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티븐 존슨
15/ 스위스의 과학자 막스 클레버(Max Kleiber)는 어려서부터 관습과 전통을 실험해보는 습관이 있었다.
클레버는 ... 캘리포니아대학교 데이비스 캠퍼스에서 운영하는 농과대학에서 연구를 했다. 처음에는 가축을 대상으로 신체의 크기가 대사율에 미치는 영향을 측정했다. 대사율을 측정하는 것은 축산업에서 아주 큰 실용적 가치를 지니고 있었다. 농부들이 기르는 가축들이 사료를 얼마나 먹을지 도축을 하면 고기를 얼마나 얻을지를 꽤 정확하게 예측했기 때문이다.
16/ 과학자들과 동물애호가들은 생명체의 크기가 커지면 움직임이 느려진다는 것을 오래전부터 관찰해왔다. 파리는 몇 시간 혹은 며칠밖에 살지 못한다. 그러나 코끼리는 반세기를 산다. 새와 작은 포유류의 심장은 기린과 흰긴수염고래의 심장보다 훨씬 빠른 속도로 혈액을 내보낸다... 클레버는 이 현상이 'NQPS(negative quarter-power scaling)'라는 불변의 수학원칙과 관련이 있음을 발견했다. 로그 모눈종이에 질량과 신진대사를 표시하면 그 결과는 쥐와 비둘기에서부터 황소와 하마까지 완벽한 직선을 이룬다.
... 여기에서 수학공식은 단순하다. 1,000의 제곱근을 구하면 (대략) 31이고, 31의 제곱근을 구하면 (대략) 5.5다. 이것은 마멋(mamot)보다 대략 1,000배 정도 몸이 무거운 암소가 평균 5.5배 더 오래 살며, 마멋보다 심장박동이 5.5배 느리다는 것을 의미한다.
17/ "종과 무관하게 모든 생물의 평생 심장박동수는 일정하게 정해져 있다"... 몸집이 큰 동물일수록 정해진 몫을 사용하는 데 시간이 오래 걸릴 뿐이다.
그 후 수십 년에 걸쳐 클레버의 법칙은 박테리아와 세포의 대사 같은 미시적 규모로까지 확장되었다. 식물들도 성장패턴에 있어 NQPS를 따르는 것으로 밝혀졌다.
몇 년 전 이론물리학자 제프리 웨스트(Geoffrey West)는... 전 세계 12개 도시의 데이터를 수집해 범죄에서부터 각 가구의 전기 소비에 이르기까지, 새로운 특허에서부터 휘발유 판매에 이르기까지 모든 것을 측정했다.
웨스트의 팀은 측정한 수치를 처리한 후 클레버의 법칙이 도시생활의 에너지와 운송수단의 성장을 지배한다는 사실을 발견했다. 주유소의 수, 휘발유 판매, 도로의 표면적, 전선의 길이... 에너지의 측면에서 코끼리의 크기라 쥐가 확대된 것이라면 도시는 몸집이 커진 코끼리에 불과하다.
18/ 그러나 웨스트의 연구에서 밝혀진 가장 흥미로운 사실은 클레버의 법칙을 따르지 않는 것으로 판명된 데어터에서 얻어졌다. 웨스트의 팀은 도시에서 얻어낸 통계치의 엄청난 데이터베이스에 숨어있는 다른 거듭제곱법칙을 발견했다. 창조성 및 혁신과 관련있는 모든 데이터 포인트-특허, 연구개발 예산, '대단히 창조적인' 직업들, 발명가들- 역시 QPL(quarter-power law)을 따르고 있었다... 이웃 도시보다 10배 큰 도시는 17배 더 혁신적이었다. 어떤 마을보다 50배 더 큰 도시는 130배 더 혁신적이었다.
19/ "큰 도시는 마을의 규모만 큰 것이 아니다." 제인 제이콥스(Jane Jacobs)가 50년 전에 했던 말이다. 웨스트의 긍정적인 QPL은 그런 통찰력에 수학적 토대를 마련해주었다.
21/ 10/10 법칙이란 새로운 플랫폼이 만들어지는 데 10년이 걸리고 그 방식이 대중에게 받아들여지는 데 또 10년이 걸린다는 의미다.
