해 화물은 한때 우편물 배달에 쓰인 기송관(공기 압력으로 서류 등을 운반하는 장치)과 유사한 지하 벨트 장치로 배송할 거라고도 했다...


... 1893년 열린 시카고 세계 박람회는... 풍차, 증기선, 전신, 전기 조명, 전화 같은 최첨단 제품을 보러 온 것이었다... 자동차와 라디오는 전시되지 않았다... 마찬가지로 컴퓨터 본체가 방 전체를 차지할 정도로 컸던 1964년 뉴욕 세계 박람회에 참여한 모델하우스 건설업체 중 몇십 년 지나지 않아 PC가 현대인의 필수품이 되리라고 예측한 기업은 단 한 곳도 없었다.


이런 기업은 대부분 곧 잊히기 때문에 우리는 혁신이라는 이름의 평원 여기저기에 얼마나 많은 시체가 널브러져 있는지 제대로 알지 못한다. 빈에서 활동한 수백 명의 작곡가 중 베토벤은 한 사람뿐이듯 새로 개발한 수많은 자동차 가운데 쉐보레 역시 하나뿐이다.


... 라이트 형제는 '날개 휘기' 기법을 고안했다... 1868년 영국과학자 매튜 피어스 와트 볼턴이 에일러론Aileron 개념을 특허출원했는데, 라이트 형제가 비행에 성공한 직후(1903년) 프랑스 비행사 로베르 에스노 펠테리가 볼턴의 그 발명품으로 글라이더를 만들었기 때문이다.... 라이트 형제의 '멋진' 아이디어는 창안하기가 바쁘게 폐기된 것이다.


혁신을 이끌고자 하는 기업은 다음의 세 가지 문제와 맞붙어 싸워야 한다. 미래는 예견하기 어렵고 대부분의 아이디어는 사장되며 위대한 개념조차 오래 살아남지 못할 수 있다...


미래 가능성을 선점하기 위한 기업들의 도전

1940년대 그레이하운드버스는 버스 여행을 보다 고급스럽게 만들고 싶어했다... 1954년 드디어 최초의 시니크루저 모델이 그레이하운드 정류장에 모습을 드러냈다.


... 산업디자이너 알베르토 알레시의 말처럼 "가능성 영역은 고객이 좋아하며 구입할 제품을 개발하는 영역이고, 불가능성 영역은 사람들이 아직 제대로 이해하거나 받아들일 준비를 하지 못한 새로운 프로젝트로 대변되는 영역"이다. 창의적인 기업은 가능성의 경계에서 움직이려고 한다.


... 메르세데스 벤츠의 바이옴 카를 생각해보자...

... 미래 패션을 선도하는 창작 의상 발표회 오트쿠튀르에서도 일어난다.

지금은 물론 앞으로도 이렇게 전위적인 의상을 입을 사람을 아무도 없을 것이다. 그렇지만 벌집에서 멀리까지 날아가는 행동은 가능성을 보는 눈을 업그레이드해준다. 미국 화가 필립 거스턴은 이런 말을 했다.

"인간의 의식은 움직이지만 그건 도약이 아니라 1인치 점프한 것뿐이다. 아주 미약한 그 1인치 점프가 모든 것이다. 당신이 그 정도라도 움직이고 있는지 알려면 밖으로 나갔다가 다시 돌아와야 한다."


상업적 성공이라는 꿀이 어디에 있는지 미리 알 수 없어 창의적인 기업은 자주 벌집에서 서로 다른 거리로 나가본다... 로우스Lowe's... 대형소매점... 공상과학작가로 팀을 구성해 미래의 가정 생활을 예상하려 애쓴다... 가상현실에서 직접 자기 집을 개조해보는 가상현실 앱 홀로룸은 그 팀이 만든 것이다... 매장 직원들은 이 홀로룸을 '결혼 수호자Marriage Saver'라고 부른다.


... 마이크로소프트는 컴퓨터 서버를 방수 처리한 잠수 탱크에 넣어 바다 깊숙한 곳에 저장하는 실험을 하고 있다... 미래에는 잠수 서버가 대세가 될지도 모른다...

