냉동실 한 칸을 당당히 차지하던 대추.
이 대추가 우리 집에 온 지 얼마나 되었을까?
얼추 3년 이상이 되었을 거라 짐작된다.
미니멀한 집을 지향하면서 요새 드는 생각은
우리 집으로 데려온 물건들이 그 쓰임이 다하도록
해야 할 의무가 있다는 사실이다.
옷이라면 이쁘게 혹은 몸에 걸쳐
그 쓸모를 다하고,
책이라면 읽혀야 하며
음식은 사람의 입 속으로 들어가
영양분을 주어야 할 쓸모.
그 쓸모를 다하게 할 자신이 없는 것은
사거나 얻어서 가져오면 안 된다는 사실이다.
그래서 3년도 더 되게 자신의 쓸모를 기다리는
대추에게 쓸모의 권리를 다할 수 있는 기회를 주기로 했다.
오늘은 오전 내내 대추의 권리를 위해
대추칩을 만들었다.
대추를 불리고 시간을 견디지 못해 썩은 대추를
골라내고 씨를 분리 하는 작업 후,
3시간 30분의 건조 시간을 거쳐
드디어 대추가 자신의 쓸모를 찾았다.
30도의 은근한 열에서 3시간 30분 이상을 건조시켰다.대추의 쓸모를 찾아주기 위해 나와 신랑의 손가락에는 물집이 잡혔다.
'그냥 버릴까?'라는 유혹에도 맞서야 했다.
이번 일을 계기로 다신 대추를 어디서든
받아오지 않겠다는 신념도 생겼다.
그리고 그 쓸모를 다해줄 자신이 없는 것은
집으로 가지고 들어가지 않겠다는 생각도 말이다.
미니멀 라이프를 지향하면서
다시 예전으로 돌아가는 경우는
대부분 물건에 대한 욕심이다.
물건을 갖고 싶다는 욕심과 사는 습관이 결국 다시 맥시멀 리스트로 만든다.
지난 3년간의 내가 다시 도돌이표 마냥 돌아온 이유이다.
미니멀해지려면 물건을 향한 태도를
바꿔야만 비로서 될수 있는 삶의 방식이지 않을까?
필요 이상으로 많은 물건은 에너지와 시간은 물론, 결국에는 모든 것을 빼앗아간다.
나는 단순하게 살기로 했다 p41 발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