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중몽 그림책 서문
전생에 수달이 아니었을까?
물에서 노는 건 좋은데, 땅에 살아서 그런지 아직도 레인을 채 세 바퀴도 돌지 못해 호흡이 가쁘다. 새벽에 눈 비비고 일어나 수세미같은 머리와 퀭한 얼굴로 수영장으로 향한다. 늦는 날도 부지기수다. 막상 락커 키를 받아들면 가슴이 두근거린다. "물이닷!" 물을 향한 나의 사심이 이 그림책을 낳았다.
때로는 그런 날도 있다. 스물다섯의 시퍼런 지항쌤이 익숙하지 않은 영법을 시킬 땐 수영을 하는 건지, 물을 먹는 건지, 아.. 여긴 어디? 나는 누구? 존재론적인 질문을 스스로에게 던지는 그런 날. 그런 날엔 이런 노래를 떠올린다.
새벽에 수달이 눈 비비고 일어나
수영하러 왔다가 물만 먹고 가지요~
이 그림들은 운동과는 담을 쌓은 한 여자가 어느 날 갑자기 물과 사랑에 빠진 이야기다. 땅 위에서는 꾸지 못한 꿈들을 물 속에서 꾸는 이야기이다. 水中夢. 이제 당신의 손을 잡고 물 속으로 들어가 같이 꿈을 꾸련다. 자, 이제 우리는 물속이다. 당신은 다리를 쩌억 벌려 우스꽝스러운 포즈를 해봐도 되고, 숨을 걱정하지 않고 깊이깊이 탐험해 보아도 좋다. 당신의 손가락 사이를 스치는 물결이 느껴지는가? 당신을 온통 감싼 부드럽고 온화한 물의 살결이 만져지는가? 그러면,
되었다. 이제 당신은 나의 수중 꿈에 들어와 있다. 아니, 꿈속 물에 들어와 있나? 헷갈리는가? 나도 헷갈린다. 어느 쪽이라도 좋다. 그대와 나, 여기에 함께 꿈꾸고 있으니...
Thanks to...
청춘이 왜 청춘인지 핑크 깔맞춤으로 보여 주는 사려 깊은 지항쌤, 첫새벽에 웃음으로 가장 먼저 반겨주는 수영장 큰 언니(노인복지관 픽업 드라이버시다.. 그녀가 숏컷 헤어에 빨간 네일을 한 손으로 버스의 스티어링 휠을 크게 감는 상상을 한다. 짱멋지다!), 레인 걷기로 몸을 풀 때마다 하이파이브를 청하는 헤어디자이너 언니, "난 포기 안 할거야!" 소리친 담날이면 결석하는 꾀쟁이 특수학급 선생님, 예순 한 살 작은 언니.
나의 물꿈 꾸는 새벽을 함께 해주는 멋진 그들에게 이 책을 바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