24/ 그러나 그런 모든 혁신에도 불구하고 유튜브가 하나의 아이디어에서 대중에게 받아들여지기까지는 2년도 채 걸리지 않았다. 웹 환경의 어떤 특수성이 헐리, 첸, 카림으로 하여금 좋은 아이디어를 놀라운 속도로 이 세상에 풀어버릴 수 있게 한 것이다. 그렇게 그들은 10/10 법칙을 1/1 법칙으로 바꾸었다.
25/ 도시와 웹은 혁신의 엔진이었다. 복잡한 역사적 이유들로 인해 도시와 웹은 좋은 아이디어의 창조, 유포, 채택에 대단히 적합한 환경이기 때문이다.
우리의 생각이 우리가 살고 있는 공간을 형성하고 공간은 그 은혜를 갚는다. 이 책에서 주장하는 점은 공유된 일련의 속성과 패턴들이 특별히 비옥한 환경에서 몇 번이고 다시 발생한다는 것이다.
27/ 우리는 정자들의 투쟁을 묘사하기 위해 경제적 경쟁에 대한 비유를 사용하지 않는다. 경쟁이라는 단어의 의미는 정자와 기업을 모두 아우르기에 충분할 만큼 폭넓고 깊다.
29/ 나는 그 시점을 롱줌(long zoom)이라 부른다. 일종의 모래시계로 상상할 수 있다.
반면 롱줌 접근법을 통하면 개방성과 연결성이 순전히 경쟁적인 메커니즘보다 혁신에 더 귀중하다는 것을 볼 수 있다.
30/ 시인과 엔지니어는 (그리고 산호초는) 각자의 전문 지식이 수백만 킬로미터는 떨어져 있는 듯 보이지만 그들이 이 세상에 좋은 아이디어를 내놓는 것은 발전과 공동작업의 유사한 패턴을 통해서다.
"아이디어를 보호하는 것보다는 서로 연결하는 것이 좋다."... 좋은 아이디어는 개념의 경계를 넘어 스스로를 새롭게 만들어내기를 원한다. 그리고 서로 경쟁하는 만큼 서로를 더욱 완전하게 만들어준다.
[인접가능성] 둘러싸고 있는 환경에서 가능성을 발견하라.
[유동적 네트워크] 자유로운 공간에서 넘치는 정보를 공유하라.
[느린 예감] 천천히 진화하여 새로운 연결을 만든다.
[뜻밖의 발견] 예감 속에 있는 연관성을 찾아내라.
[실수] 잡음과 오염을 탐구하라.
[굴절적응] 문 뒤에 숨은 가능성을 상상하라.
[플랫폼] 생산적으로 충돌하고 다시 결합하라.
37/ 보스턴의 조나단 로젠(Jonathan Rosen)이라는 의사... "자동차 부품으로 인큐베이터를 만들면 어떨까요?"... 네어너추어(NeoNurture)라는 견본품을 만들었다.
38/ 좋은 아이디어는 네오너추어와도 같다... 그러나 아이디어는 브리콜라주(bricolage) 작품이다.
39/ 그 신발들은 자동차 타이어로 만든 샌들이었다... 진화론자인 프랑수아 자콥(Francois Jacob, 1920-)은 진화를 엔지니어가 아니라 '땜질하는 사람'으로 정의를 내렸다.
40/ 과학자 스튜어트 카우프만(Stuart Kauffman, 1939-)은 그러한 1차적 결합들을 '인접가능성(adjacent possible)'이라 부른다. 이는 변화와 혁신의 한계와 창조적 잠재력 2가지를 모두 포착한 표현이다.
46/ 인접가능성은 새로운 것을 향해 문을 열어주지만 동시에 한계도 지니고 있다. 확장되는 생물권 연대표의 매순간에는 아직 우리가 열 수 없는 문들이 있다. 인류문화에서는 흔히 혁신적인 아이디어를 연대표에 나타나는 갑작스런 가속이라 생각한다. 한 천재가 50년을 앞서 가서 현재에 갇혀 있는 보통사람들은 생각해내지 못할 무언가를 발명한다... 하지만 인간의 정신은 유한한 법칙들에 묶여 있지 않기 때문에 가끔씩 방을 몇 개 건너뛴다. 즉 인접가능성에서 중간 탐구 단계를 건너뛰는 아이디어가 누군가의 머리에 떠오른다. 그러나 그 아이디어는 거의 항상 단기간에 실패한다. 그 이유는 바로 그렇게 몇 단계를 건너뛰었기 때문이다. 우리는 그런 아이디어를 '시대에 앞선' 것들이라 부른다.
