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월 한 달 동 내 메일함에 자주 도착한 메시지
OO님의 이력서를 열람하였습니다.
그 다음은 대체로 비슷했다.
이력서를 열람했지만 연락이 없거나,
이력서를 검토했지만 더 적합한 지원자를 뽑기로 했다는 내용이었다.
OO님과 함께 하는 방향을 진지하게 숙고했습니다만, 아쉽게도 불합격 소식을 전해드리게 되었습니다.
OO님의 서류를 현업 담당자들과 함께 리뷰하였으나 아쉽게도 기대하셨던 좋은 소식을 전해드리지 못하게 되었습니다.
익숙한 문장들이다. 처음 취업할 때도, 이전에 직장을 구할 때도 수도 없이 봐온 표현이다.
정중하고, 예의 있는 ‘불합격’ 통보다.
당신의 건승은 빌지만 우리 회사는 아니야.
요즘은 채용 공고 자체가 많이 줄었다.
특히 내가 지원할 만한 포지션은 더 적다.
공고를 하루 종일 뒤져도, 막상 클릭할 수 있는 곳은 두세 군데뿐이다.
경력직 공고엔 내 경력이 맞지 않고 신입 공고에 넣기엔 나이가 걸린다.
회사 입장에서도 마흔 가까운 신입은 부담일 거다.
차라리 어리고 말 잘 듣는 신입을 뽑는 게 편하겠지.
그게 지금 시장의 분위기고, 내가 처한 상황일 것이다.
내 연봉이 높은 편은 아니라고 생각했는데, 요즘 공고를 보면 그보다 낮은 경우가 많았다.
지금 회사 연봉보다 한참 아래인 금액이 당연하다는듯이 공고되어 있었다.
물론 대기업은 다르겠지만 중소기업/스타트업은 대부분 그러했다.
중소기업과 대기업 사이의 간극은 더 벌어진 것 같다.
공고를 보다 보면 내가 정말 취업을 원하는 건지,
그저 익숙한 선택지를 고르고 있는 건지 혼란스러워진다.
‘이 일을 내가 정말 하고 싶은가?’
‘내가 다시 회사에 들어가고 싶은 게 맞나?’
그리고 결국,
‘그렇다면 회사 밖에서 나는 돈을 벌 수 있을까?’ 질문으로 이어진다.
사실 직전에 이직할 때도 비슷한 고민을 했다.
‘지금은 내가 스스로 돈 벌 능력이 없으니 일단 회사에 다니면서 경쟁력을 키우자.’
그렇게 생각하고 들어왔는데,
그동안 나는 정말 경쟁력을 키운게 맞나? 나아진게 하나라도 있나?
‘회사에 다니고 있다’는 사실에 안주하고 있었던 건 아닐까?
이전에도 그랬고, 지금도 그렇지만 이직이 내 미래를 보장해주는 건 아니다.
회사 밖에서 살아남으려면 결국 능력이 필요한데, 그런 능력이 나에게 있는지 묻게 된다.
지금이라도 뭘 해야 하지 않을까.
무언가를 해야할 것 같은데 어떤 걸 해야 할지 모르겠다.
그리고 솔직히 말하면 지금은 준비를 해야겠다는 생각은 하지만 아무것도 시작하지 못한 채 머릿속만 복잡하다.
회사를 그만두고 자기 사업을 시작한 친구들을 보며 ‘나도 뭐라도 해야 하지 않나’는 생각을 반복하지만 그뿐이다. 부럽긴 하지만 용기는 없다.
그런데 이렇게 40대가 되고, 50대가 된다면?
그때도 똑같은 고민을 하며 메일함을 열고 있을까.
그건 정말 최악이다.
아니면, 지금보다 조금 더 단단한 상태일 수 있을까.
30대 중반인 지금이 어쩌면 40대를 준비할 수 있는 기회이지 않을까?
고민은 여전하겠지만 그때의 내가 지금처럼 막막하지 않으면 좋겠다.
그러니 뭐라도 하자!
할까 말까 할 땐 그냥 하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