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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심플맘 Nov 22. 2022

오, 나의 소비. 배드민턴 채

얼마짜리 배드민턴 채가 좋은가요?

운동을 못하는 편에 속하는 아이는 잘하기 위해서라기보다 체력을 기르는 게 중요하다 싶어 운동 수업을 듣습니다. 방과 후 수업 중, 축구는 인기가 너무 많아 한 번도 뽑기에서 된 적이 없었습니다. 일하게 운동 방과 후 수업 중 하게 된 배드민턴을 열심히 하고 있습니다. 얼마 전, 수업 참관이 있어 참석했는데 열정적으로 가르쳐주시는 선생님과 열정적으로 하는 아이의 모습을 보니 뿌듯함이 이루 말할 수 없었습니다.

"열심히 하는 모습을 보니 대견하다."라고 칭찬을 해주었습니다.

그리고 그날 흥분한 아이는 배드민턴 채를 두 동강 내었습니다.

두 동강 난 배드민턴 채를 언제 샀는지 얼마에 샀는지 기억이 나지 않았습니다. 아마 아이 어릴 때, 배드민턴이라도 치며 운동하겠다고 샀었던 거 같습니다. 최소 5년쯤 되었으리라 짐작합니다.

삭아서 조금의 힘이 들어가도 부서졌는지 아이가 흥분해 많은 힘을 썼는지는 알 길이 없습니다.


다음 주, 두  동강 난 배드민턴 채 말고 남은 하나의 채를 들고 아이는 등교하였습니다. 그러더니 테이프가 다 풀린 상태의 배드민턴 채 들고 왔습니다.

"엄마, 그냥 테이프를 띠어봤는데 이게 다 뗘졌어요."

기어이 하나가 사고 싶었는지 남은 하나의 채도 망가졌습니다.


결국 배드민턴 채를 사야 합니다.

"친구들이 비싼 게 가볍고 좋데요. 나도 가벼운 거 사주면 안 돼요?"

"진짜 잘하는 사람은 도구를 탓하지 않아! 지금 너는 취미 활동이니 비싼 거 사기는 어렵지."

"그럼 그냥 아무거나 사주세요."


비싼 배드민턴 채가 좋다고 듣고 와 비싼 걸 사달라고 하는 초등학교 2학년 아들을 물끄러미 보았습니다. 비싼 것=좋은 것이라는 등식은 성립되지 않지만 어디서 가벼운 게 좋다, 가벼운 건 비싸다는 말을 듣고 와서 요청하는 것을 보니 다양한 감정이 들었습니다. 원래 어떤 것이 좋은지 검색하고 물건을 사는 편이 아닌 저는 그래도 아이의 요청이 맘에 걸려 검색을 해봅니다. 배드민턴 채가 다양한 가격대, 다양한 종류, 다양한 브랜드가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됩니다.

좋은 것을 사주고 싶은 마음과 선수 활동을 하는 것도 아닌데 몇 만 원씩 하는 비싼 걸 사주는 것은 오바라는 생각이 공존해 고르지 못했습니다.


퇴근 후, 신랑과 이야기하는데 선수 생활하는 것도 아니고 대회 나가는 것도 아닌데 비싸고 좋은 게 뭐가 필요하냐며 저렴한 18000원 대의 배드민턴 채를 사주었습니다.

빠른 결정은 빠른 배송을 불렀고 빠르게 받은 배드민턴 채를 들고 부자는 배드민턴을 치러 나갔습니다.

배드민턴 채에 익숙해지기 위해 아빠와 치러 나간 주말은 따듯하고 바람이 덜 불어 배드민턴 치기 딱 좋은 날씨였습니다. 덕분에   신나게 1시간이나 치고 들어왔습니다.

비싼 게 좋은 게 조금 더 좋은 그립감과 실력을 올려줄 수도 있겠지만 저렴한 배드민턴 채만으로도 운동도 하고 즐거운 시간을 보낼 수 있습니다.


어떤 가격대의 배드민턴 채를 사더라도 치기 딱 좋은 가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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