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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심플맘 Jan 10. 2023

피츄에서 피카츄 되기

라이츄가 될 수도 있지!

"그런데 내가 피카츄도 아니고! 왜 성장해야 하는데 라이츄가 되지 않아도 피카츄만으로도 충분히 귀엽다!"*

*이승희, 김규림 일놀놀일(웅진지식하우스, 2022)

'기록의 쓸모'의 저자 이승희 님이 공동저자로 쓴 책, '일놀놀일'일 책을 읽다가 뿜었습니다. 저자가 아이유 콘서트에서 아이유가 한 말을 인용한 글이었습니다.  

피카츄 진화 과정(나무위키 발췌)


포켓몬스터를 좋아하는 아이의 엄마로 포켓몬스터는 정말 많은 포켓몬들이 나오고 수없이 진화한다는 사실을 인정하는 바입니다. 그래서 제 지갑을 탈탈 털어가고 있습니다. 그런 와중에 우리가 피카츄가 될 필요도 라이츄가 될 필요도 없다는 생각에 동의합니다. 아이들은 진화시킨 카드(VMAX 등)를 사기 위해 랜덤 카드를 무수히 사고 게임도 오래 합니다. 그랬더니 포켓몬 회사만 좋은 거 아닌가요? 우리는 왜 진화하려고 할까요? 진화하기 위해 포켓몬 회사들만 좋은 일 시킨 것처럼 성장하라고 우리를 부추긴 온라인 클래스 플랫폼, 유명 부동산 강사, 주식 강사들의 배만 부르게 해 준 것은 아닐까요?(하지만 진정 우리의 진화를 바라고 진심을 다하시는 분들도 있음!!)


진화 즉 성장에 목매던 때가 있었습니다. '무언가 이루어야 하고 변화하고 인생이 바뀌어야 한다.' 지금의 나는 너무 모질이다라고 생각했습니다. '소소한 행복, 소소한 소득'의 나의 일상을 진화시켜야겠다는 마음먹었습니다.

우선 목표를 거창하게 잡습니다. 3년 안에 현금 자산 10억! 1억 도 없던 저에게 텐버거는 넘는 목표입니다. 목표를 정할 때는 정말 이룰 수 있다고 생각했는데 지나고 나니 터무니없었다는 생각이 듭니다. 혹시나 제가 목표를 정하면서 여전히 맞벌이를 하고 투자를 잘했다면 어느 정도 승산(?)이 있었겠지만 저는 육아맘이 되면서 직장을 그만두었습니다. 목표와 진화 과정이 전혀 다른 방향이었습니다. 피츄가 피카츄가 되고 라이츄가 되어야 하는데 피츄에서 잠만보로 가는 과정인 듯 말도 안 되는 진화 과정입니다. 이때 제가 놓친 것은 진화의 목표, 성장의 목표가 내 안에서 생긴 것이 아닌 외적 동기, 사회적 분위기에 휩쓸렸다는 것입니다.  그러면서 저의 내면의 욕구에 맞춰 편안함을 택했습니다.


언제 제일 행복하냐는 질문에 저는 아주 구체적인 대답을 할 수 있습니다.  햇살이 내리치는 창문이 있고 테이블 간 간격이 가깝지 않으며 사람들이 적당히 있어 이 사람, 저 사람 이야기 소리가 지지배배 울려서 누가 무슨 말하는지 잘 모르게 섞이는 그런 카페에 혼자 앉아 멍 때릴 때 행복합니다. 3년 전 겨울 목표를 현금 자산 10억으로 정하고 2년 전 봄부터 저는 제가 원하는 행복한 일상을 누릴 수 있게 되었습니다. 느긋했고 행복했으며 조급했고 불안했습니다. 무슨 이렇게 따뜻한 아이스 아메리카노 같은 말이냐고요?


제가 지난 2년을 이렇게 따뜻한 아이스 아메리카노 같이 굴었거든요. 그리고 나니 진화 혹은 성장의 올바른 방향을 다시 잡아야겠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꼭 피카츄처럼 진화할 필요는 없지만 내면이 원하는 성장 목표가 있어야 하루가 그냥 눈떠서 눈감을 때까지 이루어지는 것이 아닌 의미 있는 하루, 일주일, 한 달, 일 년, 십 년이 되고 우리는 정말 피츄에서 피카츄 정도로는 진화할 수 있을 것 이니까요. 라이츄도 되려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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