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캐나다사는 마케터 Z May 01. 2024

나도 모르게 Tip을 더 내고 있었다?

팁 문화에서 배우는 준거가격과 온라인 몰에서의 응용

보통 캐나다 식당에서 팁을 결제하는 방법은 다음과 같다.


음식을 다 먹은 후 서버에게 Bill을 요구하면 총 금액이 얼마인지 알려준다. 카드 결제인 경우 결제 직전 단말기에서 Tip을 몇 %낼 것인지(혹은 몇 달러 낼 것인지) 고르게 된다.

'고르게 된다'라고 표현한 건 실제로 Tip을 얼마를 낼지 수기로 입력한다기보다 보통 Tip의 비율이 적혀있는 3가지의 버튼 중 하나를 눌러야하기 때문.

실제 캐나다에서 물건을 구입시 단말기에 표시되는 팁 옵션


팁의 인플레이션(Tipplation)에 대해서 느끼는 불편감에 대해서야 이미 팁 문화권에서 말이 많지만, 소비자로서의 불편함을 떼놓고 보면 레스토랑들이 Tip을 더 많이 받기위해 어떤 전략을 취하고있는지 보인다.

서버가 더 친절하게 행동해서 소비자의 마음을 녹인다? 놉.

팁을 소비자 몰래 영수증에 포함시켜 결제를 한번에 이루어지게 한다? 놉.

이 이야기는 다크패턴*에 관한 이야기가 아니다.


진짜로 팁을 많이 받는 가게는 좀 더 교묘한 방법을 쓴다.

바로 준거가격과 구매효용을 통해 소비자가 팁을 아주 약간 더 내도록 유도하는 넛지에 관한 이야기다.


준거가격(referece price)이란 말 그대로 소비자가 어떤 제품이나 서비스를 평가할 때 기준으로 갖는 가격이다. 그리고 이 기준 가격은 소비자 '스스로의 기준'인 내부 준거가격과 공급자가 제공하는 '판단의 근거'인 외부 준거가격으로 나뉜다.

내부준거가격은 스스로가 세운 기준이지만 상대적이다. 또한  외부준거가격에 의해 영향을 받는다는 뜻이다. 간단한 예를 상상해보자.

'나는 붕어빵 한마리는 1,000원 보다 비싸면 안된다고 생각해!'

소비자가 마음으로 정한 이 가격이 바로 (내부)준거가격이다.

그리고 소비자는 붕어빵 리어카에 도달했을 때 사장님이 붙여둔 가격표를 보게 된다.

'오늘만 30%할인! 원래는 한마리에 1,500원. 오늘은 두마리에 2,100원.'

30%할인이라는 말은 무엇을 기준으로 하는가? 두마리에 3,000원이라는 기존의 가격이며, 기존의 가격 또한 (외부)준거가격이다.

소비자는 이 두가지 기준을 가지고 가격을 판단한다. 마음속으로는 1,000원이 넘는 붕어빵을 사지 않으려고했는데, 막상 붕어빵의 시세는 1,500원을 넘어가고 있었고, 오늘은 30%할인이니 이 정도면 살만한 것 같다...이 소비자가 '할만 하다'라고 판단하는 순간 이미 준거가격을 심리마케팅이 작용한 것이다.

(실제로 붕어빵의 기존 가격이 1,500원이었는지는 중요하지 않다.)


Tip을 받는 가게들은 준거가격의 심리효과를 팁 옵션에 적용시킨다.

그리고 재미있게도 고객이 팁을 선택하게 만드는 이 방식들은 온라인 몰에서 제품 결제전 구성을 고르는 과정과 매우 흡사하다.

마음에 드는 물건을 찾았고, 이 제품을 사긴 살건데... 어떤 구성으로 사야 가장 '잘 사는'걸까?

캐나다의 레스토랑들이 팁에 적용하는 예시와 함께 준거가격이 어떻게 사용되고있는지 살펴보자.



캐나다 레스토랑들이 팁 옵션에 적용한 넛지 4가지

1. 소비자가 선택지의 단가를 높이

(좌) / (우)

Tip을 많이 받는 가게들의 가장 대표적인 전략은 소비자가 선택할 수 있는 옵션의 가격을 높여두는 것이다. 좌측은 가장 저렴한 옵션이 15%, 가장 비싼 옵션이 20%다.

이에 대비하여 가장 저렴한 옵션이 18%, 가장 비싼 옵션이 25%로 제공되었을 때 소비자의 외부 준거가격은  제공된 옵션, 15~20%, 18~25%안에서 생성된다. 당연하게도, 전체적인 옵션의 단가를 높이면 객단가는 높아질 수밖에 없다.



2. 가격을 내림차순으로 정렬하기

(좌) / (우)


기본적으로, 소비자는 언제나 현명한 소비를 하고 싶어한다.

