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정희
무너지는 것들 옆에서
내가 화나고 성나는 날은 누군가 내 발등을 질겅질겅 밟습니다. 내가 위로 받고 싶고 등을 기대고 싶은 날은 누군가 내 오른뺨과 왼뺨을 딱딱 때립니다. 내가 지치고 곤고하고 쓸쓸한 날은 지난날 분별없이 뿌린 말의 씨앗, 정의 씨앗들이 크고 작은 비수가 되어 내 가슴에 꽂힙니다. 오 하느님, 말을 제대로 건사하기란 정을 제대로 다스리기란 나이를 제대로 꽃피우기란 외로움을 제대로 바로잡기란 철없는 마흔에 얼마나 무거운 멍에인지요.
나는 내 마음에 포르말린을 뿌릴 수는 없으므로 나는 내 따뜻한 피에 옥시풀을 섞을 수는 없으므로 나는 내 오관에 유한락스를 풀어 용량이 큰 미련과 정을 헹굴 수는 더욱 없으므로 어눌한 상처들이 덧난다 해도 덧난 상처들은 슬픔의 광야에 이른다 해도, 부처님이 될 수 없는 내 사지에 돌을 눌러 둘 수는 없습니다.
(동서문학 8월; 오늘의시 1989 하반기 통권 제3호, 현암사)
Note:
* 옥시풀
과산화수소의 3% 희석액, 소독액으로 사용한다.
과산화수소(過酸化水素, Hydrogen Peroxide)는 물(H₂O)에 산소 원자가 하나 더 붙어서 만들어진 무기화합물이다. 화학식은 H2O2이며, 이산화 이수소라고도 한다. 가장 간단한 과산화물이자 우리 주변에서도 가장 흔히 볼 수 있는 과산화물이다. 약산성을 띄며, 보통 고농도로 존재하기 어렵다. 물에 희석해 과산화수소수로 만들어 사용한다. 보통 소독약으로도 사용된다.
소독액으로 사용하는 과산화수소는 피 속의 카탈레이스와 촉매 반응하여 산소 이온을 내어 놓는데, 이게 활성 산소라는 물질. 세포벽을 산화시켜 파괴하여 불활성화(소독) 시킨다. 좀 따갑고 아프다. 현재는 과산화수소수의 엄청난 자극성 때문에 상처 소독에는 포비돈 요오드나 클로르헥시딘을 주로 사용하고 과산화수소수는 엉겨 붙은 피를 닦아내는 용도로나 쓰인다. (나무위키)
*포르말린
포름알데하이드 35%~40% 수용액. 무색의 자극성이 있는 액체다. 공업용 방부제로, 흔히 과학실에서 볼 수 있는 생물표본병(개구리, 생쥐 해부 등)에 포르말린이 채워져 있다. 포르말린 자체로 쓰는 경우는 드물고, 주로 30배 희석하여 1% 수용액을 만들어서 쓴다.
주 사용용도는 방부제 및 소독약. 피부에 대한 자극성과 냄새가 있기 때문에 기구 및 실내 소독용으로 쓰며 새집증후군의 원인물질로 알려져 있다. 지방을 경화시키기 때문이다. 또한 훈증소독이나 분무소독으로 사용하는데 건물의 훈증소독시에는 보통 과망간산칼륨과 포름알데하이드용액을 3:5의 비율로 혼합하여 사용하며 3㎥당 45-90g의 과망간산칼륨을 사용한다. 훈증소독하는 방은 적어도 10시간 이상 밀폐하여야 한다. 방부제나 소독약뿐만 아니라 구제역 발생지역으로부터 수입되는 볏짚 및 덩어리 사료 등의 소독에 사용하며 훈증소독이 어려울 경우에는 2% 포름알데하이드 용액을 분무하여 소독한다. (나무위키)
*락스
락스라는 명칭의 유래는, 미국의 클로락스(Clorox)社가 화학 명칭이 긴 차아염소산나트륨 수용액을 클로락스라는 상품명을 붙여 판매하고 있는 것을 뒤의 두 글자만 따와 락스라는 이름으로 시판된 것이 굳어진 것.
대한민국에서는 클로락스와 유한양행이 합작투자해서 만든 유한크로락스의 제품인 '유한락스'가 유명하다.
