만항재 ~ 화절령 ~ 새비재 구간 라이딩 58km 2017.8.12
임도는 항상 어렵다.
하지만 익사이팅하다.
정제되지 않은 날것의 자연을 몸으로 맞닥들이는 쾌감이 있다.
임도를 자주 다니는 건 아니지만 지금까지 임도 라이딩 중 여성 라이더를 본 적은 없다. 그만큼 여성에게는 어렵다는 반증일 것이다. 하지만 도전을 멈추고 싶진 않다. 특히 운탄고도 같은 좋은(?) 임도는 경험할수록 살아있음이 체험된다.
구름이 양탄자처럼 펼쳐져 있다는 멋진 의미의 운탄고도는 1950~60년대에는 석탄을 나르던 길로서 해발 1,000m ~ 1,200m 고도에 위치한 숲이 우거진 능선길이다. 높은 고도만큼 기온도 지상보다 선선해 여름의 더위를 잊기엔 최적의 여행지이다.
작년에 이어 올해도 임도 라이딩에 재도전했다.
58km 구간이지만 오프로드이고 업힐도 많으므로 그리 만만한 여정은 아니다.
그러나 이 여정을 가는 사람에게만 허용되는 비경과 임도 라이딩이 주는 박진감은 이 곳을 꿈꾸게 하는 매력이다.
일시 2017.8.19(토)
이동경로 서울 -> 고한역(승용차)
고한역 출발 am 7:30
만항재 도착 am 10:00
화절령 도착 pm 2:00
새비재 도착 pm 5:00
예미역 도착 pm 6:00
우리는 그리 빠르지 않은 MTB 라이더이므로 5km에 1시간을 목표했고 집에서 차로 고한역까지 이동했다. 열차로 올 수도 있으나 고한역 아침 도착이 10시 이후라 시간 안배가 힘들 수 있으므로 이번에는 간단히 차로 이동해 이른 출발을 할 수 있었다.
고한역에서 간단히 아침을 먹고 점심거리를 구입하여 7시 30분에 출발하였다.
역 주위엔 아침을 하는 식당이 많고 편의점도 많아서 든든히 아침식사를 하고 점심용으로 김밥과 샌드위치 음료수 물 비상식량 등을 적당히 구입했다.
만항재까지는 꾸준한 오르막이고 구간 구간 경사가 심해 끌바를 해야 하는 구간도 있다.
이번엔 2시간 30분 걸려 만항재를 올랐다. 작년에 비해서는 놀라운 발전이다.
작년엔 초보인 상태로 임도 라이딩에 도전했으므로 시간이 많이 걸렸다. 게다가 첫 오프로드 경험이어서 적응이 쉽지 않아 다운힐에서는 자갈에 뒷바퀴가 미끄러지기도 했고 업힐의 경우는 끌바가 잦았으나 올해는 예전보다는 수월하게 진행할 수 있었다.
만항재에서 잠시 숨고르기를 했다.
만항재 정상에는 슈퍼가 있으므로 간단한 식사와 물 등을 구입할 수 있다. 우리는 점심 먹기에는 이른 시간이므로 시원하게 아이스크림을 먹으면서 잠시 휴식을 취했다.
10시 30분부터 본격적인 운탄길 라이딩을 시작했다.
작년 11월에는 노면상태가 안 좋았는데 올해는 여름이라 그런지 정비된 느낌을 받았고 움푹 파인 곳도 드물었다. 여기서 하이원 리조트까지는 노면 상태가 원활했다. 꾸준히 업힐과 다운힐이 교차하지만 자갈이 크지 않고 길도 잘 다져져 있어서 그리 큰 어려움은 없다.
1시간에 5km 간다는 목표로 진행하던 중 일행의 자전거에 문제가 생겼다. 업힐 중 체인에 문제가 생겼는데 결국 라이딩 내내 뒷 기어는 3을 넘지 못하고 오직 앞기어로만 조절하면서도 결국은 완주를 했다. 그의 실력에 박수를..
