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혜람 Jan 09. 2018

극한 업힐의 기억  설매재와 용문산

아신역~설매재~배너미고개~용문산 정상 왕복 34km  2018.1.6


2018년 1월

겨울이지만 라이딩은 계속된다.

이불 밖은 춥지만 겨울에 어울리는 라이딩이 있다. 바로 업힐의 세계.

아침이 영하의 기온이라 할지도 낮이 영상이고 바람이 없다면 충분히 라이딩은 가능하다.

이때는 업힐에 빠져보자. 겹쳐 입은 겉옷을 나 둘 벗고 가벼운 옷차림으로 오르게 된다. 눈이 온 후에는 빙판만 조심한다면 크게 위험한 것이 없다.


한 해의 시작, 설매재를 찾았다. 수도권 업힐 구간 중 한번 와본 사람은 다시 오고 싶지 않아한다는 곳.

새해의 라이딩을 극한 업힐로 시작한다.




일시 : 2018.1.6

일정 : 아신역 ~ 설매재 ~ 설매재휴양림 ~ 배너미고개 ~ 용문산 정상~아신역  왕복 34km

자전거 MTB


아신역 am 10:00

용천 3리 버스정류장 am11:00

설매재 자연휴양림(10km) am11:50

설매재정상(배너미고개)(12km) pm12:20

용문산 정상(17km) pm 2:30

원점회기 총 6시간 소요 ( 점심과 휴식시간 2시간 포함)


이번 라이딩의 궤적
아신역에서 설매재 넘어 용문산 임도 입구까지의 지도/용문산 정상은 군부대로인해 조회가 안됨


새해의 첫 라이딩, 아신역에서 출발했다. 양평의 아침은 무척 춥다. 10시가 다 된 시간이지만 한기가 몸속까지 스며든다. 아신역에서 좌회전하여 옥천면사무소를 지나 용천리를 향한다. 가는 도중 카페에서 따뜻한 커피 한잔으로 몸을 녹이니 한결 몸이 가볍다. 용천리 방향으로 계속 직진하면 용천 3리 버스정류장이 나오고 여기서부터 서서히 오르막이 시작된다. 한번 경험한 사람은 다시 가보고 싶어 하지 않는다는 설매재의 시작이다.


아신역 출발/용천3리 버스정류장 여기부터 서서히 오르막이 시작된다


설매재 정상은 '배너미고개'라 불린다. 네이버 지도에서는 '배넘이고개'로 검색해야 나오므로 두 가지가 혼용돼서 사용되는 듯하다. 아신역에서 설매재정상까지는 약 11km, 길이는 짧지만 경사도가 상당하다. 평균적으로 10% 이상이며 구간에 따라선 20% 가 되는 곳도 있다. 특히 설매재 자연휴양림을 지나서 마지막 2km 구간은 거의 20% 를 육박하는 경사이다. 자동차도 오르려면 심한 엔진 굉음을 내며 힘겹게 오르는 구간이다. 배후령을 무정차로 올랐던 나지만 이곳에선 중간중간 끌바의 연속이었다. 설매재가 힘든 이유 중 하나는 그 엄청난 경사도 경사지만 중간중간에 숨 돌릴 구간이 없다는 점이다. 잠시 숨을 고를 수 있는 평탄한 구간의 유무가 업힐 중 얼마나 큰 힘을 발휘하는지 라이더라면 누구든지 공감할 것이다. 중간에 위치한 설매재 자연 휴양림 입구엔 간이매점이 있어서 물 등을 보급할 수 있고 간단한 간식이 가능하다.


극한 업힐의 설매재/실제보다 경사가 완만히 찍힌다


타는 듯한 허벅지의 통증과 끌바를 반복하며 설매재 정상에 도착했다. 정상'용천 4리' 표지석 앞에서 사진을 찍는 것으로 설매재 완주 기록을 남기기도 한다. 왼편으로는 유명산 임도길 입구가 있다. 아래의 사진은 작년 12월 24일 눈 오는 날의 임도길 입구이다. 이 길로 유명산 정상까지 임도 라이딩이 가능하다. 그 유명한 황톳길이 기다리고 있는 유명산 임도길에는 페러글라이딩 활공장도 있어서 겨울을 제외하고는 항상 활기가 넘친다. 정상에는 '배넘이 산장'이라 이름 붙여진 매점이 있어 간단한 요기를 할 수 있다. 특히 이 매점에 있는 진돗개가 유명산 길안내를 하는 똑똑한 강아지이다. 12월 24일 눈 오는 유명산 길로 들어섰을 때 어디선가 쏜살같이 따라와 앞장선 채 안내를 시작했던 강아지의 영민함이 기억에 있다. 산장에서 따끈한 감자전으로 요기를 하고 배너미개를 내려가 용문산 정상으로 향했다.


설매재 정상과 용천4리 표지석/매점의 안내견/유명산 임도길 입구(2017.12.24)


배너미고개를 내려가면 갈림길이 나온다. 왼편은 어비계곡길, 오른편은 공군 8145부대로 가는 길이다. 오른편 공군 부대길로 오르면 용문산 정상으로 갈 수 있다. 왼편 어비계곡길로 가면 동부 5고개와 만날 수 있다. 용문산 정상으로 가는 길은 조금 오르니 제설을 했어도 눈길이었다. 그러나 용문산의 풍경이 눈에 들어오면서  감탄스러운 아름다움이 이어졌다. 겨울 한낮, 낮게 떠 있는 태양의 약한 볕이 얼어버린 대지에  내려쬐는 숙연함있었다. 이 곳 역시 경사가 만만치 않았다. 설매재를 지나온 다리는 그 피로함을 기억했다.

드디어 용문산 정상, 쌓인 눈으로 온통 하얀 세상이었다. 공군부대가 용문산 정상의 레이더 부대인걸 그제야 알았다. 산 정상인데도 바람 한점 없이 따뜻한 날씨. 정상에는 용문산으로 내려가는 등산로와 배너미고개로 내려가는 산길도 있었다. 임도 싱글 라이더라면 배너미고개 싱글 길로 하산하는 것도 익사이팅할 거 같다.


배너미고개를 내려가 만나는 갈림길/용문산으로 오르는 업힐 풍경/용문산 정상/배너미고개로 내려가는 싱글길 입구


눈 쌓인 다운힐은 항상 조심해야 한다. 다행히 얼음판은 적었지만 눈길 내리막은 처음이라 조심스러웠다.

왔던 길을 다시 돌아 원점회기를 했다. 겨울 라이딩은 오후 3시를 기점으로 추위의 체감이 달라진다. 게다가 올 때는 업힐이었지만 돌아갈 때는 다운힐이다. 보온에 신경 쓰며 설매재의 가파른 다운힐을 하여 아신역으로 돌아가 오늘의 라이딩을 마무리했다.


새로운 한 해

아직 너무나도 부족한 라이딩 경험과 실력이지만 '일신우일신(日新又日新)'의 마음으로 부단히 도전할 것이다. 자전거가 알게 해 준 놀라운 세계, 그 환희와 벅차오르는 희열은 과연 그 끝이 어딜까.

결코 그 어떤 것도 라이딩의 걸림돌이 될 수 없다.


2018년,  나의 라이딩은 계속된다.



용문산정상에서의  눈길 다운힐


혜람

매거진의 이전글 얼어붙은 시간여행 겨울 바다 라이딩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