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토길과 억새 그리고 푸른 하늘 2019.1.26
흡사 서부의 황량함이 연상되는 모래 먼지. 무심히 널브러져 있는 굵은 돌들. 황토색의 거친 야생의 분위기. 임도 라이딩과는 또 다른 매력의 유명산을 일 년 만에 다시 찾았다.
일시 : 2019.1.26
코스: 용천리 설매재 정상 배넘이산장 옆 들머리 ~ 황토길 ~ 패러글라이딩 활공장 ~ 유명산 정상 원점회기 10km
자전거 : MTB
극한 업힐의 대명사인 설매재 정상엔 유명산 라이딩 들머리가 있다. 보통 아신역에서 출발해 설매재를 힘들게 올라 유명산으로 들어가지만 오늘은 설매재 정상 배넘이 산장 앞에 차를 세우고 바로 유명산을 향했다. 일 년 전 약간의 임도 경험밖에 없었던 나에게 유명산은 힘든 여정이었다. 물론 이번에도 만만한 코스는 아니지만 일 년이 지난 지금 조금이나마 더 여유가 생긴 것이 다행이었다.
처음은 완만하다. 돌도 그리 많지 않다. 그러나 오르다 보면 돌들이 많아지고 경사도 가팔라진다. 얼마 전 앞 체인링 중 28T짜리를 26T로 교체했다. 확실히 업힐이 수월하다. 업힐 시 기어의 갈증은 라이더라면 누구나 동감할 것이다. 2T의 위력, 생각보다 컸다. 그 덕분에 골도 깊고 돌도 많은 오르막을 무정차로 올라 첫 번째 뷰포인트까지 금세 도착했다.
이제부터 슬슬 황토길이 모습을 드러낸다. 그리고 그 위로 푸른 하늘도 펼쳐진다. 황토색과 눈이 시릴 정도의 푸르름. 둘의 극명한 대비에 흰색의 억새까지 어우러져 근사함이 배가된다. 자연이 만들어 낸 작품에 온통 마음을 빼앗긴다.
패러글라이딩 활공장까지는 세 번의 심한 업힐이 있다. 만만치 않다. 끌바도 힘들다. 그래도 실력자들은 그 언덕을 무정차로 다 오른다.
겨울이지만 패러글라이딩을 즐기는 이들이 더러 있다. 창공을 나는 것이나 자전거로 산을 누비는 것이나 둘 다 익사이팅한 경험이다. 다양하게 자연을 즐기는 모습. 이런 기회를 가질 수 있는 것은 행운이다.
유명산 정상이 가깝다. 마지막 업힐이 남았다. 여기는 아찔한 경사에 골도 깊고 돌도 많아 다들 끌바를 하는 구간이다. 힘든 끌바를 이어가다 마침내 862M 유명산 정상에 도착했다.
계곡으로 올라온 등산객 틈 사이에서 잠시 쉬고 이젠 하산이다. 오른 만큼 내려가야 한다. 황토길 다운은 업힐만큼이나 어렵다. 초보들은 천천히 힘들게 다운을 하지만 고수들은 황토 언덕 세 개를 단숨에 내려간다. 바로 옆에서 시작한 동료의 모습이 벌써 까마득하다. 나는 언제쯤 그렇게 할 수 있을지.
황토길 다운이 끝나도 내리막은 계속된다. 경사가 그리 심하지 않지만 돌은 많다. 양발을 평행으로 놓고 살짝 엉덩이를 든 채 안장을 허벅지로 조이며 내려가면 안정된 다운을 할 수 있다. 일 년 전에 비해 한결 편안하다. 조금이나마 나아진 모습에 스스로 만족한다. 이렇게 좀 더 내려가 오늘의 라이딩을 마무리한다.
유명산 라이딩은 좀 짧은 듯하지만 힘든 황토길 업다운이 여러 개 있어 결코 만만치 않은 코스이다. 그래도 산속 라이딩은 겨울이 제격이다. 산속에는 바람이 없으므로 의외로 춥지 않아 웬만한 날씨에도 라이딩이 가능하다. 겨울철 로드를 쉬는 대신 MTB로 산을 누빈다. 로드 vs MTB, 맛은 틀리지만 둘 다 재밌다. 한 달여 남은 이 겨울 MTB로 산을 찾을 수 있어 더없이 행복하다.
혜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