현대 사회에서 가장 많이 쓰이는 살균소독용 물질. 살균소독용 물질 중에서 가성비, 사용편의성, 범용성, 살균력 등의 여러 가지 면을 종합적으로 고려할 때, 대체 가능한 물질이 없을 정도로 그 위상이 높다.
일광건조, 열탕소독 등에 비하여 날씨나 장소에 제약을 받지 않으며, 단시간내에 살균이 끝난다. 에탄올이나 과산화수소수 등에 비해서 압도적으로 저렴하고, 식품에도 쓸 수 있다. 때문에 주방, 화장실등의 장소를 살균소독하거나, 식당이나 급식소에서 식품을 소독하는 등 많은 곳에서 매일같이 사용되며 대도시의 위생을 지탱하고 있다.
살균소독용으로는 가장 값싸서 널리 쓴다. 약국이나 화공약품을 판매하는 전문 업체에 갈 필요가 없이 전 국민이 어디서나 구매할 수 있는 염기성 액체로 모든 세균과 바이러스를 포함해 프리온까지 제거가 가능하다. 소독용 에탄올은 지질막을 가지고 있는 일부 바이러스와 그람 음성균 위주로만 소독이 가능한 반면, 락스는 단순히 단백질 구조로 이루어진 결합이라면 무엇이든지 다 파괴해버리기 때문이다.
산화력이 막강하기에 표백용으로 쓴다. 보통 때묻은 흰옷을 표백하거나, 화장실 청소할 때 주로 쓰이고 그 외에도 실생활에서 매우 다양하게 활용가능해서 사용방법만 잘 숙지하면 이만큼 편리한 것도 없다. 찌든 때면 찌든 때, 튀김기의 기름 때도 제거가 가능하다. 물론 오래된 기름때일수록, 그리고 농도가 옅을수록 락스가 기름때를 지우는 효과가 낮아진다. 당연히 묵은때를 더 빠르게 치우려면 배수구 뚫는 데 쓰는 수준의 더 강한 락스를 써야한다.
그러나 자동 세탁기에 세제와 같이 쓸 수 없기에, 최근엔 세제와 같이 쓸 수 있는 옥시크린 등 '산소계 표백제'에 밀리고 있다. 아예 세제에 산소계 표백제를 넣는 제품도 나오는지라, 락스는 채소나 과일 세척, 혹은 청소용으로 쓰는 추세다.
물론 이 강력한 표백력은 흰 옷에만 작용하는 것이 아니기 때문에, 색이 있는 옷에는 묻지 않도록 조심해야 한다. 유색의 옷에 락스가 묻어서 탈색이 되어 버리면 그 부분은 다시 원래대로 돌릴 수가 없다.
환기를 시켜가며 사용해야 한다.
고무장갑, 마스크 등의 보호구를 착용하고 락스가 묻을 것에 대비해 버려도 되는 옷을 입고 사용한다. 특히 유색 옷은 락스에 한 번 탈색되면 복구가 불가능하다.
반드시 정해진 용법에 따라 희석해서 사용하고, 희석 시 꼭 찬물을 사용할 것. 물의 온도가 높으면 염소 가스가 한꺼번에 많이 나올 수 있어서 위험하다. 찬물로만 희석해도 효과는 충분하다.
Note:
인과관계가 좀 바뀌어 있다. 돌로 누르지(참지) 못하니 부처가 되지 못하는 것인데, 부처가 될 수 없어 돌로 누르지 못한다고 한다.
논리 전개에 혼선이 있다. 옥시풀/포르말린/락스는 상처의 해결책이 될 수 없다. 왜냐하면 나는 따뜻하고 용량이 크기 때문이다. 따라서 옥/포/라 라는 대안은 불가이고 역접인 ‘해도’를 쓴다.
그러나 어눌함이 덧나 슬픔의 광야에 이른다는 것은 해결책과는 다른 진술이다. 상처가 덧나는 상처의 불가항력의 강력함이다. 이것은 슬픔으로의 전개방향이고 그렇다면 순접인 ‘해서’가 되어야 하는데 이것을 역접(‘해도’)으로 꺽었다.
이런 순접 <-> 역접의 혼란스러운 인과관계로 뇌는 잠시 어리둥절하다.
결론: 1) 무너져버린 사지의 광야는 돌로 누르지 못한다. 2) 철없던 말이 어눌한 상처가 되었다. 3) 이러나 저러나 부처가 되긴 글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