19세기 영국의 발명가 찰스 배비지(Charles Babbage, 1791-1871)가 설계한 해석기관(Analytical Engine)을 생각해보자.
49/ 배비지는 이 시스템의 대부분을 1837년에 구상했지만 이 시스템을 이용한 최초의 진정한 컴퓨터는 100년이 더 지나서야 등장했다.
53/ 론 하워드 감독이 영화에서 멋지게 묘사한 아폴로 13호의 우주비행과 관련한 이야기에는 유명한 순간이 있다.
"이게 구멍으로 들어가게 만들 방법을 찾아야 돼." 그러고 나서 탁자에 있는 예비 부품들을 가리키며 덧붙인다. "저것들만 이용해서."
탁자 위에 있는 장비들은 달착륙선에서 작동하는 탄소집진기를 만들어낼 수 있는 인접가능성을 정의하고 있었다.
68/ 밀도가 낮은 혼란스러운 네트워크에서 아이디어는 왔다가 사라지곤 한다.
70/ 복식부기는 시장의 등장에 있어 핵심적인 원칙을 설명해준다. 즉 경제시스템이 봉건적 구조에서 현대 자본주의의 초기 형태로 변화할 때, 계급적 성격은 약해지고 네트워크적인 성격이 더욱 강해진다는 것이다. 성이나 수도원이 아니라 시장을 중심으로 구성된 사회는 개인들로 이루어진 훨씬 더 큰 네트워크 전반에 의사결정 권한을 분배한다... 즉 '당국'이 아무리 똑똑하다 해도 그들이 1000:1 정도로 시장보다 수적으로 열세라면, 봉건적인 성(城)보다 시장에 좋은 아이디어가 더 많이 숨어 있다는 것이다.
71/ 1964년에 아서 쾨슬러(Arthur Koestler, 1905-1983)는 혁신의 뿌리에 대해 서사적으로 기술한 [창조행위(The Act of Creation)]를 출간했다.
72/ 토머스 쿤(Thomas Kuhn, 1922-1996)의 영향력 있는 책 [과학혁명의 구조](1962)는 쾨슬러의 [창조행위]보다 2년 앞서 출간되었다.
73/ 1990년대 초에 맥길대학교 심리학과 교수 케빈 던바(Kevin Dunbar)는 다른 접근법을 사용했다.
74/ 던바가 만든 아이디어 형성 지도를 보면 혁신의 시작 지점은 현미경이 아니었다. 회의 탁자였다.
78/ 심리학자 미하이 칙센트미하이(Mihaly Csikszentmihalyi, 1934-)는 가장 생산적인 상태의 인간 정신을 묘사하기 위해 '몰입(flow)'이라는 개념을 제안했다.
89/ 피닉스 예감과 미네소타 예감 사이에는 근본적인 차이가 있다. 그 차이는 바로 시간이다.
90/ 상황을 논리에 따라 느리게 추정하는 것을 거부하고 직감, 즉 '감정적 두뇌'를 통해 순식간에 평가하는 것이다... 1980년대에 안토니오 다마시오(Antonio Damasio)가 뇌에 손상을 입은 환자들을 대상으로 했던 실험... 말콤 글래드웰의 베스트셀러 [블링크(Blink)]는 순간적인 예감의 힘(과 가끔 나타나는 위험)에 초점을 맞춘다.
91/ 18세기의 과학자 조지프 프리스틀리는 뚜껑이 덮힌 유리잔 속에 박하의 작은 가지를 넣고 식물이 산소를 만들어낸다는 사실을 입증했다. 이는 현대 생태계 과학에 기초가 된 발견들 중 하나이며 어린 시절 유리병 속에 거미를 가두고 놀았던 20년 전부터 지녀온 예감을 토대로 한 것이었다.
93/ 맬서스가 나무에서 떨어지면서 다윈의 머리를 쳤고 그렇게 해서 자연선택설이 탄생한 것이다.
