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랜만에 신랑과 친정집을 방문하였습니다. 제철 굴을 넣은 맛있는 무생채를 주신다길래 한 걸음에 달려갔습니다.
무생채에 들떠 방문한 친정집에서 신랑은 거실에 깔려있는 카펫을 바라보았습니다.
가을볕을 받아 찬란하게 빛나는 카펫을 보더니 저에게 말합니다.
"우리도 카펫 사면 어떨까?" 안 사기 위해 매일 비움 모임에 들어가 미니멀 라이프에 강제성을 부여하고 글을 쓰며 나를 다독이며 겨우 겨우 습득한 '필요하지 않으면 사지 않는 태도'를 마치 태어났을 때부터 장착한 것 같이 아무것도 사지 않는 무소유인 신랑이 사자고 말했습니다.
1층인 우리 집은 바닥이 찹니다. 보일러를 틀어도 금세 열기가 날아갑니다. 그래서 작년 겨울에서 안 쓰는 침대 패드를 깔고 쓰기도 했습니다. 카펫이 사기 싫었기 때문입니다. 관리해야 할 물건이 늘어나는 것도 싫고 여름에 빼서 어딘가 보관해야 하는 번거로움이 싫었습니다. 그래서 1층 집 거실에는 있으면 좋을법한 카펫을 사지 않았습니다. 하지만 바닥이 너무 차서 무언가 깔아야 했고 때마침 쓰지 않는 침대 패드를 거실에 두었습니다. 뿌듯했습니다. 안 쓰는 물건의 또 다른 쓸모를 발견했으며 물건을 새로 사지 않았기 때문입니다. 그런 저를 보며 별 말 안 하던 신랑이 저에게 '카펫을 사자'고 말을 한 것입니다.
사고 싶은 게 많지 않고 필요한 게 없는 신랑이 필요하다고 한다면 그 건 사야 할 아이템인 것입니다. 저는 군말 없이 오픈마켓 어플을 켰습니다. 무얼 살지 살펴봅니다. 예정에 없는 물품이니 비싼 것을 살 수는 없습니다.
빚 없이 중소기업 외벌이로 살기 위한 덕목은 빠듯한 예산과 예산에 맞춰 생활하는 자세입니다.
그러니 친정집처럼 빛을 받아 찬란하게 빛나는 홈쇼핑을 통해 샀다는 카펫을 살 수는 없습니다. 어차피 우리 집은 남서향이라 거실로 해가 들어오지 않으니까요. 물건을 고르기 전 빠르게 머릿속으로 구매 요건을 생각해봅니다.
1. 10만 원 예산 내에 살 것.
2. 관리가 편한 것 살 것.
위 두 가지 조건을 가지고 오픈마켓을 살펴보았습니다. 대부분 중국에서 수입하는 물세탁 가능한 카펫은 판매자만 다를 뿐 비슷한 물건들이었습니다. 저는 그냥 똑같은 제품 중 저렴히 파는 판매자에게 구매합니다.
"12월 달에 사면 새로 쿠폰이 생겨서 3,000원 추가 할인받고 살 수 있는데."라고 신랑에게 의사를 물으니 삼천 원이면 그냥 지금 사는 게 실질적 이득이라는 말을 들었습니다. 소비를 지연시키고자 하는 저의 전략은 안 통했고 신랑이 얼마나 카펫을 지금 당장 사고 싶어 하는지도 알게 되었습니다.
결국 64,900원의 물세탁 가능한 검정 해링본 카펫을 구매하기로 했습니다. 최근 생필품과 제 나이키 트레이닝 바지를 사고받은 포인트 5천 점을 사용해 59,900에 신랑이 요청한, 제 요건에 부합한 카펫이 빠르게 택배로 도착했고 지금 저희 집 거실에 깔려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