키나 레스키
35/ 그리스의 스토아학파 철학자인 에픽테토스(Epictetus, ca. 55-135)는 "자기가 알고 있다고 생각하는 것을 배우는 것은 불가능하다"라고 말했다.
예술가는 과학자도 '앎'없이 연구하며 심지어 종종 직감이나 미적 감각을 따르기도 한다는 사실을 알게 되면 놀란다.
37/ 질문은 선입관에 근거한 선택을 단념시키고 미리 세워진 가정을 붕괴하는 또한 익숙한 것에서 그렇지 않은 것으로 관심을 돌리는 놀라운 힘을 지니고 있다.
38/ 브레인스토밍은 당신의 마음에 다른 사람들이 선입관을 잔뜩 채워넣을지도 모른다.
41/ 영국의 낭만주의 시인 존 키츠(John Keats, 1795-1821)는 1817년에 그의 형제인 조지와 토머스에게 편지를 써 보내면서 창작을 할 때 불확실성이 얼마나 중요한지에 대해 말했다.
42/ 내 목표는 빈 석판 또는 빈 종이와 마주하는 것이다.
예지 그로토프스키(Jerzy Grotowski)가 1959년에 그 자신이 폴란드에서 설립한 실험극장에서 가르쳤던 '실수의 개발(exploitation fo errors)'과 다르지 않다.
43/ 그로토프스키는 배우들에게 실수를 발견의 기회로 삼으라고 가르쳤다... 즉흥연기는 현장에서 일어나는 창작이다.
학생들은 그 과제를 시작함으로써 선입관을 무효화하고 오픈마인드를 가지며 그 과정이 데려가는 우회로를 따르게 된다.
44/ 스페인 철학자 호세 오르테가 이 가세트(Jose Ortega y Gasset, 1883-1955)... 난파한다는 것이 익사한다는 의미는 아니다... 선입관이 사라지면서 학생들은 위기감을 느끼지만 그 덕에 학생들은 오픈마인드를 갖게 된다... 그러므로 단절감 같은 것이 개입되어야 한다. 그렇게 해야 인간은 자신이 느낀 위기감과 삶의 본질을 갱신할 수 있기 때문이다... 그러면 팔은 다시 한 번 살아남기 위해 움직일 것이다.
... 내가 원하는 것을 찾아내는 것이 이 교육의 목적은 아니다. 학생들에게 주는 내 대답은 없다. 학생들은 팔을 허우적거리며 스스로 헤엄쳐야 한다.
45/ 선입관으로 할 수 있는 것은 그저 확인이다. 진정한 오픈마인드로 할 수 있는 것은 발견이다. 발견은 마음이 열려있고 알아차릴 때 가능하기 때문이다.
57/ 우선 창의성에 대한 정의를 내려보자. 창의성은 만들고 발명하고 생산하는-모방하기보다는- 것과 관련된 자질로 독창성과 상상력이 그 특징이다.
60/ 프랑스의 철학자 가스통 바슐라르(Gaston Bachelard, 1884-1962)는 프랑스의 시인 장 레스퀴르(Jean Lescure, 1912-2005)의 말을 인용한다. "그러므로 앎에는 앎과 똑같은 정도로 앎에 대한 망각능력이 수반된다. 앎이 없다는 것은 무지의 한 형태가 아니라 습득한 지식을 힘들게 초월한 상태이다. 모든 작품은 순수한 시작을 위한 모든 순간에 이 대가를 치러야 하며 이로써 창작은 자유를 누릴 수 있다."
63/ 학습의 무효화를 통해 선입관을 제거하고 나면 빈자리가 남는다. 그 빈자리에 필요성과 인식이 일어난다.
미국의 시인이자 교사인 리처드 휴고(Richard Hugo, 1923-1982)는... "창작행위는 그 자체가 충동을 품고 있는 한편 그 충동을 먹고 자란다... 충동에 의해 시동이 걸린 사람은 이제 시작해도 좋다는 익명의 초대를 받은 것처럼 진정한 자율성을 느낀다.