103/ 오래되어 퀴퀴한 냄새가 나는 책 한 권이 1960년대에 런던 교외에 살던 수학자 부부의 집에 남아 있었다. 부부에게는 어린 아들이 있었는데 그 아이는 그 책의 제목이 암시하는 '마법'에 끌려 하루에도 몇 시간씩 이 '정보의 세계'를 탐구했다... 그의 마음 속에는 어렸을 때 집에서 보았던 빅토리아 시대의 백과사전이 떠올랐다. 그래서 그 백과사전의 앞 제목을 따서 '인콰이어(Enquire)'라는 이름을 붙였다.
104/ 월드와이드웹의 창시자인 팀 버너스-리(Tim Berners-Lee, 1955-)는...
105/ 예감을 키우는 것은 기억과 비망록의 사적인 영역 너머로 나아가는 일이다. 대부분의 사람들은 다윈이 그랬던 것처럼 평생 지적 환상을 추구하며 사는 사치를 누릴 수 없다.
109/ 블로거들과 웹 퍼블리셔(Web Publisher)들이 자신의 사이트에 구글 광고를 올릴 수 있게 하는 구글의 플랫폼인 애드센스(AdSense)는 '20% 시간'에 생겨난 것이다.
"구글 신상품의 50% 이상이 혁신휴식시간 동안 생겨난 예감에서부터 시작된다."
114/ 과학적 발견에서 꿈이 갖는 역할이 신비로울 것은 전혀 없다. 꿈은 아직도 연구해야 할 내용이 아주 많이 남아 있는 분야지만 REM수면 동안에 뇌간에서 아세틸콜린을 분비하는 세포들이 무차별적으로 발화하며 전기를 내보내 뇌 전체로 퍼진다는 사실은 밝혀졌다. 기억들과 연상들이 혼란스럽고 반(半)임의적인 방식으로 촉발되어 환각을 일으키는 꿈의 성질을 만들어낸다. 그 새로운 신경 연결들은 대부분 의미가 없지만 꿈을 꾸는 두뇌는 깨어 있는 의식을 피했던 귀중한 연결고리와 우연히 가끔씩 만나곤 한다. 이러한 의미에서 프로이트가 꿈에 대해 가졌던 견해는 퇴보한 것이었다. 프로이트는 꿈은 억눌린 진실을 드러낸다고 했지만 사실은 그렇지 않다. 그보다 꿈은 탐구를 한다. 뉴런들의 새로운 결합을 가지고 실험을 함으로써 새로운 진실을 찾아내려 한다.
115/ 독일의 신경과학자 울리히 바그너(Ullrich Wagner)가 최근에 행한 실험에서는 꿈을 꾸는 상태에서 새로운 개념을 알아내는 잠재력이 있음이 입증되었다...
바그너는 숫자 실험을 행한 다음 '문제를 앞에 두고 잠을 자는 것'이 피험자가 숨겨진 법칙을 알아내는 능력을 2배 이상 높여준다는 것을 발견했다.
116/ 어떤 의미에서 꿈은 인간정신의 원시수프다. 즉 창조적 통찰이 우연히 충돌할 수 있게 해주는 매체다.
1865년 어느 날 독일 화학자 프리드리히 아우구스트 케쿨레 폰 슈트라도니츠(Fredrich August Kekule von Stradonitz)는 난롯가에서 낮잠을 자고 있었다. 그는 꿈에서 자기 꼬리를 먹는 그리스 신화 속 뱀인 우로보로스(Ourovoros)를 보았다.
118/ 2007년 사우스플로리다 대학교의 뇌과학자 로버트 대처(Robert Thatcher)... 대처의 연구는 우리의 직관에 반하는 견해를 제시한다. 즉 두뇌가 덜 조직화되어 있을수록 더 똑똑하다는 것이다.
... 위상결속 상태는 확립된 계획이나 습관을 두뇌가 수행하는 상태다. 혼돈 상태는 두뇌가 새로운 정보를 완전히 이해하고 변화한 상황에 반응하는 전략을 탐구하는 상태다. 이러한 의미에서 혼돈 상태는 일종의 배경이 되는 낮잠이라 할 수 있다. 즉 새로운 연결을 가능하게 만드는 잡음 상태다. 깨어 있는 시간 동안에도 우리의 두뇌는 꿈의 잡음과 혼돈 상태로 한 번에 0.055초씩 이끌리는 것으로 밝혀졌다.
윌리엄 제임스(William James, 1842-1910)가 1880년대 후반에 쓴 글...
