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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혜람 Sep 29. 2017

여자 혼자 떠나는 북한강자전거길

북한강자전거길  운길산역 ~ 춘천역 75km   2017.9.23

여자도 혼자 떠나고 싶을 때가 있다.


친구, 가족, 밴드 모두 떠나서  오롯이 혼자이고 싶은 날이 있다.

아님 그런 것이 아니어도 함께 갈 일행과의 일정 조율이 안돼서 불가피하게 혼자일 때도 있다.

많은 여성 라이더가 일행과 함께 하지 못할 때 멀리 가는 라이딩을 망설인다.

왜일까.

이유는

첫째, 길을 몰라서

둘째, 체력과 기술의 한계 때문이다.

둘째의 이유라면 어쩔 수 없이 자신의 능력에 맞는 코스를 선정해 다녀와야 한다.

그러나 첫째의 이유라면 이야기는 달라진다. 평소에 장거리 라이딩 시 길을 꼼꼼히 기억했다 다시 가보는 것이 가장 좋고 촘촘히 설명해 주는 기사 등을 스크립트해서 다녀오는 것도 좋다.

어찌 됐든 떠나라.

이 좋은 계절에, 이 좋은 날씨에, 이 좋은 코스들을 단지 혼자라는 이유로, 단지 길을 모른다는 이유로 떠나지 못한다면 이후 같은 상황이 와도 결코 떠날 수 없다.

북한강길이나 남한강길은 항상 한강만 다니던 라이더에게는 색다른 경험이 되고 라이딩을 풍성하게 해준다.

둘 다 자전거길이므로 안전하고 길을 잃어버릴 염려도 없다.

이 시리즈는 여성 라이더가 혼자 간다는 전제에서 이야기를 시작한다.

북한강길 남한강길 모두 하루에 주파하려면 만만한 거리가 아니므로 돌아올 때는 전철을  이용하는 게 좋다. 아니면 모든 길을 다 가는 것이 아니고 중간에 합류해서 목적지까지 갔다 오는 것도 방법이다. 어쨌든 자신의 체력과 능력에 맞추어서 진정한 라이딩의 기쁨을 꼭 누려보시길 바라는 마음이다.





[북한강길 종주]


일시 : 2017.9.23(토)

경로 : 운길산역 -> 춘천역으로 이어지는 북한강 종주길 75km

자전거 :  MTB


운길산역 출발 am 8:00

대성리역 부근(17km) am 10:00

청평역 부근(25km) am10:30

상천역 부근(30km) am 11:00

가평역 부근(40km) pm 12:30

강촌역 부근(55km) pm1:40

신매대교((72km) pm 3:00

소양 2 대교(74km) pm3:30

춘천역(75km) pm3:50

총 소요시간 8시간 ( 1시간에 10km를 달렸다. 그중 조식 중식시간 및 휴식시간을 합쳐 1시간이 소요됐다 )



초보 라이더 시절 나는 가평~춘천, 삼악산 주차장~춘천 이렇게 두 차례의 라이딩 경험이 있었다. 그렇지만 운길산역에서 시작하는 북한강길 종주, 게다가 혼자 하는 종주는 처음이다. 제일 큰 걱정은 길을 잃을지도 모른다는 두려움이었다. 그렇지만 일어나지도 않은 일을 미리 걱정하지 말자는 당찬 마음으로 종주를 시작했다.


운길산역을 출발하여 내리막을 내려가면 북한강 자전거길을 알리는 표지석과 인증센터가 있다.       

마음을 단단히 하고 대장정을 시작했다.


운길산역/역에서 나와 길을 건너 자전거길 진입로로 내려간다/내려가면 광장에 북한강자전거길 표지석이 있다


출발하면 바로 물의 정원을 만난다. 물의 정원엔 꽃이 소담스레 피어있고 쉴 수 있는 의자나 그네들도 있어서 걷는 분들이 많으니 항상 조심해서 지나야 한다.


물의 정원


이 구간을 지나면 카페와 음식점들이 있는 자동차 도로 옆의 자전거길로 들어선다. 주말에는 카페로 들어가는 차들이 많아서 이 역시 주의해서 지나자. 여기를 지나면 다시 강 옆 자전거길로 들어서고 첫 번째 업힐이 나온다. 업힐 정상에는 정자와 쉴 수 있는 시설들이 있으니 잠시 쉬어도 좋다.


오르막너머 자동차길과 만난다/첫번째 업힐/업힐 정상의 정자와 쉼터


쉼터에서 내려오면 조금 후 두 번째 업힐이 있고 정상에서 내려오면 꽃가람 정원을 만난다. 안쪽으로 들어가면 조각물들이 전시되어 있는데 찾는 이들이 적어서 고즈넉하다. 조금 더 가면 CU편의점과 음식점들이 있다. 운길산역으로부터 10km 지점이다. 이 편의점은 라이더들의 쉼터 역할을 한다. 나 또한 이곳에서 가볍게 아침식사를 했다.


