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생활과 진배없는 전업 엄마의 일상
백수가 과로사한다더니 어제 낮에 갑자기 입술에 포진이 올라왔습니다.
지난주 제주도 여행 다녀와서 바로 일상으로 복귀
책 읽고 투자 공부하고
아이의 일상도 유지시켜주다 보니
피곤했나 봅니다.
힘들게 제주도에서 운전하고 출근하는 신랑도 멀쩡한데 말입니다.
저는 자의 80%, 타의 20%로 경단녀가 되었습니다.
한 때 꿈꾸었던 삶의 모습이기도 합니다.
아이의 일상을 사진이나 전화를 통해 듣게 되는 것이 아닌
'아이의 일상을 옆에서 지켜보고 므흣하게 웃는 엄마'
아침에 빨리 일어나라고 소리 지르며 재촉하지 않고
'뽀뽀하며 일어날 때까지 기다려주는 엄마'
학원 일정을 핸드폰으로 갔는지 확인하지 않고
'느긋히 다 놀 때까지 기다려 주는 엄마'
제가 살고 싶었던 엄마의 모습으로 살고 있습니다.
그런데 '엄마'만 남은 제 일상이 조금 버거울 때가 있습니다.
장면으로만 보이는 '엄마'는 행복한데
그 장면을 이루기 위한 엄마의 노력은 피곤합니다.
엄마표로 아이 학습을 꾸준히 이어가게끔 계속 봐줘야 하며
공부 중에 짜증 낼 때 온화한 미소로 아이를 잘 타이르며
지속적으로 할 수 있게 격려해줘야 하며
도서관으로 유인해서 책을 읽혀야 합니다.
이건 마치 말 잘 안 듣는 혹은 못 알아듣는 후배를 기분 나쁘지 않게 살살 달래는 느낌입니다.
아이가 충분히 놀 때까지 기다려야 하는 인내심
이건 마치 자긴 놀면서 일 시키는 상사에게 웃으며 응대하는 느낌입니다.
아이의 친구 엄마와 관계 유지를 위해 노력으로 차와 놀이터 대담을 해야 합니다.
이건 마치 사회생활에 어쩔 수 없이 타 부서 마음에 안 드는 동료와의 티타임 느낌입니다.
또 아이의 호기심 유지를 위해 주말, 하교 후 나들이 장소를 계획해야 합니다.
이건 마치 회사에서 회식이나 야유회, 워크숍 준비하는 느낌..
그런데 결국 모두가 만족하는 것은 없다는 현실.
맞습니다. 그저 사회생활이나 엄마의 일상이나 비슷합니다.
'사회생활은 월급이라도 받지'라는 한탄이 나올 때도 있습니다.
물론 아이는 엄마가 옆에 있음으로써
'엄마'의 삶만 살은 1년 3개월 동안 아이는 더 단단한 내면을 가지고 자신감 있게 컸다고 자부합니다.
결코 헛되지 않았습니다.
문제는 제가 너무 피곤하다는 것입니다.
사교육을 시키지 않고 1시에 하교하는 아이의 일상을 맞추며
남편 월급에만 의존하지 않고 조금의 재테크라도 해서 돈을 번다고
투자 공부와 실전 투자를 하다 보니
백수가 과로사할 지경에 이릅니다.
하지만 그럼에도 저는 경단녀입니다.
정말 바쁜 경단녀.. 저를 정의하는 사회적 단어가
겨우 경단녀, 전업주부라는 사실이 마음이 안 드는
저는 경단녀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