... 아기용품 전문점 피셔 프라이스는 자사의 요람과 유모차, 장난감을 끊임없이 업그레이드하면서 기술 발전이 차세대 육아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 활발히 연구 중이다... 건강모니터를 내장하고 아이의 키 성장을 추적하는 홀로그램 투사장치도 있으며, 요람 앞의 창을 철자 연습용 디지털 칠판으로 쓸 수 있는 요람도 있다...


... 1950년대 말에 나온 필코 사의 프리딕타 TV를 생각해보자. 이 TV는 다른 TV와 달리 비교적 평평한 스크린에 회전이 가능하다는 특징이 있었다...

"식사할 때는 주방으로 돌리고... 나중에는 거실로 돌리십시오."


... 디자이너 필립 스탁과 알베르토 알레시의 회사는 날렵하고 윤기가 흐르는 핫 베르타 찻주전자 개발에 5년을 투자했는데 이것은 손잡이 부분이 곧 주둥이이기도 한 형태였다...


... 데이비드는 제자인 스콧 노비치와 함께 착용가능한 감각장치 VEST를 개발했다...


... 1960년대... 제록스는 또 다른 틈새시장을 엿보고 있었다. 컴퓨터 프린터 수요가 점차 늘어나고 있었기 때문이다... 전자 빔이 발생하는 음극선관이나 빠른 속도로 회전하는 드럼 같은 기존 기술을 활용할 수 있으리라고 봤다... 제록스 로체스터 본사에 근무하던 광학전문가 개리 스타크웨더는 레이저라는 기발한 대안을 생각해냈다.

... 레이저는 값이 비싼 데다 다루기도 힘들고 너무 강력했다... 우려에도 불구하고 팰로 앨토의 제록스 혁신 센터는 스타크웨더의 아이디어를 살려보기로 결정하고 그에게 작은 연구팀을 꾸리게 했다...

... 벌집에서 멀리 날아간 스타크웨더는 승리했고 이후 레이저프린터는 제록스의 커다란 히트제품 중 하나로 부상했다.


창조는 끝없는 도전 속에 탄생한다

243쪽~: 옵션다양화는 이야기의 절반에 불과하며 대부분 옵션을 쓰레기통에 버리는 것이 또다른 절반이다. 영국의 분자 생물학자 프랜시스 크릭은 이렇게 말했다.

"단 한 가지 이론을 갖고 있는 사람은 위험하다. 그런 사람은 목숨을 걸고 그 이론을 지키려 하기 때문이다."


... 컨티뉴엄 이노베이션사는 피부관리를 위한 레이저 장비를 디자인할 때 이상적이라고 보는 상품의 모습, 즉 전문적이고 세련되고 우아하고 쓰기 쉽고 스마트한 특성을 규정짓는 일부터 시작했다. 이때 창의성 개발팀은 개인 아이디어 일지에 각종 아이디어를 스케치했다. 이어 각자 좋아하는 아이디어를 좀 더 자세히 그렸는데 그것은 진부한 아이디어부터 파격적인 아이디어까지 다양했다. 이런 과정이 이 회사에서 말하는 이른바 '아이디어 깔때기Funnel of Ideas' 작업의 시작이었다...

... 어떤 해결책이 승자가 될지 예측하는 건 쉽지 않으므로 평범한 것부터 급진적인 것까지 다양한 옵션을 확보해야 한다는 얘기다.


245쪽~: 현금인출기가 설치된 초창기에 고객은 공공장소에서 돈을 인출하는 일을 왠지 위험하다고 느꼈다. 미국 은행 웰스 파고는 세계적인 디자인 기업 아이데오에 도움을 청했다. 아이데오는 현금인출기에 잠망경이나 비디오카메라 같이 값비싼 장치를 부착하는 등 많은 아이디어를 시도해 보았다. 그런데 그들의 최종해결책은 지극히 평범했다. 트럭 운전기사들이 사용하는 것과 비슷한 어안 거울을 부착하기로 한 것이다. 그 거울로 현금 인출기 사용자는 뒤쪽 거리 전경을 한눈에 보면서 주변 상황을 제대로 살필 수 있었다...


... 구글 연구 개발 부서 X를 예로 들어보자. X는 새로운 제품을 활발하게 디자인하고 거르기 위해 홈Home팀과 어웨이Away팀을 만들었다... 폼팀에는 신속하게 실용모델을 만드는 임무가 주어졌다... 어웨이팀의 임무는 쇼핑몰 같은 공공장소로 나가 잠재고객에게 최대한 많은 피드백을 얻는 것이었다.

