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모두는 사실 창작가였다
나의 꿈은 '내 팀을 만들어서 좋아하는 일로 재미있게 일하기'이다. 여기서 말하는 좋아하는 일이 무엇인지에 대해서는 고민 중이라고 했다. 여기서 하나의 꿈을 추가해 본다면 난 '창작가'로 살고 싶다.
창작가로 살고 싶다
창작, 일상적인 단어이다. 사전에서 뜻을 찾아보니 다음과 같다. 2번의 정의처럼 흔히 창작을 생각하면 예술이 자연스럽게 떠오른다. 그렇다면 창작가의 정의를 한 번 보자. 창작의 정의와 크게 다를 것 없다.
창작
1. 방안이나 물건 따위를 처음으로 만들어 냄.
또는 그렇게 만들어 낸 방안이나 물건
2. 예술 작품을 독창적으로 지어냄. 또는 그 예술 작품.
출처 : 네이버 국어사전
정의에서는 공통적으로 예술을 포함하지만 결국 창작은 '새로운 것을 만들어 내는 것' 새로운 것을 만들어 내는 사람들은 모두 창작가라고 부를 수 있을 것이다. 꼭 예술 분야가 아니더라도 주변에는 창작을 하고 있는 사람들이 있고 우리 모두 다 창작을 한 번이라도 경험한 적이 있다.
창작가
새로운 것이나 예술 작품 따위를 창작한 사람
출처 : 네이버 국어사전
내 창작 경험에 대해 말해보자면 가장 쉽게 떠올릴 수 있는 경험은 '레고'일 것이다. 설명서를 보고 만드는 것은 창작이라고 할 수 없지만 설명서에 의존하지 않고 가진 블록들을 조합하여 내가 원하는 것을 만들어 낸 경험을 창작이라 말할 수 있다. 어릴 적 광고 전단 뒤에 그리던 그림, 박스를 이리저리 잘라서 무언가 만들어냈던 경험 모두 창작이다. 내가 유독 특이해서 창작에 가까웠던 것이 아닌 우리 모두의 모습이었으며 어릴 적 우리 모두는 창작가들이었다.
어른이 되고 나서 창작가였던 우리는 더 이상 창작과는 거리가 먼 어른이 되어간다. 성인이 되어 보니 창작을 접할 경우가 줄어들고 귀찮게 느껴졌다. 그러던 중 창작의 기쁨을 느끼게 해 준 이벤트가 하나 있었다. 2016년은 수능 준비를 해서 대학을 가야겠다는 생각을 했었고 결국 다시 일을 해야겠다 생각하여 여러모로 혼란스러운 한 해였다. 여러 단기 알바들을 하면서 시간을 보내고 있던 중 페이스북에서 한 공고를 보게 되었다. 나는 키네틱 아트 과정을 선택했고 거의 매주 판교에 나가게 되었다. 이 프로그램을 통해 미디어아트, 키네틱아트, 인터랙티브 아트에 대해 알게 되었고 기술과 예술이 합쳐진 여러 프로젝트들을 알게 되었다.
1인당 30만 원 정도의 재료비가 지원되었다. 무언가를 만들까 하다가 당시 관심을 가지고 있었던 일본의 자동인형 '카라쿠리'가 우리나라에도 있었으면 어땠을까 하는 생각이 들어 절하는 인형을 만들기로 하였다. 나름대로 가지고 있는 지식과 기술을 동원하여 구상을 하고 설계를 했지만 내가 현실적으로 실현 가능한 부분들을 피드백을 거쳐 수용하였다. 처음 머릿속으로 그린 것과는 조금 다르지만 내가 할 수 있었던 가장 최고의 방법이었다.
화질은 8년 전 영상이라 안 좋지만 동작에 대해 설명하면 이렇다.
1. 인형은 기본적으로 좌우를 두리번거리는 것을 반복한다.
2. 인형 가까이 사람이 오면 전진을 한다.
