Vasko Popa (조영필 역)
별의 달팽이
비가 내린 뒤에
별의 비가 내린 뒤에 너는 기어나왔다
별들은 그들의 뼈로
네게 집을 지어 주었다
집을 수건에 싣고 어디로 가져가려는가
너를 붙잡아 짓밟으려고
절뚝거리는 시간은 네 뒤를 따른다
뿔을 내밀어라 달팽이여
결코 볼 수도 없을
거대한 뺨 위를 너는 기어간다
곧장 허무(虛無)의 턱으로
내 꿈의 손바닥 위
생명줄로 슬쩍 피하거라
너무 늦기 전에
그리고 내게는 유산(遺産)으로 남겨다오
네 경이를 낳는 은빛 수건을
The starry snail
You crawled out after the rain
After the starry rain
The stars of their bones
Built you your house themselves
Where are you carrying it on the towel
Lame time is coming after you
To catch you up to tread on you
Put out your horns snail
You crawl over the vast cheek
Which you will never survey
Straight into the maw of nothingness
Turn aside to the life line
On my dreamed hand
Before it is too late
And bequeath to me
The wonder-working towel of silver
(translated by Anne Pennington, Vasko Popa Selected Poems, Penguin Books, 1969)
The starry snail
You crawled after the rain
The starry rain
The stars made a house for you
Out of their bones
Where are you taking it now on your towel
Time limps behind you
To overtake you to run you over
Let your horns out snail
You crawl on a huge cheek
That you’ll never glimpse
Straight into the plow of nothingness
Turn to the life-line
On my dream hand
Before it’s too late
Make me the inheritor
Of your wonder-working silver towel
(Homage to the lame wolf, translated by Charles Simic, Oberlin College Press, 1987)
The starry snail
You crawled after the rain
The rain of stars
They made a house for you
Out of their bones
Where are you taking them on your towel
Time limps behind you
To catch up with you to run you over
Let’s see your horns snail
You crawl on a huge cheek
That you’ll never get to see
Straight into the plow of nothingness
Make a turn onto the life-line
In the palm of my hand in a dream
Before it’s too late
Leave me in bequest
Your wonder-working silver towel
(translated by Charles Simic, pen.org, 2019. 8. 1)
Note:
바스코 포파의 시는 기괴하면서도 촌철살인이 있다. (2021. 9. 23.)
maw: 반추동물의 주름위, 게걸스러운 동물의 위, 입, (삼켜버리는) 심연, 나락
plow: 쟁기, 논밭, [the Plow] 큰곰자리, 북두칠성, 낙제
*maw 또는 plow를 어떻게 해석할 것인지가 번역 상의 곤란한 점인데, 세르보크로아트어 원문에는 '턱'인 것으로 보인다. 문제는 왜 영어권 번역자들이 턱으로 번역하지 않았는가 하는 점이다. 그것은 세르보크로아트어에서는 '턱'을 포함한 그 부분이 관용어구가 되어 '발버둥을 쳐도 소용이 없이 궁지에 빠진다'라는 정도의 표현을 담고 있기 때문일 것으로 추측된다. 그러므로 이때 nothingness는 허무(虛無)의 무이거나, 무용(無用)의 무가 된다. 그리고 턱(jaw or chin)이 maw(심연)나 plow(논밭)로 번역되는 것은 원문에 대해 단어 측면에서는 의역이 될 수밖에 없다. 그런데 의역된 영어를 다시 직역하는 중역(세르보크로아트어 - 영어 - 한국어)을 한다는 것은 문제의 소지가 다분하다. 의역된 문장이 확실하다면 반드시 원문을 확인해야 정확한 번역이 가능할 것이다.
그런데 나는 세르보크로아트어의 해당 시 원문 전체는 아니지만 어떤 논문에 인용된 해당 구문(Prvo u ralje ništariji)을 보고 판단하자면, 문자 그대로 '턱'으로 번역하는 것이 오히려 옳다는 생각이 든다. 그것은 '뺨'과의 일관성때문이다. 뺨에서 턱으로 기어와서 턱 밑으로 즉, 나락으로 떨어지는 설정은 얼굴의 공간 배치와도 잘 맞아 떨어진다. 그리고 그 나락 대신에 뛰어든 곳이 손바닥이라면, 또 손바닥의 생명줄이라면...... 연과 연 사이의 단락과 함께 절묘하기 그지없는 표현인 셈이다. 물론 시는 달팽이와 별빛 그리고 눈물까지 상호 어울려서 이루어지고 있는 총체적 은유의 그물망이다. 감상은 결국 독자의 몫이며, 역자는 주어진 상황에서 최선을 다할 뿐... (2022. 1. 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