운탄길의 매력은 능선을 구비구비 가는 여정이라 왼편으로 시야가 확 틔어지는 구간이 많다는 것이다.
그때마다 이 길을 가지 않으면 결코 볼 수 없는 비경들이 펼쳐진다. 첩첩 히 이어지는 산세들, 산허리에 걸쳐진 운무들, 과거엔 석탄을 나르던 길이라고는 하나 현재는 찾는 이가 적어 이 장엄함을 독차지할 수 있는 사치가 주어진다.
특히 여름의 운탄길은 만년설(?)의 모습을 볼 수 있는 기적도 가끔 있다.
산속 업힐의 정상. 길 사이로 보이는 흰 뭉게구름은 고된 라이딩 중의 선물...'아 , 만년설이네~!' 하는 감동 어린 착각을 불러일으킨다.
가다 보면 운탄고도답게 1177 갱도의 모습이 남아있어 잿빛 노면과 함께 과거의 고단함을 느낄 수 있다.
여기서 업힐로 조금만 더 가면 화절령이 시작된다. 화절령 구간은 힘을 빼는 업힐이 끝도 없이 이어지지만 인내심을 갖고 진행하다 보면 엄청난 다운힐이 기다리고 있다.
다운힐 시작은 갈래길부터이다. 사북 쪽으로 가면 안 되니 주의하고 노면이 거친 길을 찾아가면 된다.
다운힐 구간은 거의 페달링을 하지 않고 1시간 이상을 내려온다. 대신 길이 험해진다. 노면의 자갈이 굵어지고 길도 좁아지는 데다 나무도 무성하게 뻗어 나와 얼굴을 스칠 수 있다. 긴장을 늦추지 말아야 한다.
이 구간 중엔 좁고 질척거리며 돌이 많은 구간도 있는데 그땐 길 중간의 풀이 나있는 부분으로 가는 것도 팁이다. 양쪽 갈래길보다 상대적으로 자갈이 적고 말라있어서 라이딩이 수월하다.
이렇게 다운힐을 1시간 이상 하면 마지막 업힐 구간이 기다린다. 중간에 벌목 구간도 나오는데 작년 11월에는 노면 상태가 무척 안 좋아서 고생했으나 올해는 땅도 마르고 잘 다져져서 수월하게 지나갔다.
이렇게 마지막 힘을 내면 새비재에 도착하게 되고 운탄길 오프로드 구간은 마무리가 된다.
오프로드 길이 끝나면 태백의 고랭지 배추밭이 끝도 없이 펼쳐진다.
타임캡슐 공원까지 가서 ''내려가는 방향''이라 적힌 쪽으로 계속 내려가면 드디어 마을길을 만나게 되고 거기서부터 예미역까지는 계속 다운힐이므로 20여분이면 도착할 수 있다.
우리 일행은 고한역에 차를 주차했으므로 예미역에서 pm6:54 열차를 타고 고한역으로 이동해 여정을 마무리했다.
운탄고도.
임도 라이딩을 즐기는 MTB 라이더라면 꼭 권하고 싶은 코스이다.
오래된 길이라 잘 다져져서 덜 험하고 업다운 경사도 그리 가파르지 않아 체력 안배도 원활하다.
1시간 이상 이어지는 다운힐은 이번에 처음 경험했다. 거친 노면에 몸을 맡기고 오로지 내 자전거를 믿으며 내려오는 내내 자연에 순응하며 힘을 빼는 겸손함에 대해 생각했다.
그리고 또 한 가지 , 이 곳에서만 눈에 담을 수 있는 비경들, 천지에 깔린 야생화들, 장엄한 산을 고즈넉하게 품을 수 있는 여유로움이 있어 장시간의 라이딩 내내 살아있음과 자유로움을 맘껏 즐길 수 있었다.
혜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