온갖 아이디어가 갈피를 못 잡을 정도로 정신없는 상태에서 펄펄 끓는 가마솥이다... 다람쥐 쳇바퀴 돌 듯하는 판에 박힌 일상은 없으며, 예상하지 못하는 것만이 유일한 법칙이다.
122/ 뜻밖의 발견을 의미하는 'serendipity'라는 단어다. 영국 소설가 호레이스 월폴(Horace Walpole, 1717-1797)이 1754년에 쓴 편지에서 처음 만들어진 이 단어는 페르시아의 동화 [세렌디프의 세 왕자(The Three Princes of Serendip)]에서 따온 것이다. 동화의 주인공들은 "자신들이 찾지 않던 것들을 우연히 총명함을 발휘하여 발견해낸다." 미국 소설가 존 바스(John Barth, 1930-)는 항해 용어를 이용해 그 단어를 이렇게 묘사했다. "경로를 미리 정해서는 세렌디프에 도달하지 못한다. 다른 곳에 도착할 거라고 굳게 믿으며 우연히 방위를 잃어버려야 한다."
그러나 뜻밖의 발견은 단지 순수하게 흥분되고 즐겁기 때문에 우연한 만남을 받아들이는 것을 뜻하지는 않는다. 뜻밖의 발견은 분명 행복한 우연으로 만들어지는 것이지만 그 우연을 행복하게 만드는 것은 발견한 것이 자신에게 의미가 있다는 사실이다. 그 발견은 지니고 있던 예감을 완성해주거나, 놓쳐버린 인접가능성의 문을 열어준다.
124/ 언뜻 보기에 뜻밖의 발견을 떠올리게 한다는 아이디어에는 모순되는 단어 2개가 들어있다. 그것은 자기 집 앞에서 길을 잃어버린다는 말과 같다.
한 가지 방법은 산책을 나가는 것이다... 오랫동안 샤워를 하거나 욕조에 몸을 담그고 있는 동안에도 비슷한 현상이 발생한다.
131/ 위키피디아에서 '뜻밖의 발견(serendipity)'을 검색하면 LSD, 테플론(음식이 달라붙지 않도록 프라이팬 등에 칠하는 물질), 파킨슨 병, 스리랑카, 아이작 뉴턴, 비아그라 등등...
141/ 러닝슈즈에 사용하기 위해 발명한 환경친화적 고무를 산악자전거 기업이 채택해 환경을 덜 파괴하는 타이어를 만듦으로써... 그린익스체인지는 폐타이어로 샌들을 만든 사람들이 나이로비의 쓰레기장을 뒤지면서 누린 것과 같은 '새롭게 발명하고 재활용하는 자유'를 다국적기업들에게 주었다.
146/ 그의 이름은 리 드 포리스트(Lee de Forest, 1873-1961)였다... 1900년 9월 10일 밤, 드 포리스트는 침실 구석에서 송신기로 실험을 했다. 방 맞은편 4.5m 떨어진 곳에는 벨즈바하 등(燈)의 붉은 불꽃이 깜박이고 있었다... 드 포리스트가 만들어낸 것은 3극 진공관이라 불리게 되었다... 그는 이렇게 말했다. "그 장치가 어째서 작동이 됐는지 몰랐어요. 그냥 작동이 되더라구요."
150/ 1830년대에 루이 다게르(Louis Daguerre, 1787-1851)는 요오드로 처리한 은판에 상을 얻어내기 위해 애쓰면서 몇년을 보냈다. 그러던 어느 날 밤, 또 한 번의 헛된 시도 후 그는 화학물질이 들어있는 캐비닛에 은판을 넣어두었다. 놀랍게도 다음 날 아침 수은이 들어있던 병에서 나온 김이 은판 위에 완벽한 상을 만들어냈다. 그렇게 다게레오타이프(daguerreotype), 즉 현대 사진의 전신이 탄생했다.
152/ 그레이트배치(Wilson Greatbatch, 1899-)가 발진기의 고동소리를 듣고 대단한 발견을 할 수 있었던 것은 그가 5년가 불규칙한 심장박동을 신호전달의 문제라고 생각해왔기 때문이다. 이 역시 실수의 역사에서 반복되는 패턴이다. 방사선 촬영과 가황고무, 플라스틱은 모두 실수에 의해 만들어졌지만 그것이 가능했던 것은 발명자의 마음 속체 자리잡고 있던 느린 예감과 실수가 연결되었기 때문이다.
