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석남
붉은 구름
가고 남은 길은 모두 붉은 구름
西海(서해) 해상에 둥글게 내려오는 저 붉은 구름
太平聖代(태평성대)를 잘못 운 갈매기 울음도 다 붉은 구름
이 공터에
아관파천한 풀아
자꾸 이곳으로 모여드는 풀아
풀아 파르르 치떠는 풀아
풀의 온몸이 저 붉은 구름 속을 부들부들 읽는다
가다가 잃은 길 다 붉은 구름
붉은 구름의 세월이었네
(80년대 신춘문예 당선시인 신작시집, 섬 하나로 떠 있는…, 푸른숲)