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영필
어느 수병의 죽음
장례식은 조촐했다
순직이 아닌 까닭에 군부대의 정식지원이 전무한 탓이다
지휘관이 묵념하고는 모자를 벗고 그의 부모에게 고개를 숙였다
그의 부친은 의외로 담담했다
갑자기 그의 모친이 통곡을 한다
뒤이어 그의 누나 그리고 그 집안의 여자들이 통곡을 한다
억누를 수 없는 슬픔
그에게도 그를 아끼고 사랑하던 부모가 있었던 것이다
언제까지고 상처받을 그의 형제들이 있고 그를 잊지 못할 친지들이 있었던 것이다
하나의 과업처럼 참석해서
아무 상관 없다고 생각하고 있던 사람들의 가슴을
슬픔이 휩쓸고 간다
영구차는 조용히 떠나갔다
(1991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