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ostitos 캐나다 팝업 스터디케이스
지난 5월 22일-26일, 토론토 거리 한복판에 보라색 임시 건물이 들어섰다.
피렌체의 와인 창문(buchette del vino)을 닮았다는 이 건물의 이름은 ‘Tasting window’, 토르티야 스낵 부문 매출 2위 브랜드 Tostitos의 팝업 이벤트다. (출처 :https://www.statista.com/statistics/758038/unit-sales-of-the-leading-tortilla-chips-vendors/)
마케터로서 이런 특별한 오프라인 팝업을 어떻게 지나칠 수 있단 말인가? 당장 달려가봐야지.
ㅡ비록 지난 ‘움직이는’ 하이네켄 팝업은 끝내 찾아내지 못했지만.
(▶ 하이네켄의 움직이는 팝업 스토어가 궁금하다면 : https://brunch.co.kr/@ziaewithaz/57)
한국의 소비자들에게는 Tostitos(이하 토스티토스)라는 브랜드가 익숙하지 않을 수 있는데, 토스티토스는 단순하게 말하면 또띠아 과자다. 또띠아의 정확한 표기는 토르티야지만. 토르티야(칩)보다는 또띠아(칩)가, 또띠아(칩)보다는 나초칩이라고 설명하면 좀 더 익숙할 듯하다.
물론 테이스팅 윈도우에서 제공한 음식은 ‘나초칩’이 아니었다. 이번 팝업에서는 단순한 제품 홍보를 넘어 다양한 대회에서 우승을 거둔 프랑스식(食) 셰프 Susur Lee와 콜라보레이션하여 세 가지 맛의 핑거푸드를 제공하는 행사가 진행되었다. 보라색 건물에 도착하여 벨을 울리면 이탈리아 피렌체 와인 창문의 느낌이 나는, 그러나 스낵의 형태를 닮은 창문이 열리며 사진과 같은 ‘토스티토스로 만든 요리’를 내어준다. 접시를 받고 문에 있는 기부 버튼을 누르면 팝업 이벤트의 콘텐츠가 끝난다.
음식, 특히 스낵은 대체로 소비자의 무의식 속에 저관여 카테고리로 분류된다.
이는 소비자들이 음식에 대해 깊게 생각하지 않고 구매 결정을 내리는 경향이 있다는 뜻이다. 가격이 저렴하여 구매에 실패하더라도 타격이 크지 않고, 새로운 제품에 대한 시도가 쉽다. 특별히 한 스낵만을 구매한다는 목표가 없는 이상, 한 번의 테이스팅과 제품 제공, 말하자면 인지(awareness)만으로도 ‘한 번 사볼까?’ 하고 생각하게 되는 것이다. 이런 특성 때문에 많은 음식 브랜드들은 온라인 바이럴 마케팅에 집중하며, 소비자에게 쉽게 노출되기를 원하고, 제품을 구입할 수 있는 창구를 소비자에게 노출되는 콘텐츠와 바로 이어두는 방법을 택한다.
그러나 토스티토스의 팝업에는 판매 매대가 없었다. 상징적인 창문의 형태나 로고 외 제품의 노출도 벽면에 올려져 있던 단독 제품 3개가 전부였다. 소비자에게 토스티토스가 요리와 경험으로 인식되는 것 이외의 모든 정보를 차단한 것이다. 이번 토스티토스의 팝업 이벤트는 말하자면 ‘비효율적인 형태’였다. 도대체 토스티토스는 왜 이러한 컨셉의 오프라인 이벤트를 선택했을까?
팝업의 주인공, 토스티토스의 모 회사는 우리에게 굉장히 친숙한 대기업이다. 바로 펩시 콜라로 유명한 PepsiCo이기 때문. 그 아래 스낵 사업부 Frito-lay에서는 토스티토스처럼 토르티야 스낵라인인 도리토스(Doritos) 브랜드를 함께 운영하고 있다. 2023년 US 마켓 기준 토르티야 스낵 밴더 판매량은 각각 도리토스가 압도적 1위, 그 아래 토스티토스가 자리 잡고 있다. (출처 : https://www.statista.com/statistics/758038/unit-sales-of-the-leading-tortilla-chips-vendors/)
그러니 토스티토스의 이러한 전략은 같은 회사 산하의 도리토스와의 차별화를 위한 것이라고 할 수 있겠다. 도리토스는 토스티토스와 달리 더 간편하게 먹을 수 있는 스낵으로, 소비자들이 쉽게 구매 결정을 내릴 수 있다. 도리토스가 스낵 시장에서 이미 확고한 위치를 차지하고 있는 상황에서, 토스티토스가 동일한 시장을 공략하는 것은 큰 관점에서 손해일 수도 있을 것으로 보인다.