... 2014년 제대로 작동하는 늘씬한 구글글래스를 처음 시장에 출시했다... 구글 글래스 아이디어에는 극복하기 어려운 사생활 관련 문제가 있었는데 사람들은 자신이 촬영대상이 되는 것을 원치 않았다...

아이디어를 낸 뒤 그 대부분을 버리는 것은 시간낭비이자 노력 낭비로 보일 수 있으나 사실 그것은 창의적인 과정의 핵심이다...


... 2000년 3M에 새로운 CEO가 취임했고 그는 이익극대화를 위해 연구개발부서에 어울리지 않는 효율성을 강요했다... 그 CEO가 나간 뒤 후임자가 족쇄를 모두 걷어치우자 연구개발 부서는 다시 살아났고...

... 혁신적인 기업은 다양한 아이디어나 옵션 창출을 시간낭비로 여기지 않는다. 가령 인도 기업 타타Tata는 비록 실패로 끝났어도 혁신적인 아이디어를 낸 직원에게 '과감한 도전'상을 수여한다...


구글 묘지에는 꿈을 펴보지 못하고 사라진 아이디어가 사방에 널려있다. 구글 웨이브(이메일보다 규모가 크고 더 복잡한 콘텐츠 공유 경험), 구글 라이블리(세컨드 라이프와 비슷), 구글 버즈(일종의 RSS 리더), 구글 비디오(유튜브와 비슷), 구글 앤서(질문하고 답을 얻는 서비스), 구글 프린트와 라디오 광고(구글 브랜드를 프린트와 라디오 광고분야로 확대), 닷지볼(위치 특정 소셜 네트워킹), 자이쿠(트위터 같은 마이크로 블로그), 구글 노트북(구글 독스로 대체), 서치 위키(구글 검색 엔진), 놀(위키피디아처럼 유저가 만드는 온라인 백과사전), 사이드위키(웹 주석 툴)가 그 대표적인 예다.


... 세계 어디서든 다양화와 선별은 발명의 기본이다. 결국 인류가 걷는 구불구불한 길은 우리가 떠올리는 많은 아이디어가 아니라 따르기로 결정한 몇 안 되는 아이디어가 결정한다.


... 혁신적인 방법 그 자체도 끊임없는 혁신이 필요하다. 생산성을 높여주는 유일무이한 해결책이란 없다. 구소련 과학자들에게 구글의 개방형 사무실 같은 환경은 주어지지 않았다. NASA의 과학자들은 일할 때 트레이닝복 대신 바지와 셔츠에 넥타이를 맸다. 그리고도 그들은 우주까지 뻗어갔다.


... 직장에서든 가정에서든 변화는 혼란을 줄 수 있지만 변화없이는 참신한 사고를 계속 유지하기가 힘들다.


매사추세츠 공과대학의 빌딩 20... 언어학자 놈 촘스키는 선구자적 인류 언어 이론을 개발했고 해롤드 에저튼 교수는 고속 사진법을 개발했으며 아마르 보스 교수는 그 유명한 보스 스피커 특허를 냈다... 이 건물은 마법의 인큐베이터로 알려졌다...


유연성의 한 예로 뉴욕의 식당 일레븐 매디슨 파크를 생각해보자. 보다 전통적인 음식 메뉴와 달리 이 식당은 메뉴를 최소한으로 줄였다. 음식재료는 옆으로 4가지, 아래로 4가지씩 총 16가지가 적혀있어 손님은 음식재료를 각 줄에서 한 가지씩 선택할 수 있다...


254쪽~: RCA가 TV업계 선구자가 된 것도 이런 유연성 덕분이었다...

... 1935년 ... 급부상하는 또 다른 기술... 그 기술은 비주얼 리스닝Visual Listening 또는 히어 시잉Hear-Seeing으로 불렸는데... 4년 후 뉴욕 세계 박람회에서 ... 사르노프는 ...

"이제 우리는 라디오 소리에 보는 것을 추가합니다."


... 애플은 거의 파산 직전에 음악 업계에 뛰어들었다...

