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영화 '좀비랜드'-
마르셀 프루스트의 소설 '잃어버린 시간을 찾아서'의 주인공은 어린 시절부터 좋아했던 '마들렌'을 먹으면서 회상에 잠긴다. 입안을 감도는 특유의 맛과 향기와 감촉이 마치 마법처럼 아련한 추억으로 들어가는 통로가 되어준다.
영화 '좀비랜드'는 익숙한 것이라곤 남김없이 모두 파괴가 되어버린 좀비 출몰 이후의 세상을 그리고 있다. 한 소년의 해설로 진행되는 이 영화는 소설 '잃어버린 시간을 찾아서'를 연상시킨다.
소심한 은둔형 외톨이인 주인공은 사람들이 모두 사라지고 나서야 비로소 세상 밖으로 얼굴을 내민다. 그리고 수많은 사람 속에 있었을 때나 아무도 없는 지금에도 여전히 가질 수 없는 애인과 진정한 가족에 목말라한다.
겉으로는 무심한 척 행동하지만, 소중한 아들을 잃은 슬픔을 간직하고 있는 또 한 사람. 그는 유독 '트윙키'라는 과자에 집착한다. 프루스트의 마들렌처럼 트윙키는 그가 행복했던 시절을 떠올리게 해주는 매개체로 작용한다.
그리고 살아남기 위해 아무도 믿을 수 없었던 두 자매가 등장한다. 이 소녀들의 마들렌은 바로 '퍼시픽 놀이공원'이다. 가망이 없다는 것을 알면서도 꼭 되찾고 싶었던 동심의 공간이다.
그들은 각자 이렇게 '행복한 한때'를 간직하기 위해 발버둥 친다. 그리고 그 마음을 이해할 수 있기에 매번 티격태격하면서도 그 사람만의 소중한 추억을 잃지 않도록 서로 도와준다.
깜짝 등장이긴 하지만 왕년에 잘 나가는 코미디언이었던 빌 머레이를 통해 관객들은 80년대의 추억에 잠길 수 있다. 좀비 분장을 한 모습으로 고스트버스터즈 흉내를 내는 그의 모습은 재미있기도 하면서 참 아련하다.
소중한 것들은 사라지고 나서야 비로소 그 가치를 알 수 있다. 한 평도 안 되는 놀이공원 기념품 박스 안에서 배수진을 치고 혼자 어마어마하게 많은 좀비를 막아내는 '탤러해시'의 필사적인 저항은 모든 것이 무너져도 지켜야 할 것들은 여전히 존재한다는 사실을 일깨워준다.
친해지지 않기 위해 이름이 아닌 '출신 지역'으로 서로를 부르던 그들은 고단한 여정을 함께 하면서 새로운 가족이 된다. 이들이 언제까지 함께 할 수 있을지는 아무도 모른다.
당신이 간직하고 있는 '마들렌'은 어떤 것인가? 세상에 영원한 것은 없지만 행복했던 그 순간만큼은 영원히 '마들렌' 속에 봉인되어 언제 어디서든 되살아날 것이다. 그리고 그것은 살아가는 의미가 되어줄 것이다.
주인공이 친절하게 알려주는 서바이벌 규칙과 자잘하게 등장하는 깨알 같은 유머 그리고 우디 해럴슨의 맛이 살짝 간 연기가 나름 재미있다. 엄청난 웃음을 기대하긴 무리가 있고 전체적인 느낌은 '숀 오브 데드'와 '다이어리 오브 데드'를 섞어놓은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