퇴근길에 신랑과 만나 함께 들어오는 길이었습니다. 12월, 크리스마스와 연말이라 살짝 들뜬 그런 날 신랑이 머뭇거리며 저를 봅니다. "뭐야, 하고 싶은 말 있으면 어서 말해!."라고 하자 신랑이 입을 열었습니다."회사에서 그만 나오래." 올 것이 왔습니다. 짐짓 아무렇지 않은 듯 큰 소리를 칩니다. "내가 먹여 살릴게. 괜찮아!." 기죽는 게 싫어 외쳤습니다.
리쇼어링, 마치 트럼프가 만들고 바이든이 이어가는 미국의 정책 같지만 이미 오바마 때부터 진행되었던 정책입니다. 미국 기업에 개발과 생산 발주를 받았던 신랑의 직장은 오바마 정부가 미국 내에서 생산하면 세금을 절감해 주는 정책 시행에 맞춰 한국 회사와 계약 만료를 하였습니다. 해당 제품 개발자였던 신랑이 낙동강 오리알이 되는 순간, 오바마 정책의 나비효과로 우리 신랑에게 해고통보가 날아왔습니다.
<부를 갖는다는 것은 어떤 의미일까? 어느 정도의 부는 내가 아플 때 빈털터리가 되는 일 없이 며칠 일을 쉴 수 있다는 뜻이다. 부가 그보다 조금 더 있다면 해고가 되더라도 좀 더 기다릴 수 있을 것이다. 가장 먼저 찾은 일자리에 어쩔 수 없이 취업하는 것이 아니라 더 좋은 자리가 날 때까지 기다릴 수 있단 얘기다. 이는 인생이 바뀔 만큼 중요한 일이다. 더 많은 부가 있다는 건 월급이 좀 낮더라도 시간 조정이 자유로는 일자리를 구할 수 있다는 뜻이다.>*
*모건하우절 저, 옮긴이 이지연, 돈의 심리학( 인플루엔셜, 2021)
부의 심리학의 구절을 읽으며 2015년 해고통보를 받던 그 순간이 떠올랐습니다. 그때의 우리는 어느 정도 수준이었을까, 아플 때 며칠 쉴 수 있는 정도의 부는 가졌을까, 새로운 일자리를 구할 때 여유를 가질 수 있었을까.
신랑이 급하게 지인 회사로 들어간 것으로 미루어 짐작하건대 그때의 우리는 부가 없었습니다. 월급 받는 족족 2%밖에 안 되는 대출 금리에도 벌벌 떨며 빚 갚기에 현금을 올인 중이었습니다.(지금은 대출 이자 2%대는 상상도 할 수 없는 금리인데 말이죠.) 무식이 빛을 발했던 그 순간. 만약 제가 그때 만약 4% 이상 주는 배당주에 투자했다면 이자를 내고도 돈을 벌 수 있었을 텐데. 월세 받을 수 있는 작은 빌라를 한 채 샀다면 신랑은 급하게 취직하지 않아도 되었을 텐데 말이죠.
그 시절로부터 8년이 지난 지금은 어떨까요? 지금 해고 통보가 온다면 우리는 좋은 일자리를 고르며 여유롭게 이직을 할 수 있을까. 그렇다고 말하고 싶지만. 해고 통지를 받자마자 빛의 속도로 일자리를 알아보고 들어가야 합니다. 8년이 지난 지금도 우리에게 인생을 바꿀만한 '부'가 오지 않았습니다.
부자가 되겠다고 돈공부를 시작한 지 3년, 여전히 '돈'은 미지의 세계입니다. 상황마다 대응하는 자세가 달라져야 하고 투자의 세계에 오래 살아남아야 복리의 효과를 누릴 수 있다는 '돈의 세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