잘못 꼈나요? 그럼 다시 낍시다.
한 사람의 평균수명을 80년으로 치면 우리 삶은 29,200일로 이뤄져 있다. 다시 말해, 한 사람의 인생은 29,200개의 퍼즐 조각으로 완성된다. 잘못 끼워진 퍼즐 조각 하나가 다른 퍼즐로 어긋나게 할 불운을 부르고 잘 끼워진 퍼즐 조각 하나가 다른 퍼즐도 제자리로 찾게 할 행운을 부른다. 당신의 퍼즐 조각 하나는 어떤 하루인가?*
*김도윤, 럭키(북로망스, 2021년 8월)
29,200일로 이루어진 우리 인생이라니, 숫자로 보니 새삼 긴 인생이다. 벌써 반은 살아왔다. 14,600일 정도를 살아왔고 14,600일만 남은 것이다. 14,600일의 삶은 길지 않았다. 그냥 일어나 회사 혹은 학교를 갔다. 어영부영 저녁을 맞이하여 저녁을 먹고 어영부영 저녁 이후를 보내다 보면 어느새 잠을 잘 시간이었다. 그렇게 14,600일을 보냈다.
나는 빨리 늙고 싶었다. 아침에 일어나서 잠이 드는 그 순간까지 인생이 무료했다. 인생이 한참 재미있어야 할 20대에 말이다. 적당히 들어간 대학에 흥미를 느끼지 못했다. 친구관계의 필요성이 없어서 사람도 사귀지 않았다. 그래서 혼자 대학을 다녔다. 아침에 학교 근처에서 만나서 같이 학교 가자는 동기들의 말에 학교를 안 가버리는 나를 누가 친구로 맞아주리라. 내가 만든 결과였다. 아웃사이더.
나의 소망은 빨리 늙어버리는 것이었다. '눈 뜨고 났더니 손주, 손녀가 있었으면 좋겠다.'였다. 누가 나 대신 내 삶을 살아주고 난 결과물만 쏙 빼먹고 싶었나 보다. 누군가가 나 대신 어렵다는 취업을 해주고, 연애도 해주고, 결혼도 해주고 인생의 희로애락을 겪어줬으면 했다. 무기력한 나날이었다. 잘 취업할 자신도 없고 연애할 자신도 없고 결혼을 할 수 있을까 걱정했던 나날들.
그런 20대를 거쳐 인생의 반인 40대에 왔다. 내 인생의 퍼즐 조각 반이 완성되었다. 지금의 내가 20대의 나에게 위로를 전하고 싶다.
'좋은 곳에 취직하지 못하지만 사람구실 하는 곳에 취직했어. 연애를 많이 못해봤지만 좋은 남자를 만나 결혼해. 내 인생과 맞바꿀 만큼 사랑하는 자식도 낳아. 그러니 무료해하지 말고 빨리 늙을 생각하지 말고 하루하루 재미있게 살아보렴.'라고 말이다.
인생의 퍼즐이 잘 못 끼워졌다고 불안해하던 20대였으리라. 40대의 지금도 불안하지 않은 건 아니다. 노후 준비를 제대로 못하고 있는 거면 어쩌지 불안하다. 내가 아이를 잘 키우고 있나 불안하다. 하지만 20대의 나처럼 회피하려 하지 않는다. 살아보니 잘못된 퍼즐 조각은 다시 끼워 맞추면 되었다. 인생이 한 번의 실수로 결코 나락으로 가지 않는다. 다행히 많은 퍼즐조각이 남아있다. 잘못된 것은 다시 끼우면 되기도 하더라. 남들보다 느리고 잘 못 맞춰도 포기하지 않고 계속하면 기어이 완성된다. 퍼즐이란 그런 것이더라.
책에서도 '잘 끼워진 퍼즐 조각 하나가 다른 퍼즐도 제자리로 찾게 할 행운을 부른다.'라고 하지 않았던가. 우리에겐 아직 많은 퍼즐 조각이 남아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