153/ "위대한 사람들은 덜 열정적인 사람들에 비해 실수를 많이 한다."
옳으면 제자리에 머물러있게 된다. 하지만 틀리면 탐구를 하게 된다.
토머스 쿤은 [과학혁명의 구조]에서 실수의 역할에 대해 비슷한 주장을 했다. 쿤의 주장에 따르면 패러다임의 변화는 데이터의 변칙에서 시작된다. 과학자들이 자신의 예측이 계속 틀린다는 것을 깨달을 때 변화가 시작되는 것이다. 조지프 프리스틀리가 처음 종 모양 유리그릇에 박하 식물을 넣고 산소를 제거하려 했을 때 그는 동일한 환경에서 쥐나 거미가 죽었던 것과 마찬가지로 박하 역시 죽을 것이라고 예상했다. 그러나 그의 예상은 틀렸다. 박하는 잘 자랐다.
154/ 윌리엄 제임스가 말한 것처럼 "밝은 그림을 전시하려면 어두운 배경이 필요하며, 진실을 돋보이게 하기 위해서는 실수가 필요하다."
틀렸을 때 우리는 우리가 추정했던 것에 도전해야 하고 새로운 전략을 받아들여야 한다. 틀렸다는 것 자체가 인접가능성을 향한 문을 여는 것은 아니다. 하지만 틀렸다는 사실은 우리로 하여금 그 문을 찾게 만든다.
실수가 지닌 곤란한 점은 인간이 실수를 묵살하는 경향을 지니고 있다는 점이다... 케빈 던바가... '예상하지 못한 결과를 낳은 실험이 얼마나 많은가'... 절반 이상이 원래 예측했던 것에서 상당히 벗어나 있다... 과학자들이... 그들은 그 결과들을 신호가 아니라 잡음이라 생각했다.
155/ 실수를 통찰로 바꾸는 것은 연구실에서 행해지는 회의의 중요한 기능들 중 하나로 판명되었다. 던바의 연구에서 서로 다른 문제들을 연구하는 외부인들은 분명한 실수를 쓸모없는 잡음이라 묵살할 가능성이 훨씬 낮았다. '올바른' 결과가 무엇인지에 대해 선입견 없이 바라보면 실수가 의미를 갖는 시나리오로 보인다.
우주배경복사를 발견했을 때 천문학자 아노 펜지어스(Arno Penzias, 1933)와 로버트 윌슨(Robert Wilson, 1936-)은 1년이 넘도록 그것을 의미없는 잡음이라 생각했다. 그러던 어느 날 프린스턴대학교의 핵물리학자와 대화를 나누다가 그 잡음이 장비의 결함으로 인해 생겼던 게 아니라 빅뱅의 잔향으로 아직도 지속되는 현상이라는 아이디어를 떠올렸다.
157/ 네메스(Charlan Nemeth)는 가짜 배심원단, 중역 회의실, 학술 세미나 등 10가지 이상의 다른 환경에서 동일한 현상이 작용한다는 것을 입증했다. 그녀의 연구는 혁신에 대한 모순된 진실을 암시한다. 즉 좋은 아이디어는 일정량의 잡음과 실수를 포함하고 있는 환경에서 나타날 가능성이 더 높다는 것이다... 잡음이 전혀 없는 환경은 독창성이 부족하고 예측 가능한 경우가 많다. 가장 좋은 혁신 연구실은 항상 조금은 오염되어 있다.
162/ 베일러대학의 수잔 로젠버그(Susan Rosenberg) 교수는 박테리아는 에너지 공급이 저하되어 스트레스에 직면할 때는 극적으로 돌연변이율을 증가시킨다는 것을 밝혀냈다... 환경이 점점 적대적이 되면 혁신에 대한 압박이 돌연변이와 관련한 위험 대 보상의 균형을 옮긴다. 후손이 치명적인 돌연변이로 목숨을 잃을 위험은 자신이 당장 굶어죽는 것만큼 나쁜 것은 아니다.
성(sex)과 실수는 오랫동안 서로 연결되어온 것으로 밝혀졌다... 유성생식의 중요한 이점 가운데 하나는 돌연변이를 한 유전자가 돌연변이율이 더 높은 유전자로부터 분리될 수 있게 한다는 점이다.
