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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심플맘 Nov 15. 2022

오, 나의 소비 12. 기어이 또 산 트레이닝 바지

저도 이제 나이키 트레이닝 바지가 있습니다.

기어이 나이키 트레이닝 바지를 샀습니다. 저는 뭘 사고 나서 '기어이', '기어코'라는 단어를 잘 씁니다. 제 마음속 want와 need를 구분할 줄 알게 되면서 사고 싶은 것을 참고 참는 버릇이 생겨 참다 참다 기어이 혹은 기어코 사게 되기 때문입니다.

뭘 그렇게 참다 참다 사냐고 한다면 대한민국에서 무려 중소기업 외벌이로 살게 되면 그렇게 된다고 말하고 싶습니다. 빚 없이 살고 싶은 욕망이 물건을 사고 싶은 욕망을 누르기 때문이지요. 그렇게 나는 몇 년을 좋은 트레이닝 바지를 사고 싶다는 욕구를 눌렀고 일 년 정도를 새로 트레이닝 바지를 사야 하는 필요를 눌렀습니다. 그리고 결국 입으면 곰이 되는 트레이닝복 세트를 사놓고 후회를 했었습니다.

정말 입을 때마다 곰이 연상되는 것도 문제지만 그 위에 입을 수 있는 겉옷이 없으니 겨울 외출 시에 입기 어렵기 때문도 있었습니다. 간소하게 살려면 저렴한 것을 적당히 마음에 드는 걸 사는 것보다 진정 제 맘에 드는 제대로 된 것 한 개를 소비해야 한다는 걸 알면서 바지 한 벌 가격이 저렴한 것 위, 아래 세트보다 비싸니 저도 모르게 적당히 저렴하면서 적당히 맘에 드는 것을 샀었던 것입니다. 그런데 실제 받아 본 것은 적당히 마음에 들지 않았고 실용성도 떨어져 저는  결국 다시 사게 되었습니다.

 저는 want와 need를 누르고 누르다 얼마 전 oo번가 오픈마켓에서 대대적인 행사기간에 기어이 무려 나이키 트레이닝 바지를 사게 되었습니다.  마침 행사 기간이라 할인 쿠폰을 붙여주니 이 기회에 사야겠다 마음을 먹었습니다. 온갖 쿠폰을 붙이고 가지고 있던 포인트를 써서 29,860원을 주고 나이키 트레이닝 바지를 드디어 손에 쥐었습니다.

 주문을 하고 삼일 만에 나이키 트레이닝 바지를 받았습니다. 입어보니 사이즈가 잘 맞아 사길 잘했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텍을 제거하고 한 후, 세탁 후 입기 위해 빨래 바구니에 넣었습니다. 그런데 그 순간 '혹시나 제가 산 옷이 짝퉁이면 어떡하지?'라는 실없는 걱정이 올라왔습니다. 지하상가나 동남아를 돌아다니다 보면 비슷한 로고로 아주 저렴하게 파는 짝퉁 옷 말입니다. 오픈 마켓에서는 짝퉁에 대해 책임지지 않는다는 기사를 본 것도 같고 판매자가 속여 팔면 모르는 것 아닌가라는 불길한 생각이 들었던 것이지요. 그러다 문득 제가 너무 웃겨 피식 웃고 말았습니다. 사실 짝퉁이면 어떻고 아니면 어떨까 싶었기 때문입니다. 옷은 저에게 잘 맞았고 제가 사도 무리 없는 가격이어서 기여코 샀습니다. 또한 구매 가격인 29,860원 이상의 만족도를 느껴놓고 왜 말도 안 되는 기우에 걱정을 했는지 제가 우스웠습니다. 말도 안 되는 걱정은 치워버리고 저는 오늘도 트레이닝 바지에 아무 티나 걸쳐 입고 동네를 돌아다닙니다. 청바지가 아닌 트레이닝 바지를 입으니 한결 편안함을 느낍니다. 이제 더 이상 락스가 튀어 변색된 트레이닝 바지가 아닌 검은색 트레이닝 바지를 입으니 마음까지 편안해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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