AT&T가 전신분야에서 무선과 온라인 분야로 발전해갔듯... 프랑스 패션브랜드 에르메스는 19세기초 마구와 안장 제조업체로 출발했다... 제지회사 노키아는 세계최초로 휴대전화 대량 생산업체가 되었다. 카드 인쇄업체로 시작한 한 회사는 택시회사가 되었고 닌텐도는 '러브호텔'을 운영하다 최종적으로 세계 최대 비디오 게임 회사가 되었다. 구글은 혈당 모니터링과 자율주행자동차로 검색엔진 분야와 전혀 다른 틈새시장을 석권하고 있다.


... 어떻게 하면 이미 아는 지식을 활용하는 것과 새로운 영역을 탐구하는 것 사이에서 균형을 잘 잡을 수 있을까?...

목표를 많은 아이디어를 만드는 데 두어야 한다. 멘로 파크에 살던 시절 토머스 에디슨은 자사 직원들에게 '아이디어 할당제'를 실시했다. 직원들은 매주 작은 발명 아이디어를 그리고 6개월마다 혁신적인 아이디어를 내야 했다. 구글은... 트위터 직원들은... 소프트웨어기업 아틀라시안은... 도요타는...


... 프록터 앤드 갬블과 3M은... 선마이크로시스템스,IBM,지멘스는... 모토로라,휴렛팩커드,하니웰은...


... 디자인 기업 아이데오에는... 에르메스는...


활발한 뇌는 아이디어를 맹렬히 쏟아내면서 경쟁한다. 그 중 일부만 의식 속으로 들어가며 대개는 필요한 문턱을 넘지 못한 채 사그라진다.... 다양화와 유연성이 도움을 준다. 이에 따라 창의적인 기업은 많은 아이디어를 내 대다수를 걸러내고 절대 변화를 두려워하지 않는 접근방식을 취한다.



12장 미래 혁신가를 위한 인큐베이터


260쪽~: 지금 우리는 산업혁명시대에 만든 교육제도의 틀 안에 갇혀있다. 규격화한 교육과정에 따라 아이들은 칠판 앞에서 떠드는 교사의 말에 귀를 기울이고 있고, 수업 개시와 종료를 알리는 종소리는 근무 교대를 알리는 공장의 종소리를 닮았다...

교육에서 진정 행해야 할 일은 아이들이 세상의 원재료를 새로 만들고 새로운 아이디어를 창출하도록 훈련하는 것이다...


미술 교사 린지 에솔라는 새 학년이 시작될 때마다 칠판에 사과를 하나 그려놓고 자신이 맡은 4학년 학생들에게 사과를 그려보라고 한다... 에솔라는 학기 내내 학생들에게 사과 하나를 수십 가지 방법으로 그리는 걸 가르치는데, 이 첫 수업이 일종의 출발점 역할을 한다. 학생들은 수채화와 점묘법, 모자이크, 선 그림Line Drawing 같은 미술기법을 배우고 녹인 밀랍,스티커,스탬프,방적사 등을 이용해 초현실주의,인상주의,팝아트 스타일을 흉내낸다.

... 그리고 마지막 수헙 시간에 에솔라는 칠판에 다시 사과를 하나 그린다. 이번에는 누구도 그 사과를 그대로 따라 그리지 않는다...


창의성 교육은 틀에 박히지 않은 자유분방한 놀이와 모델 흉내 내기 사이의 적절한 지점에 위치한다. 그 지점에서 학생들은 전례를 따르긴 하지만 선택에 아무런 조건이나 제약이 없다. 학생들은 새로운 것을 만드는 데 목표를 두고 기존의 것들 중에서 최선을 배운다.


과거의 틀을 깨는 데는 두 가지 교훈이 담겨 있다. 먼저 학생들에게 과거 속에서 새로운 아이디어를 캐내는 방법을 보여준다. 그리고 이미 나온 것으로 인해 겁먹을 필요가 없다는 것을 가르쳐준다. 이는 문화유산을 마스터하는 동시에 그 유산을 미완성 상태로 여기라고 가르쳐주는 셈이다. 시인 괴테는 이렇게 말했다.

"우리가 아이들에게 물려주어야 할 유산은 늘 두 가지뿐이다. 하나는 뿌리고 다른 하나는 날개다."


