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영필
비석
뒷산 언덕배기 동그랗게 우거진
소나무 향기로운 그늘 속으로
한세상 모든 기쁨 설움 모아 둔 길목을
고요한 대리석 하나
고색에 물들어가는 인생을 속삭인다오
뜻있는 생의 마지막 남은 의지답게
구름이 형형색색 흘러가는 모양도
맑은 산새의 갸날픈 울음소리도
아쉬움 어리는 지난 날 생각에 묻어버리고
그 영원을 기리는 마음 헛되지 않아
어느 무상한 영혼을 새겨 담은 채로
표연한 초상을 지켜 서 있다오
(1981년 여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