만약 그렇다면, 토스티토스는 도리토스와 확실하게 다른 컨셉을 유지할 필요가 있다. 그 결과, 토스티토스는 '경험'을 강조하며 소비자들에게 새로운 가치를 제공하게 되었을 것이다.
토스티토스의 팝업 이벤트는 분명히 재미있는 시도였다. 이탈리아 피렌체의 와인 창문 컨셉을 활용한 팝업 이벤트는 그 자체로 소비자들의 이목을 끌기에 충분했다. 건물은 눈에 띄고 화려했고, 손으로 직접 잡고 울리는 종의 효과도 재미 요소 중 하나였다.(꽤 인스타그래머블했다는 뜻이다.) 그러나 이 시도에는 성공적인 면과 아쉬운 면이 공존한다.
앞서 말했듯 음식 카테고리의 상품 군이란 일단 소비자에게 맛을 보여주기만 하면 매출 증가로 이어질 가능성이 크다. 테이스팅이 맛있다면 금상첨화. 실제 요리사와의 콜라보레이션을 통해 소비자들에게 토스티토스를 맛볼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하여 이슈를 만들었고, 테이스팅 윈도우에서 맛본 딥들은 충분히 맛있었다. 공식 인스타그램에는 딥만 따로 팔거냐는 질문이 달릴 정도로.
그러나 아쉽게도, 소비자들이 팝업 이벤트를 방문하는 과정에서 체류 시간이 너무 짧아 바이럴 효과를 기대하기 어려울 것으로 보였다. 맛있는 음식을 먹고도 즉석에서 매출로 이어질 수 없는 구조였고, 스낵의 정보는 소비자에게 충분히 노출되지 않은 것처럼 느껴졌다.
팝업 이벤트에 포함된 도네이션 요소도 아쉬운 부분 중 하나다. 그 목적이나 이유가 명확하지 않아 오히려 혼란만 남겼다. 어떤 마케팅에서도 의미는 늘 중요하지만, 소비자 언어로 ‘이유’가 전달되지 않는 활동은 결국 몰입에 방해만 될 가능성이 높아질 뿐.
토스티토스의 팝업 아이디어는 필자의 상상력을 발휘하기에 충분히 자극적이었다.
현장에서 제품을 판매하거나 최소한 판매처로 이어질 수 있을 만한 요소를 남겼더라면 어땠을까? '촬영을 할만한 공간을 더 크고 분리해 만들어서 더 많은 컨텐츠로 이어지게 할 수는 없었을까? 팝업에서 사용된 딥을 리미티드 에디션으로 판매했더라면 또 어떤 결과를 만들 수 있었을까? 혹은, 팝업에 사용된 딥의 레시피를 사람들에게 배포했다면 또 어땠을까?
다시 강조하지만, 스낵(푸드)이란 저구매 카테고리에 속해있고, 단순히 브랜드가 언급되는 것만으로도 매출향상 효과를 노릴 수 있다. 그러나 이왕 ATL( Above The Line : 전통적 4대 매체(TV,라디오,잡지,신문)를 통한 광고)이 아닌 '소비자에게 경험'을 제공할 수 있는 팝업이라면, 그 기억이 집까지 이어질 수 있는 요소들이 좀 더 정교할 수도 있었을 것이다.
(물론 마케팅은 회사의 모든 상황을 파악하고 이루어지는 것이므로 내부적으로 고려되었으나 실현되지 못한 사정이 있을 수 있다.)
해당 이벤트는 6월 밴쿠버에서 한 번 더 만나볼 수 있다. 토론토에서 얻은 인사이트를 통해 토스티토스가 소비자들에게 더욱 깊은 인상을 남길 수 있기를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