3. 인형은 일정 시간 동안 사람을 향해 허리 숙여 인사를 한다.
4. 인사가 끝난 인형은 뒤로 물러나고 1번의 순서를 반복한다.
이 프로젝트의 이름을 정하려고 고민하던 중 과천 과학 박물관을 돌다가 '라온'이라는 글자를 발견하였다. '라온'은 순우리말로 '즐거운'이라는 뜻이라고 한다. 내가 이 프로젝트를 진심으로 즐겁게 했기에 적절한 이름이라고 생각하였다. 구상과 다르게 타협을 하고 인사동에서 한복 인형을 사서 모터와 붙였다. 모터의 움직임을 제어해서 마치 인사하는 것처럼 보이게 했다. 하체는 바퀴를 달아서 이동이 용이하게 했다. 내가 직접 CAD로 설계한 아크릴판을 가공하여 모터 배치 및 배선을 하였다. 로봇 만드는 것을 좋아했지만 창작을 해본 것은 처음이라 너무 재미있었다. 이 프로젝트는 발표하며 성공적인 발표와 시연을 마쳤다. 이 프로그램 이후 무언가를 만든다는 것에 큰 재미를 느꼈다. 바로 내 로봇을 만들어보고 싶다는 생각에 아는 동생에게 내 창작 로봇을 만들겠다고 큰소리쳤지만 아직까지 보여주지 못하고 있다. 게다가 라온 프로젝트의 Ver 2.0을 내놓겠다고 생각했지만 진전은 없이 시간만 흘러갔다.
시간은 현재. 더 이상 로봇은 만들어지지 않고 있고 라온 프로젝트도 다음 버전이 나오고 있지 않는다. 다만 다른 분야의 창작이 꽃 피게 되었다. 지금 주로 하는 창작은 '글'과 관련이 많다. 블로그와 브런치를 통해 꾸준히 글을 쓰고 있으며 뉴스레터를 제작해 내가 좋아하는 영화 이야기를 좋은 동료들과 발행하고 있다. 영감 수집 스터디를 만들어 작은 커뮤니티를 만들고 영감을 기록했다. 이사를 가기 위해 책을 정리 중 책을 나눔 하면서 인터뷰를 하고 글의 형태로 발행하는 '책 나눔 커피챗'을 진행 중이다. 내 이야기가 담긴 책의 출판을 하기 위해 원고를 모으고 다시 쓰고 있으며 매거진을 만들자는 계획을 잡고 있다. 최근에는 미디어아트에 대한 관심이 다시 생겨 무언가 만들어보고 싶다는 생각도 하게 되었다.
사실 일부는 창작이라기보다 기획에 가깝다는 생각이 든다. 형태는 달라졌지만 난 창작을 싫어하지 않은 적이 없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앞으로 내가 어떤 분야에 관심을 가지느냐에 따라 창작에 형태는 달라지겠지만 어떤 순간에도 창작을 멈추고 싶지는 않다. 창작이 돈을 벌어주지는 못하더라도 계속할 것이다. 사람은 자신의 손으로 만든 것들을 사랑하게 되었다. 창작은 내 손에서 탄생한다. 사람이 창작을 한다는 것은 자신이 사랑하는 것을 하는 것이며 이는 매우 자연스러운 행동이다. 내가 두 손을 가지고 태어난 것은 무언가를 창작하기 위함이 아니었을까 싶다.
창작을 하는 삶. 창작가의 삶은 나의 또 다른 꿈이다. 지금 하고 있는 창작이 끝났다고 하여 꿈은 끝나지 않고 계속될 것이다. 나의 꿈은 한 번에 이뤄지는 것이 아닌 평생을 걸쳐서 이루는 것이라는 생각이 든다. 부족한 점이 많지만 나의 창작물이 이 세상에 남을 수 있기를 바라며 오늘도 나만의 창작을 멈추지 않는다. 다음 창작은 무엇일까 궁금해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