64/ 독일의 지구물리학자이자 기상학자인 알프레드 베게너(Alfred Wegener, 1880-1930)는 한 쪽 대륙의 해안에 깔린 돌이 바다로 분리된 반대쪽 해안의 돌과 동일한 것에 주목했다.
85/ 로마 콤플렉스시스템연구소의 과학부서에서 일하는 그 두 사람의 물리학자는 찌르레기 한 마리는 한 무리를 이룬 1천여 마리의 새들 중 단 일곱 마리만 뒤쫓는다는 사실을 알아냈다. 가장 가까이에 있는 일곱 마리다.
97/ 시인이자 작문 교사인 휴고는 시작할 때의 또는 촉발적인 주제라는 용어와 진정한 또는 생성적인 주제라는 용어를 대조하여 사용했다.
시인은 두 개의 주제를 갖는다고 말할 수 있다. 하나는 시작할 때의 또는 촉발적인 주제로 시를 시작하게 하고 시가 써지도록 촉발하는 '원인'이 된다. 또 하나는 진정한 또는 생성적인 주제로 시가 궁극적으로 말하거나 의미하게 되는 것, 즉 시 쓰기가 진행되는 동안 생성되거나 발견되는 주제이다. 이 말은 시인이 진정한 주제를 인식하고 있음을 시사하므로 전적으로 맞는 말은 아니다. 시인은 진정한 주제가 무엇인지 인식하지 못할지 모르지만 그 시가 완성된다는 본능적인 느낌을 가지고 있다.
132/ 케스틀러는 이미 존재하는 다양한 범주들을 집중적이면서도 자유롭게 관찰하는 사람의 표본으로 셜록홈즈를 제시한다.
셜록 홈즈의 천재성은 작은 단서에 관심을 돌릴 때 드러나는 데, 어리석은 왓슨은 너무 명백해서 관련성이 없다고 쉽게 무시해버리는 그런 단서다. 그 정신과 의사는 일상적인 말, 언뜻 관련성 없이 흘러가는 연상들에서 단서를 얻는다. 그는 환자의 의미 있는 말이 아니라 의미없는 말실수에 주의를 돌리고 환자의 합리적인 경험이 아니라 비합리적인 꿈에 주의를 돌리는 법을 습득한 것이다.
133/ 프랑스의 수학자 자크 아다마르(Jacques Hadamard, 1865-1963) 또한 창의성에 관한 글을 썼는데 그는 그 글에서 기압계와 피뢰침을 예로 들어 발견과 발명 사이의 가는 선에 대한 자신의 생각을 밝힌다.
[에반젤리스타] 토리첼리는 수은이 담긴 통에 한쪽 끝이 막힌 관을 막힌 쪽이 위로 가게 꽂아 넣으면 수은이 일정한 높이로 올라가는 것을 관찰했다. 이것은 발견이다. 하지만 그는 그 과정에서 기압계를 발명했다. 발견이 곧 발명이 되는 과학적 성과의 예는 무수히 많다. [벤저민] 프랭클린이 피뢰침을 발명한 것도 그가 천둥에서 전기의 속성을 발견한 것과 다르다고 할 수 없다.
토머스 에디슨(Thomas Edison)이 축음기를 발명한 것도 발견을 전환시켜 이룬 결과였다. 그는 회전하는 원판에 홈을 파서 수신된 모스 부호의 도트와 대시를 기록하는 장치를 발명했다. 원판을 전송 기계에 놓으면 레버가 원판의 홈을 따라 돌면서 위아래로 움직인다. 이때 레버가 도트와 대시를 따라 움직이면서 의도하지 않았던 지지직거리는 소리가 났다. 원판을 빠르게 회전시키자 레버는 진동을 일으키며 윙윙 소리를 냈다. 에디슨은 청력이 좋지 않았음에도 이 소리에 주목하여 그 발명을 반전시킨 것을 구상했다. 소리의 진동에 따라 세밀하게 홈을 만들고 그 홈을 따라 레버가 돌게 한다. 이런 방식으로 진동을 그리고 애초에 그 진동을 낳은 소리를 복제할 수 있었다. 케스틀러는 이렇게 말한다.