163/... 그러나 운 좋은 박테리아가 물벼룩처럼 갑자기 유성생식으로 바꿀 수 있다면 결과는 매우 달라진다. 유성생식에서는 유전자의 절반만 후대에게 전해주기 때문이다. 다음 세대는 아버지의 청소 재주와 어머니의 정확한 DNA 복구 재능을 물려받을 수 있다.
우리는 진화가 유성생식이라는 훨씬 더 복잡한 시스템을 선호하는 이유를 이미 살펴보았다. 유성생식은 유용한 혁신들이 인구 속으로 퍼져나가고, 다른 혁신들과 충돌하고, 결합할 수 있게 해준다... 성은 위험을 경감시키면서 실수의 생성능력을 활용하는 데 도움을 주었기 때문이다.
164/... 그러나 생성의 차원에서 실수의 여지를 조금 남겨두는 것이 역시 중요하다... "더 빨리 실패하자!"
165/ 벤저민 프랭클린은 이렇게 말했다.
"아마도 인류가 저지른 실수의 역사는 모든 것을 고려할 때 발견의 역사보다 가치 있고 흥미롭다. 진실은 획일적이고 좁다. 진실은 끊임없이 존재하기 때문에 진실과 마주치기 위해 활동적인 에너지가 많이 필요하지는 않다. 그러나 실수는 끝없이 다양화된다."
168/ 플리니우스(Pliny the Elder, 23-79)는 베수비오 화산이 폭발하자 친구들을 구하러 갔다가 목숨을 잃었다. 그로부터 2년 전에 이 전설적인 로마의 역사가이자 학자는 자신의 최초의 백과사전인 [박물지(Naturalis Historiae)]를 완성했다. 이 백과사전에서 플리니우스는 와인 제조업자들이 발명한 기구에 대해 썼다.
그 기구는 나사를 이용해 "포도더미 위에 무거운 것을 올려놓고 그 위에 넓은 판자를 얹은 다음 판자에 압력을 집중적으로 가하는" 새로운 종류의 압착기였다.
169/ 1440년경에 라인강 서부 지방의 한 젊은 기업가가 와인 압착기의 디자인 개선 작업을 시작했다. 그는 마법 같은 치유력이 있다는 작은 거울을 만드는 사업을 했다가 망한 직후였다. 그 거울을 종교 순례자들에게 팔 작정이었으나 흑사병의 창궐로 순례자들의 수가 급격히 줄어 사업이 망하고 말았다.
많은 학자들이 지적했듯이 구텐베르크의 인쇄기는 고전적인 결합에 의한 혁신으로, 획기적인 발명이라기보다는 도구를 닥치는 대로 사용해서 만든 브리콜라주였다. 인쇄기를 변형하기 쉬운 기계로 만든 핵심 요소들 -낱낱으로 독립된 활자, 잉크, 종이, 인쇄기-은 구텐베르크가 처음으로 성경을 인쇄하기 훨씬 전에 이미 발달되었던 것들이다.
... 금세공 기술자 훈련을 받은 덕에 구텐베르크는 활자시스템의 바탕이 되는 야금술을 멋지게 변경할 수 있었다.
구텐베르크의 천재성의 중요한 부분은 무에서 완전히 새로운 기술을 생각해낸 것이 아니라 전혀 다른 분야에서 성숙한 기술을 빌려와 문제를 해결했다는 것이다... 대신 그의 획기적인 발견은 라인강 서쪽 지방에 포도주 문화가 발달함으로써 나사압착기를 접했다는 사실과 오래된 기술에 새로운 용도를 만들어내는 능력 덕분에 가능했다. 그는 사람들을 취하게 만들기 위해 설계된 기계를 매스커뮤니케이션을 위한 도구로 바꿔놓았다.
171/ 진화생물학자들은 이러한 식으로 다른 곳에서 무언가를 빌려오는 현상에 이름을 붙였다. 그 이름을 처음 제안한 것은 1971년 스티븐 제이 굴드와 엘리자베스 브르바(Elisabeth Vrba)가 [굴절적응(exaptation)]이라는 논문을 발표하면서였다. 굴절적응은 하나의 유기체가 특정 용도에 적합한 한 가지 특성을 발전시키고 이후에 그 특성이 전혀 다른 기능으로 이용되는 것을 말한다. 굴드와 브르바가 논문에서 소개한 고전적인 사례는 새의 깃털이다.
