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4월부터는 마음을 단단히 먹고 이직 준비를 시작했다.
지금 다니고 있는 회사는 작은 스타트업이라, 솔직히 경영상황이 좋다고 말하기 어렵다.
어떻게든 버텨보려 했지만, 회사 사정이 나아질 기미가 보이지 않으니 언제까지 이 자리에 있을 수 있을까 하는 불안이 하루에도 몇 번씩 찾아온다.
사람인, 잡코리아, 원티드, 리멤버 채용…
눈에 띄는 공고는 하나라도 놓치지 않으려고 틈날 때마다 휴대폰을 들여다봤다.
작년에도 채용 시장이 좁다고 느꼈는데 올해는 정말 더 심각하다 싶다.
내 경력과 딱 맞아떨어지는 자리는 거의 없었다.
간혹 있다 싶어도 계약직이거나 경력 3년 미만을 뽑는 경우가 대부분이었다.
문득 첫 직장생활이 떠올랐다.
그때 초봉이 3천만 원 정도였는데 지금도 초봉이 그 수준인 곳이 이렇게 많다는 게
참 씁쓸하다.
그사이 집값은 두 배가 됐고, 밥 한 끼 값도 훌쩍 올랐는데 말이다.
공고만 수십 개를 스크랩했지만 실제로 지원한 건 손에 꼽힌다.
억지로 직무와 산업을 맞춰보려 해도 ‘정말 내가 이 일을 할 수 있을까?’ 하는 생각이 가로막았다.
마음 한편엔 자꾸 자존감이 꺼져갔다.
결국 챗GPT랑 제미나이를 켰다. 내 자존감 지킴이. 칭찬해달라고 하면 무한으로 해준다.
그리고 미리 만들어둔 이력서랑 경력기술서를 불러오고 기업과 직무에 맞게 수정해 달라고 부탁했다.
아직까지는 AI가 써주는 문장은 뭔가 모르겠지만 딱 AI 답다.
그래도 흐름을 잡아주고 놓친 키워드를 찾아주는 데는 꽤 도움이 된다.
미리 역할과 상황을 정해주고 정보를 많이 줄수록 결과물이 조금씩 나아지는 것도 신기하다.
하지만 가끔은 뻔뻔하게 소설을 쓰기도 해서 마지막 확인은 꼭 다시 해야 한다.
그렇게라도 해서 몇 군데 지원서를 냈다. 하지만 마음이 가는 곳은 솔직히 하나도 없다.
이번 상반기 이직 도전은 그냥 실패로 끝난 것 같아 아쉬우면서도 한편으론 마음이 조금은 편하다.
하반기에는 더 잘할 수 있겠지? 아직은 그렇게 스스로를 달래고 있다.
가만 생각해 보면 처음 취업할 때는 어떻게 해야 할지가 분명했다.
토익 점수 올리고, 자격증 따고, 대외활동하고, 인턴 다니고.
다들 하는 코스를 따라가기만 해도 길이 있었다.
그런데 경력직이 되고 나니 정답이 사라져 버렸다.
지금과 같은 직무로 옮기자니 자리가 없고,
다른 직무로 가려니 경력이 모자라다.
신입으로 돌아가기에도 어정쩡하다.
이럴 땐 어떻게 해야 하는 걸까.
유튜브에서 ‘나만의 강점을 찾아라’고들 하지만 여전히 잘 모르겠다.
문득 이런 생각이 든다.
아직은 30대 중반이니까 이직이 가능하다고들 한다.
하지만 시간이 흐르고 40대, 50대가 되면 어떻게 될까.
물론 능력 있는 사람은 어디서든 불러주겠지만
평범한 직장인은 언제든 내 자리가 없어질 수 있겠다는 두려움이 있다.
나만 이런 걸까?
지금도 답은 없다.
그래서 그냥 이렇게라도 기록해 둔다.
혹시 나처럼 이직을 고민하고 있는 누군가가 밤늦게 공고를 들여다보다
이 글을 보게 된다면 ‘나만 이런 게 아니구나’ 하고 잠깐이라도 마음이 덜 무겁기를 바란다.
또는 비슷한 고민을 잘 극복한 분이 계시다면 어떻게 이 시기를 보냈는지 공유해 주시면 큰 힘이 될 것 같아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