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박 4일 필리핀 보홀로 해외여행을 다녀왔습니다. 20대 초반에 필리핀 세부에 갔을 때, 보홀에 지인들이 놀러 가자고 했지만 계획된 곳이 아니라 따라가지 않았던 곳이었습니다. 십수 년 전에는 세부에서 배를 타고 가야 했던 그곳이 세월이 지나니 직항기가 생겼습니다. 직항기를 타고 보홀로 오랜만에 해외여행을 다녀왔습니다.
여행을 가면서 지인들에게 줄 기념품을 사 오지 않으리라 마음먹었습니다. 막상 기념품이라 선물 받는 사람은 필요하지 않은 경우가 많아 서랍 속에 고이 모셔두다가 집 정리할 때 버리는 경우를 많이 보았고, 저 또한 그런 경험이 많았기 때문입니다. 주는 경우에도 이 사람, 저 사람 나눠줄 것을 사다 보면 값어치 있는 것보다 예산에 맞춰 살 수 있는 것을 사게 되어 쓸모 있는 선물을 주지 못하는 경우가 많았습니다. 그래서 기념품을 사지 않겠다 마음먹고 '보홀 기념품'이라 검색도 단 한 번도 하지 않고 여행을 떠났습니다.
굳게 마음먹고 떠난 짧은 4일간의 여행 일정 중, 현지 마트 방문 일정이 있었습니다. 말린 망고 몇 개 사갈까 하는 마음으로 들어선 보홀 현지 마트에서 무얼 사야 하나 서성이고 있는데 함께 여행하는 분께서 피넛 키세스를 보여주며 보홀에서만 파는 것이라 알려 줍니다. 이곳에서만 파는 것이라 하니 마음이 혹했습니다.
피넛 키세스는 보홀의 관광명소 중 하나인 초콜릿 섬의 모습을 본떠서 만든 것으로 추정되는 모양이며 키세스 초콜릿의 모양과 크기는 비슷하게 견과류를 으깨 만든 것 같은 모양새입니다. 하나에 7개가 들었고 총 10 봉지쯤 들어 있는데 가격은 한국돈으로 5000원 정도를 지불하고 구매하였습니다. 쇼핑을 끝내고 숙소로 돌아와 하나를 꺼내 먹는데 맛이 있어 깜짝 놀랐습니다.
정말 맛있다!
신랑, 아이, 저 모두 피넛 키세스를 입에 넣는 순간 감탄하고 손가락을 접기 시작합니다.
"친정 , 시댁 , 친구 oo, 아이 친구네, 우리 2 봉지.... 그럼 몇 봉지 더 사야 하지?"
양에 비해 부피가 큰 보홀 특산물인 피넛 키세스를 많이 사기에 들고 가기 부담스럽고 안 사 가지고 가기에 아쉬워 고민에 빠졌습니다. 기어이 사기로 하였습니다. 마트에서 저렴히 살 기회를 놓쳐 6000원 정도에 길에 있는 가게에서 4 봉지를 더 구매했습니다.
여행 선물은 안 사겠다 마음먹었는데 마음뿐 막상 현지에서 주변 사람들과 나누고픈 맛있는 것을 만나니 작은 케리어를 가지고 온 게 아쉬웠습니다. 쇼핑백 하나에 피넛 키세스를 몇 봉지 담아 한국으로 돌아왔습니다. 여행기념품이 아닌 함께 나누고픈 것을 사람들과 나눠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