새의 깃털은 원래 체온을 조절하기 위해 진화된 것으로 추정된다.
... 모든 날개깃은 비대칭이다. 깃축의 한쪽 털은 반대쪽 털보다 더 크다... 그러나 단지 단열 기능만 하는 솜깃털은 깃축 양쪽의 털 모양이 완벽하게 대칭이다.
172/ 온기에 적응했던 깃털이 이제는 날기 위해 굴절적응되는 것이다.
굴절적응 개념은 다윈주의에 대항하는 고전적인 성경의 주장인 지적 창조론을 반박할 때 아주 중요하다... 자연선택은 자신이 날개를 만들어내려 한다는 것을 '알지' 못한다.
173/ 자연선택은 노력에는 좋은 점수를 주지 않는다.
... 자연선택이 낡은 부품들을 새로운 용도로 사용하는 나이로비의 구두수선공과 같은 본능을 지니고 있기 때문이다.
... 육기아강(근육질의 강력한 지느러미를 가진 어류)에 속하는 물고기들이 4억년 전에 처음으로 물가에 등장했을 때 지느러미 끝에는 헤엄치기 위한 작은 팬(부채)이 달려 있었다.
... 영장류의 손과 손가락이 되었고, 시조새의 날개가 되었다.
175/ ... 진화적 측면에서 진공관은 원래 신호음을 더 크게 만드는 역할을 했지만 결국 그 신호들을 정보로 바꾸도록 굴절적응을 했다. 즉 0과 1을 놀라운 방식으로 처리하게 된 것이다.
194/ 스노우는 1854년 런던 소호에서 콜레라가 만연했을 때 구두 가죽(?)을 가지고 전염병을 탐구함으로써 콜레라가 물을 통해 전염된다는 미스터리를 풀었다... 스노우는 독성기체에 의해 전파되는 질병은 사망의 확산에 분명한 패턴을 남길 거라고 추론했다... 시조새의 깃털에서 보았듯이 스노우는 클로로포름 흡입기를 가지고 행한 연구가 치명적인 박테리아를 없애는 데 도움이 될 거라고는 예상하지 못했다. 그것이 굴절적응의 예측할 수 없는 힘이다. 우연은 연결되어 있는 마음에 힌트를 준다.
205/ 미국 메릴랜드 로렐에 위치한 존스홉킨스대학교 응용물리연구소의 구내식당은 오래 전부터 물리학자들, 기술자들, 수학자들, 해커들이 생산적인 대화를 나누는 공간이 되어왔다. 그러나 1957년 10월 7일 월요일 점심시간에 식당에서는 그 어느 때보다도 열띤 대화가 오고갔다. 소련이 지구 궤도를 도는 사상 최초의 인공위성 스푸트니크 1호를 발사했다는 뉴스때문이었다.
연구소의 두 젊은 물리학자 윌리엄 가이어(William Guier)와 조지 웨이펜바흐(George Weiffenbach)는 스푸트니크에서 나오고 있을지 모르는 극초단파 신호에 대해 열띤 토론을 했다.
... 스푸트니크를 발사했다는 것이 정교한 거짓말이며 공산주의의 선전물이 아닌지 의심하는 사람들에게 반박하기 위해 소련은 스푸트니크에 신호 전송장치를 장착했다.
208/ 가이어와 웨이펜바흐는 '반대되는 문제'가 맥클루어에게 중요한 이유를 알게 되었다. 당시 미군은 잠수함에서 발사하는 폴라리스 핵미사일을 개발 중이었다. 미사일의 공격 궤도를 정확히 계산하려면 발사 지점의 위치를 정확히 알아야 했다.
209/ ... 1983년 한국의 대한항공 여객기가 지상의 잘못된 무선송신으로 인해 소련의 영공을 표류하다가 격추된 사건이 일어난 후 로널드 레이건 대통령은 위성에 기초한 항행을 '공익'을 위해 민간 항공사도 이용할 수 있도록 했다.
스티븐 존슨, 탁월한 아이디어는 어디서 오는가(Wher Good Ideas come from), 한경BP, 2012.
Note:
훌륭한 책이다. 마지막에 혁신의 연대기가 부록처럼 붙어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