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학평론은 대상과 같은 매체인 문자로 이루어져 대상에 대한 적확한 발화가 가능하데 비해, 영화는 대상이 이미지이므로 평론의 도구인 문자로는 한계가 있다고 말하는 이들이 간혹 있다. 당연하게도(?) 이런 식의 이야기를 하는 사람들은 문학/국문학을 베이스로 제도적 글쓰기에 익숙한 이들이다. 그러나 영화는 문자로도 충분히 풀어낼 수 있으며 이미 다른 방식의, 훌륭한 사례들이 존재한다.
갑자기 이런 생각이 든 것은 <리볼버>를 보았기 때문이다. <리볼버>는 이미 (정말) 훌륭한 평론을 만났지만, 결국엔 영화로 풀어낼 수밖에 없는 작품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어떤 평론가는 이 영화를 "평양냉면의 깊은 맛"이라고 평했는데 이것보다 더.... 수는 없을 것이다. 문자가 아닌 다른 방식으론 이미 알렉스 콕스와 우디 알렌 등의 훌륭한 사례가 있지 않은가!... 나중에 오승욱의 열렬한 지지자인 모평론가가 시도할 것 같긴 하다.)
각종 영화적 레퍼런스로 가득 찬 이 영화의 열쇳말은 '하드보일드'와 '전도연'으로 보인다. (그래서 하드보일드와 챈들러에 일가견이 있는 모 소설가의 의견이 궁금하다. 이 영화, 분명히 봤을 텐데.) 전도연이 나오는데 예술영화처럼 개봉관 시간표가 배치되었다고 투덜 댔는데, 아트시네마 내러티브를 가지고 있었다. 역시 산업의 눈은 정확하다(?). 아무튼, <리볼버> 속 전도연의 모습은 사람들의 기억에 오랫동안 남았으면 한다. 202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