남은 문제는 어떻게 더 정교하게 만드는지였다. 에디슨은 종이 디스크 대신 부드러운 은박지로 감싼 실린더를 고안했다. 그리고 바늘을 모스 신호기에 붙이지 않고 음파에 의한 진동이 새겨진 박막에 붙였다...... 다 끝나자 에디슨은 그것에 대고 소리를 질렀다. "메리에게 어린 양이 있었대요." 그러고는 녹음 실린더의 손잡이를 돌렸다.
기계는 소리를 완벽하게 재생했다. 모두 깜짝 놀랐다...... 그렇게 만들어진 것이다. 통신공학에서 쓰는 용어를 빌려 쓰면, 진동하는 레버의 배경 '잡음'이 '정보'로 전환되었다.
142/ 어떤 종류의 기억이 앞으로 작용하는가? ... 통찰? 직관? 상상?...
168/ 요하네스 케플러(Johannes Kepler, 1571-1630)가 등장할 때까지 천문학은 수학의 한 분야였고 기하학을 통해 이해되는 학문이었다... 하지만 그가 행성의 궤도를 물리학적인 문제로 보기 시작하자 그 행성들은 우주 공간을 돌면서 서로 영향력을 미치는 것으로 생각되었다.
172/ 케스틀러는 연상로직 또는 유추에 대한 또 다른 예로 요하네스 구텐베르크(Johannes Gutengerg, ca. 1398-1468)를 소개한다.
구텐베르크는 탈착식 활자인쇄기를 발명했다. 당시 인쇄기에 사용되던 글자를 새긴 판에 종이를 대고 문지르면 종이에 그 글자가 찍히는 방식과는 다른 것이었다. 그가 그렇게 할 수 있었던 것은 다른 업계에서 사용하는 기계들을 보며 연상한 것을 인쇄업에 적용시켰기 때문이다. 구체적으로 그는 동전을 만드는 펀칭방식과 문장(紋章)의 주조방식을 떠올렸고 그 유추에서 활자주조라는 아이디어를 탄생시켰다. 펀치로 찍은 동전은 양각이었으며 여기에 문장을 주조하는 방식을 결합했다(단일한 판을 쓰거나 새기는 방법이 아니라, 개별적으로 주조된 내용들을 합쳐놓은 것). 그러자 구텐베르크의 머릿속에서 아이디어가 탄생했다. 개별적으로 주조된 활자를 조합하여 한 페이지를 완성하는 것이다.
구텐베르크의 연상로직, 즉 연결하기는 거기서 멈추지 않았다. 많은 주조된 활자를 문질러 한 페이지를 찍어냈지만 인쇄가 선명하지 않았다. 케스틀러는 구텐베르크가 와인 포도 수확에 참여했을 때의 결정적인 관찰에 관한 구텐베르크 자신의 말을 인용한다.
나는 와인이 흘러내리는 것을 결과에서 원인으로 되돌아가는 것을 지켜보았다. 나는 어떤 저항도 불가능한 이 압착기의 힘에 대해 곰곰이 생각해보았다...... 간단하게 그것만 대체하면 된다는 생각이 햇살처럼...... 그렇다면 해보자! 나는 신에게 비밀을 요구했고 신은 그 비밀을 내게 알려주었다...... 우리집에 가져다 놓은 납이 아주 많으니 그것이 내가 글을 쓰는 펜이 될 것이다.
이렇듯 주조된 문장을 연상한 것이 주조된 활자로 이어졌고 와인압착기가 종이인쇄기로 이어져 구텐베르크가 탈착식 활자인쇄기를 만들어낸 것이다.
키나 레스키, 창의성은 폭풍우처럼(The Storm of Creativity), 에피파니, 201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