두번째 업힐/10km지점에서 만나는 꽃가람 정원과 편의점


10km 지점부터 아래 사진 속 터널까지 편의점이 3군데 정도 더 있으므로 라이딩에 필요한 물과 간식을 충전해야 한다. 터널지나면 편의점이 자전거길과 멀리 떨어져 있으므로 미리미리 준비해야 한다. 터널까지는 한 번의 업힐이  고 정상 부근엔 자전거 수리점도 있으니 기억해놓자. 터널이 지나면 대성리역 부근을 지나게 된다. 대성리역이 멀리 보이는 강변길을 천천히 달리면서 고즈넉함을 즐기시길.


터널전  자전거수리점/터널을 지나면 대성리역이다/대성리역부근의 풍경


대성리역을 지났다. 긴장의 시작이다. 평소 대성리역까지는 자주 왔지만 그 너머부터는 생경하기 때문이다. 그때마다 힘이 된 것은 아래 사진 상단의 '국토종주 북한강 자전거길' 푸른색 표지판이다. 서울 근교의 자전거길은 표지판이 적소에 위치해 있다. 친절히 안내해 주므로 걱정할 필요가 없다. 대성리를 지나 소나무 숲 속에 쉼터가 있다. 쉼터를 지나면 청평대교 아래에 갈림길이 나온다. 우리는 '가평 청평' 방향으로 가면 된다. 조금 더 가면 도심으로 들어가는 다리를 건너 청평역으로 향하게 된다. 다리 끝에서 자전거길 표지판을 따라 우회전하면 청평역이 나온다


 종주길 곳곳의 친절한 표지판/대성리 지나서 있는 쉼터/갈림길에서 왼편으로/갈림길이후의 자전거길/청평역가는길


청평역에 도착했다. 이후엔 중간중간에 전철을 탈 수 있으므로 컨디션이 안 좋다면 무리하지 말고 전철을 타는 것도 괜찮다. 이후 상천역 가평역 백양리역 강촌역 모두 중간 토스가 가능하다. 청평역 부근의 라이딩 길은 과거 유명 유원지였음을 말해주는 방갈로들이 마치 페허처럼 남아있다. 좁은 길에 벤치가 두 개 있다. 옛 추억을 떠올리게 하는 벤치라 잠시 앉아서 아름다왔던 시간들을 회상했다. 이후의 길은 조그만 다리도 건너고 조금 복잡하지만 우리에겐 친절한 표지판이 있다. 따라만 가면 된다. 상천역까지는 가깝다. 마을길을 가므로 가끔 차와 맞닥드리기도 한다. 사진 하단의 소박한 쉼터를 지나면 상천역이 나오고 역 부근으로 조금 들어가면 '함지박'이라는 식당이 있다. 거기서 제육볶음으로 점심식사를 했다.


청평역 진입로/추억의 벤치/ 상천역으로 가는 길/상천역 전에 위치한 쉼터


점심식사를 하니 힘이 솟았다. 20km 지점부터 지치기 시작했는데 역시 탄수화물이 힘을 솟게 한다. 완만한 언덕을 오르면 사진 중간에 보이는 터널이 나온다. 터널 안은 조명이 아름다웠다. 사진으로 남기고 싶었지만 뒤따라오는 라이더들이 많아서 담을 기약했다. 드디어 자라섬으로 유명한 가평으로 들어선다. 사진 중간의 교차로를 지나 앞에 보이는 작은 다리를 건너면 인증센터가 있다. 차도 많고 사람도 붐비지만 침착히 표지판과 바닥에 그려진 자전거길 길안내를 따라가면 길을 잃지 않는다. 특히 이 구간에서는 바닥에 색깔로 자전거길 표시가 있어 무척 도움이 된다. 이 구간을 지나면 드디어 강원도 입성을 알리는 경강교가  나온다.


가평역 가는길/조명이 멋진 터널/길을 건너 다리로 진입한다/ 가평역부근 인증센터/강원도 입성을 알리는 경강교


가평역을 지나면 왼쪽 북한강을 끼고 자전거길이 이어진다. 나무테크 길도 있고 아스팔트 길도 있다. 백양리역까지 길게 뻗어있다. 백양리역이 저 멀리 보일 때 즈음해서는 길이 좁아지고 길 양옆의 풀들이 우거져서 마주오는 라이더가 있으면 불편할 정도이다. 백양리역은 강촌 엘리시안 리조트를 위해 만들어진 역이다. 역 앞에는 어떠한 편의시설도 없다. 오직 역 안의 화장실뿐이다. 그것도 2층 역사까지 올라가야 한다. 다음의 강촌역에는 편의점과 음식점 등이 많으니 혹시 물이나 간식 보충이 필요하다면 강촌역까지 가야 한다.