여기서 말하는 현명한 소비란 소비자의 기준에 따라 거래 효용(만족도)를 느끼는 소비를 말한다. 소비자의 기준에 따라 그것은 가격이 될 수도 있고, (팁 결제 기준) 관대함이나 매너 같은 사회적 시선일 수도 있다.

중요한 것은 '좋은 거래였다'고 느끼는 소비자가 많아질 때 재구매율이 높아진다는 것.


좌측의 이미지에서 팁은 오름차순으로 정렬, 우측에서 내림차순으로 정렬되어있다.

소비자의 뇌는 상단의 두개 이미지만 보더라도 이 옵션들이 어떤 방식으로 정렬되어있는지 판단할 수 있다.

준거가격은 여기에서 기능한다.

각 단말기의 외부 준거가격은 어디에 있을까? 바로 첫번째 정보다. 좌측의 단말기에서 소비자는 '비싸진다'고 느낄 것이고, 우측 단말기에서 '저렴해진다'고 느낄 것이다. 같은 10%의 팁을 내더라도 준거가격에 의해 우측에서 거래 효용이 높아지는 결과를 가져오는 것이다.



3. 소비자가 고려했으면 하는 가격을 가장 먼저 보이게하기


Tip을 내림차순으로 배열해야하는 이유는 하나 더 있다. 대다수의 소비자는 팁 옵션(상품구성)을 꼼꼼히 보지 않기 때문. 팁 옵션은 각각 3행으로 되어있지만, 실제로 소비자의 시선은 아래와 흡사해진다.

온라인 몰의 상품 구성을 살펴보는 고객도 마찬가지다.

(좌) / (우)

소비자는 당연하게 가장 아랫단에 다른 가격의 팁이 있다는 것을 인지할 수 있다.

다만, 인지할 수 있다해도 블러 처리가 된 곳의 정보는 '굳이' 자세히 봐야하는 정보다. 그러니 소비자에게 어필하고 싶은 가장 중요한 정보는 소비자의 한 눈에 들어오는 곳에 배치해야한다.



4. 준거가격의 단위를 바꾸기

팁으로는 얼마를 내야 적절할까? 팁에는 규칙도 법도 없기 때문에 팁을 얼마 낼지에 대한 판단은 오로지 사회적인 시선(외부 준거가격)과 고객 내부의 최저선(내부 준거가격)사이에서 결정된다.

보통 %로 표기되는 팁 옵션은 결제 전까지 가격을 보여주지 않는 경우가 많기 때문에 실제로 얼마를 내야하는지 판단하기 어렵다. 판단하기 어려운 문제는 소비자를 좀 더 보수적으로 만든다.

(좌) / (우)

(좌)와 (우) 이미지는 같은 가격으로 구성된 옵션들이다. 최저 가격으로 비교하더라도 18%를 더 내야한다고 할 때 드는 생각과 $1.8(약 1,800원) 정도만 더 내면 된다고 했을 때 드는 생각은 소비자에게 다른 감상을 불러일으킬 것이다.

4%나 더 내야한다면 그냥 최저 가격을 내고 말 테지만, 내가 내야 하는 가격이 고작 2천원도 안되는 돈이라면 어떨까? 오늘 참 기분이 좋았는데 400원 정도야-라고 생각할 수 있지 않겠는가?


다시 말하지만, Tip의 선택 옵션은 소비자들이 온라인몰에서 제품을 구매할 때 발생하는 고객들의 행동 패턴과 매우 흡사하다. 아니, 근본적으로 같다.

준거가격을 이용한 마케팅 전략은 최대 몇%할인, 같은 문구로 프로모션에서 소비자의 시선을 주목시키는 데(인지/유입, Awareness)에만 주로 사용된다고 생각하기 쉽지만, (그리고 실제로 인지와 유입단계에서 큰 역할을 하지만) 보다 조용한 목소리로 구매 단가를 높이는데에 주요한 역할을 한다.


실제로 필자는 온라인 몰 마케팅 담당자로서 '아주 약간 높은' 단가의 제품을 구매하게 유도하는 것만으로도 한 달 매출이 두배 이상 차이가 나는 결과를 보았다.

마케팅이 결국 사람(구매자)의 마음을 움직여야 하는 작업임을 잊지않는다면 얼마나 많은 곳에서 소비자의 지갑을 아주 조금씩 더 열 수 있는지 보이게될 것이다.


그리고 그 '조금'은 지금까지와는 다른 결과를 만들 만큼 충분히 크다.



*다크 패턴(Dark pattern) : 이득을 위해 사용자를 압박하거나 일부러 속이는 행위. 그런 UX/UI

예)무료 이용 기간이 끝나고 나서 소비자에게 알림없이(혹은 인지하지 못할 정도로 약한 알림 후)결제를 지속하게 하는 것 등

이전 01화 테슬라는 친환경 전기 자동차를 팔지 않는다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