맨발로 걷기

장석남

by 조영필 Zho YP

맨발로 걷기




생각난 듯이 눈이 내렸다


눈은 점점 길바닥 위에 몸을 포개어

제 고요를 쌓고 그리고 가끔

바람에 몰리기도 하면서

무언가 한 가지씩만 덮고 있었다

나는 나의 뒤에 발자국이 찍히는 것도 알지 못하고

걸었다


그 후 내

발자국이 작은 냇물을 이루어

근해에 나가 물살에 시달리는지

자주 꿈결에 물소리가 들렸고

발이 시렸다


또다시 나무에 싹이 나고

나는 나무에 오르고 싶어

아무 생각도 하지 못했다 그리고

잘못 자란 생각 끝에서 꽃이 피었다

생각 위에 찍힌 생각이 생각에

지워지는 것도 모르고





(경향신문 신춘문예 1987년 당선작; 80년대 신춘문예 당선시인 신작시집 섬 하나로 떠 있는…, 푸른숲)