 

교각아래 내리막길로 진입한다/ 아스팔트와 나무테크가 이어지는 자전거길/멀리 보이는 백양리역/백양리 지나 강촌역으로 가는 길


백양리역을 지나 강촌역에 도착했다. 출발 후 55km 지점이다. 이곳은 편의점과 음식점이 많은데 닭갈비집이 가장 많다.  간식을 보충해 잠시 휴식을 취했다. 휴식 후 바닥에 표시된 안내를 따라 좁은 다리를 지나 아래로 내려오면 오른편으로 북한강을 끼고 자전거길이 이어진다. 멀리 의암댐도 보인다. 가다 보면 삼악산 간이주차장 옆을 지나가게 되는데 작년에  그곳에 주차하고 춘천까지 왕복 라이딩을 한 경험이 있다. 춘천까지는 그림 같은 길이 이어지므로 강촌역부터 춘천까지의 왕복 라이딩도 권하고 싶다. 삼악산을 지나면 노면 상태도 한층 좋아지고 스치는 풍광도 근사하다.


강촌편의점에서 구입한 간식들/강촌역을 지나면 교각아래의 자전거길이 한참 이어잔다/의암댐이 보인다/삼악산을 지나면 확 틔인 뷰가 시원하다


시원한 강바람을 즐기다 보면 아기자기한 자전거길이 분위기 있게 이어지고 애니메이션 박물관이 나온다. 휴식할 수 있는 벤치가 많아서 강을 보면서 잠시 휴식을 하는 것도 좋다. 조금 더 가면 아름다운 테크 길이 나온다. 그리 길지는 않지만 구비구비 강과 어우러진 모습이 종주의 피로감을 싹 씻어준다. 이 길이 지나면 종주길 마지막 인증센터가 나오고 도장을 찍는 라이더들로 붐빈다. 여기서 오른쪽으로 돌아가면 신매대교가 나온다. 드디어 춘천 입성이다.


 아기자기한 자전거길/애니메이션 박물관/구비구비 아름다운 데크길/신매대교 진입전 속도계 거리/마지막 인증센터


신매대교를 건너서 우회전을 하면 바로 '자전거길'이라는 표지가 있다. 안내를 따라 우회전하면 숲이 우거진 고즈넉한 자전거길이 나온다. 숲속길을  이어지고 마침내 소양 2 대교가 나온다. 이곳을 건너서 우회전하면 그 유명한 춘천의 상징 소양강 처녀상를 만나게 되고 총 75km의 북한강 종주가 막을 내린다.  처녀상 옆에는 스카이워크도 있는데 워낙 인파로 벼서 지나치고 춘천역으로 향했다. 춘천역은 처녀상에서 직진하다가 춘천역방향 표지판이 나오면  길을 건너 10여분 직진하면 도착한다. 필자는 pm4:36 차를 탔다. 생각보다 라이더가 적어서 쉽게 자전거를 거치했다. 아시겠지만 전철의 맨 앞뒤칸에는 자전거를 거치할 수 있고 하나씩 거치대에 꽂을 수 있게 되어있으나 많은 라이더가 타므로 거치대에 기대서 차곡차곡 걸쳐 놓아야 한다.

 

춘천역으로 가는 자전거길 입구/소양2대교/소양강처녀상 및 시비/춘천역


75km의 거리를 8시간에 걸쳐 완주했다.

식사시간과 짬짬이 휴식시간 1시간을 뺀다면 10km를 1시간에 달린 것이 된다.

로드 라이더나 빠른 MTB 라이더라면 시간을 좀 더 단축될 수 있다.

중간에 길이 헷갈린 경우는 없었고 워낙 먼 거리다 보니 혹 봉크(체력이 급격히 떨어지는 현상)가 생길까 봐 틈틈이 간식을 먹었고 식사도 제대로 했다. 앞에서도 언급했지만 여성 라이더들은 체력이 안된다면 종주의 일 부분만 완성해 보는 것도 도움이 된다. 이번에는 이 구간을 다음에는 또 다른 구간을 완주해 보면 결국에는 종주도 이룰 수 있고 그 성취감은 남다를 것이다.


종주는 완주를 위해 매진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과정을 즐기는 걸 잊어서는 안 된다. 중간에 만나는 근사한 자연과 힘들어도 참고 전진하는 인내가 종주의 매력이라면 여기에 내면의 사색을 오롯이 즐길 수 있는 자유함 더해지는 것이 혼자 하는 라이딩의 진정한 맛이다.


여자 혼자의 라이딩, 생각보다 어렵지 않다. 재미있고 또한 의미 있다. 꼭 도전해 보시길.




혜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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