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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조영필 Zho YP Apr 14. 2022

도시 향수

조영필

도시 향수




나의 머리는 너무 크다

모든 햇살과 도로와 보도가 가로세로로 물샐 틈 없이 즐비하다

내가 살아온 모든 도시가 들어있다

외국 도시도 들어있다

3박 4일의 교토가 들어있다

3개월의 더블린이 들어있다

1년 3개월의 프랑크푸르트가 들어있다


내가 아침에 출근하지 않으면

도시들은 말한다

길이 바뀌었다 지도를 수정해라

내가 움직이지 않으면

강줄기가 춤을 추고 교각이 흔들린다

구름의 영화관이다

도시들의 복사본인 내 머리 속의 도시

폐허가 되어가는 시간의 늪

자극 받지 못하는 도시의 세포들이 아우성친다

출근하라고 제발 출근 좀 하라고


내 머리가 움츠려들면

이 도시들은 모두 어디에서 숨을 쉬려나



(2022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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