265쪽~: 과학교육에 보다 많은 창의성을 집어넣는 방법 중 하나가 공상 과학 소설식 시제품화다. 이는 아직 존재하지 않는 제품을 디자인해보는 방식이다. 그 과정에서 학생들은 영화와 지도를 보여주는 영사 펜과 맞춤형 케이를 만드는 3D프린터, 여행가방만 한 휴대용 세탁기 등을 상상한다. 이때 학생들은 새로운 기술이 어떤 문제를 해결해줄지 혹은 어떤 새로운 문제를 일으킬지 생각해본다. 이것 또한 기술력과 상상력을 동시에 높여주는 또다른 방법이다.


... 미국 식물학 협회가 고안한 '항해하는 씨앗들Sailing Seeds' 실험을 예로 들어보자. 이 실험으로 학생들은 씨앗을 널리 퍼뜨리는 자연의 다양한 수단을 공부한다. 코코넛 씨는 물길을 따라 떠내려 가고, 우엉 씨는 동물의 털에 붙었다가 떨어지고, 민들레 씨는 '낙하산'을 타고 퍼져 가고, 단풍나무 씨와 서양물푸레나무 씨는 조그만 날개를 이용해 바람을 타고 흩어진다... 학생들은 조그만 씨앗을 퍼뜨릴 보다 새롭고 나은 방법을 고안하려 경쟁하며 실험으로 어떤 방법이 가장 효과적으로 씨앗을 퍼뜨리는지 확인한다.

... 씨앗들 실험에 참여한 아이들은 스스로 새로운 창조를 시도해보고 자연의 의도를 제대로 이해한다.


272쪽~: ... 스탠퍼드 대학교 심리학 교수 캐럴 드웩은... 수학을 테스트했다... 노력을 칭찬받은 아이들은 그 도전을 받아들였다. 반면 점수를 칭찬받은 아이들은 뒷걸음쳤다... 결과가 아닌 노력을 칭찬하라는 교훈을 준다.


286쪽~: 창의적인 사고방식의 모든 측면은 예술로 가르칠 수 있다. 말하자면 예술을 휘기, 쪼개기, 섞기를 가르치는 신병훈련소다...

교육자 존 마에다는 특정 기계가 우리 삶에 깊이 파고들수록 그만큼 더 기능뿐 아니라 스타일도 좋아져야 한다고 주장한다...

이제 예술과 기술이 서로 연결되면서 형태와 기능이 함께하고 있다. 몇 년 전 텍사스 A&M 대학교의 공학 교수 로빈 머피는 사람들이 로봇과의 소통에 어려움을 겪는다는 걸 깨달았다.

"로봇은 눈 맞춤을 하지 않는다. 어조에도 변화가 없다. 그런데 로봇이 점점 사람들과 가까워지면서 개인 공간을 침범하고 있다."

로봇이 전복된 자동차나 불타는 건물 안에 갇힌 사람을 구해줄 거라는 믿음을 주려면 기계적 정확성만으로는 충분치 않으며 관심이나 감정적 공감대도 전할 수 있어야 한다. 그래서 로빈 머피는 극장을 인간 감정 연구실로 쓰기로 했다...



13장 창의성 혁명의 시대


296쪽~: 하루를 시작할 때 건물 전면부, 냉장고 내부, 유모차 디자인, 이어폰, 증기 오르간, 벨트, 스마트폰, 배낭 창유리, 푸드 트럭 등 주변의 창의적인 물건을 떠올려보라. 이 모든 것은 인류의 거대한 발명의 숲에 있는 나무에서 돋아난 잔가지다.


일단 완전 자율주행이 가능해지면 굳이 정면을 향한 시트배치나 핸들은 필요없다. 자동차 내부는 긴 소파를 놓은 응접실 혹은 달리는 거품욕조처럼 보일지도 모른다. 그렇지만 우리는 세상이 거의 변하지 않는다고 가정하기 때문에 미래에서 오는 것을 못 보는 경향이 있다.


... 우리가 살아가는 세상에는 빈틈이 많은 경계가 있고 그 틈새로 미래의 비밀이 새어 나온다... 오늘의 울타리 너머로 끊임없이 내일의 풍경을 바라보는 셈이다.



감상:

훌륭한 책이다. 창의성 사례가 많고 과학기술과 인문예술을 포개었다. 휘기, 쪼개기, 섞기를 창의성의 방법으로 제안한다.

(2021. 9. 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