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영장
8월 18일 (목) 수영장
수영장에 다녀왔다.
아침, 눈을 떴고
문득 수영장에 가야겠다! 고 생각한다. 검색을 한다. 가장 가까운 수영장의 다음 자유수영 타임은 10시부터다. 빨래를 돌리고, 티비를 켜고 또 하릴없이 시간 낭비를 한다. 빨래를 널고 수영장으로 향한다.
얼마 만의 수영장인가. 그럼에도 차 트렁크에는 언제나 수영복과 샤워가방을 매일같이 싣고 다녔다. 언제든 수영장에 갈 수 있도록.
가슴이 콩닥콩닥 두근거린다.
이젠 더 이상 떨릴 일도, 가슴 두근거릴 일도 없지 않은가 했는데, 수영도 그저 시큰둥하다고만 생각했는데,
아니었다.
사랑하는 일, 좋아하는 게 아니라 사랑하는 행위, 역시 수영이구나.
너무 설레서 기분이 이상해졌다.
뭐야, 이럴 거면서 그동안 왜 안 왔던 거야. 차로 5분, 너무도 가깝고, 시에서 운영하는 곳이라 입장료도 삼천 원밖에 안 된다. 왜 여태 안 왔을까.
샤워하고 수영복 입고 수영모를 쓰려는데 얘가 나를 놀린다. 실리콘 모자는 착 붙질 않고 이마에서 정수리로 쏙 미끄러진다. 아쯔, 오랜만이라 너도 한 번에 못 쓰는 나구나.
마침 아주머니 한 분이 나타나서 이마에 착!
붙여서 착착!
바짝 땡겨서 쓰면 착착착!
딱 쓰지!
처음엔 나한테 말씀하시는 건지 몰랐는데, 두 번째 말씀하실 때 알아듣고 웃었다. 그리고 대답했다.
아휴 오랜만에 오니 모자도 잘 안 써지네요.
들으셨나?
예전 같으면 그냥 돼 웃고 말았을 일에도 내가 한 마디 더 붙인다. 그래서 좋다. 나도 주책바가지가 되는 수영장이.
자유형으로 시작, 평형, 배영, 내 마음대로 놀아본다. 배영 발차기도 하고 오랜만에 접영도 한다. 상체, 특히 팔 근육이 많이 빠져서 팔이 제대로 올라오지 않는다. 힘들어서 레인 끝까지 못 간다. 무리하지 않으려고 한다. 너무 오랜만이니까, 또 욕심내다 질리면 안 되니까. 오늘은 25미터 레인을 열 바퀴만 돌아야지.
시원하게 운동하고 나오는데 어깻죽지며 팔이, 다리가 휘청 휘청거린다. 야~ 너 오랜만에 나를 제대로 한 번 썼구나. 각 지역의 근육들이 말을 걸어온다. 마치 너의 몸에 내가 있기나 한 걸 알았냐는 듯이.
씻는다.
앗, 아까 그분 다시 등장.
마치 몇 번이나 만난 사이처럼 나를 향해 웃는다.
나도 인사한다.
흐흐흐 안녕하세요~
그래, 이게 수영장이지. 머리 안 감으면 초면인 할머니한테 혼나고, 수영복이 껴서 안 올라가면 웬 힘센 팔뚝이 나타나 수영복 어깨를 쑥 올려주는. 그런 곳. 이상한 곳. 이상하지만 정겨운 곳. '수영하러 간다'가 아니라 '수영장에 간다'는 표현을 쓰는 건 그래서이다.
처음엔 낯설고 불편했지만, 이젠 정겹게 느껴지는 그 모든 것들.
수영장에 돌아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