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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나의 오빠를 사랑한다.

한때는 사라지기를 소망했었던.

by 심플맘

나는 연년생인 오빠가 있다.

나이차 얼마 안나는 남매가 의례 그러듯

어릴 때 참 많이 맞았다.

요령도 없이 오빠에게 참 많이 대들었고

맞고 나서 죽겠다며 옥상으로 올라가는걸

오빠가 미안하다고 그렇게 빌었다.

그 시절 나는 독했구나. 오빠는 욱했구나 싶다.


청소년기 오빠는 그렇게 가출을 일삼아

부모님 속을 썩였다.

오빠가 오지 않아 잠 못 이루는 밤이면

차라리 사라져 버리길 기도하기도 했다.


그렇게 우리는 성인이 되었다.

서먹한 남매로 말이다.


우리 관계가 풀어지게 된 건 오빠에게

안 좋은 일이 생겼을 때였다.

나는 괜스레 오빠에게 따뜻함과 응원을 보냈다.

아마 나는 그때, 사실은 오빠가 여린 사람이라는

사실을 알게 되었고

오빠는 늘 잘난 체하는 동생이 아닌

따뜻한 시선으로 자신을 바라봄을 느낀 거 같다.


그렇게 우리는 각자 결혼해서 아이를 낳았다.

성격을 날 똑 닮은 내 아들과,

오빠의 성격을 똑 닮은 조카를 보자니

오빠가 어릴 때 많이 힘들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활발하게 뛰어다니며 방실방실 거리는 조카는

새초롬한 사촌 형이 좋아 쫓아다니지만

새초롬한 사촌 형은 자신이 무얼 조금만 잘못해도

얼른 억울하다며 할머니한테 이르고

동작이 커서 자신의 마음과 다르게

자꾸 형을 다치게 하여 혼나기만 했다.


그걸 자꾸 보니 오빠가 많이 힘들었겠다 싶었다.

폭력이야 정당화할 수 없지만 어릴 때부터 많이 억눌렸겠다.

그래서 나한테 쌓인 게 많았겠구나라는 생각이 들었다.


나는 늘 우리 오빠가 잘 되길 바란다.

나보다 더. 우리 집보다는 오빠네 가정이 더 말이다.


원래 어른들이 맏이가 잘 돼야 그 집안이 일어선다고 하지 않았던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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