명상

가장 인간적인

by 리다

아난다! 아난다!

선생님의 화난 목소리 때문에 눈이 번쩍 떠졌다. 무엇 때문에 그러실까? 처음엔 고개가 내려오지 않고 턱이 들린 명상 자세 때문이라고 생각했다. 곧 엄한 목소리가 다시 들렸다.


당신은 환상을 쫓고 있습니다!


처음에는 부끄러웠고(스무 명 남짓되는 화상 수업에서 큰 소리로 호명되며 혼났기 때문에), 다음으로는 의구심이 들었다. 나도 확신할 수 없는 나의 마음을 선생님은 어떻게 저렇게 단정 지을 수 있다는 말인가? 수치와 의혹과, 감화가 함께했던 명상 공부는 인도를 다녀온 어느 날, 역시 그저 앉아있다가 문득 이제 여기서 배울 것은 다 배웠다는 알람이 내 안에서 울려 그만두게 되었다. 끝.이라는 한 글자가 내 눈앞에 확대되어 나타났다. 그것 역시 신기한 경험이었다. 나중에 들어보니 앞서거니 뒤서거니 하며 이런저런 이유로 관두는 사람들이 꽤 있었다고 한다. 선생님이 후에 말씀하시길 본인의 성정으로 인하여 물고기들이 한두 마리씩 빠져나가는 걸 본인도 알고 있다고 했다.

선생님은 원래 서울 한복판(강남이었나?)에서 영성연구소를 하시던 분으로, 그 위세와 명망이 대단해서 행차할 때면 검은 양복을 입은 수행원들이 몇이나 따라다녔다고 했다. 말씀하시기론 어느 날 꿈을 꾸었는데, 일군의 사람들이 돌을 들고 자기를 치려고 쫓아오는 꿈을 꾸고서 강원도 산골에 작은 거처를 짓고 기거하게 되었다고 하셨다.

부와 명예를 좇고 가장 물질적인 삶을 살면서도 영성을 기웃거리는 것도 인간이고, 영성의 삶을 살면서도 그 영성으로 물질을 쫓는 것도 인간이다. 모순이면서도 그 모순이 인간을 가장 인간적으로 만든다는 생각이 들었다.

선생님을 따라 세 번째 인도를 다녀오고, 그 세 번째에는 달라이라마까지 친견하신 분이 말씀하셨다.


결국엔 자기 삶을 잘 사는 것이 중요하겠지요. 행복한 동네 슈퍼 아저씨의 삶이 최고인 듯요.


내가 가장 힘들었던 순간에 글쓰기와 그림으로 극복할 수 있게 도와준 분이 계신다. 그분이 아직 영성의 세계와 선생님과의 얽히고설킨 관계로 힘든 시간을 보내신다는 얘기를 듣고 마음이 아팠다.


그분이 원했던 건 오직 행복과 평안이었는데, 내가 본 그분은 영성의 세계를 만나기 전에 훨씬 행복해 보였다. 일종의 명현 반응 같은 거라고 지나고 나면 씻은 듯이 물질과 인간적인 감정들을 넘어선 곳으로 갈 수 있다고들 했다. 그 후로도 몇 년이 흘렀고 상황은 더 나빠졌다. 세상 어떤 조직도 물질의 받침과 인간의 조력 없이 존재할 수 없다. 영성을 추구하고 명상을 공부하는 곳에서 가장 필요한 것이 물질이고 인간의 손임을 철저히 보았다.


누군가가 영성의 세계로 들어가고자 한다면 물질이라는 대가를 지불하고 자기 시간을 희생해야 한다. 그 안에서 자기 삶과의 균형을 잘 잡아야 이생을 살면서 원하는 목적지로 한 걸음씩 다가설 수 있다. 그런 방식으로는 그 길이 너무 멀어보일지라도 인내해야 한다.


그것이 우리 시대의 보이지 않는 영성이고, 내가 본 마음 공부의 한 장면이었다.



목요일 연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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