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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혜람 Jan 02. 2019

숨겨진 보석의 발견, 도원리 임도

강원도 고성 도원리 임도 20km 2018.12.22


저녁에
돌아갈 집이 있다는 것

힘들 때

마음속으로 생각할 사람이 있다는 것

외로울 때

혼자 부를 노래가 있다는 것

                                                - 나태주 <행복>


여기에 하나 더.

꼭꼭 숨겨져 있던 비경을 만나는 것

이 역시 또 하나의 행복.

이곳 도원리 임도가 그런 곳이다.






일시 : 2018.12.22

코스 : 강원도 고성군 토성면 도원1리 휴양지 주차장~ 임도길을 따라 20km

자전거 : MTB



강원도 최북단에 위치한 고성은 천혜의 자연환경을 가지고 있으나 접근이 쉽지 않아 알려지지 않은 곳이 의외로 많다. 지난여름, 그 엄청난 무더위를 말끔히 잊게 해 준 도원계곡을 기억하며 그때 봐 두었던 계곡 옆 임도길을 찾았다.


독특한 마을회관 건물을 지나 유일한 가게인 도원 슈퍼를 지나 계곡 휴양지로 들어선다. 여름과는 달리 얼어붙은 계곡이 또 다른 매력으로 다가온다. 도원1리 버스정류장을 지나 직진하면 휴양지 주차장이 나온다. 이곳이 임도길 들머리이다. 이곳부터 새이령(대간령)을 올라가 마산봉등 몇 개의 산을 지나 아까 보았던 도원1리 버스 정류장 옆으로 내려오는 코스이다.


도원1리 마을회관
겨울의 도원계곡


임도 들머리부터 우거진 숲으로 마음이 편해진다. 개인 사유지를 살짝 지나면 본격적 임도가 시작된다. 두 번째 안내판이 있는 삼거리까지 편히 오른다. 여기서 왼편으로 다리를 건너면 새이령 방향, 오른쪽으로 가면 원터와 굴바위 쉼터를 지나 새이령이 나온다고 쓰여있다. 오른편 원터를 지나 새이령을 오르려 길을 정했지만 조금 가니 풀이 우거져 더 이상 진행할 수 없다. 산책하시는 동네  어르신께 여쭤보니 원래 삼거리 주변에 작은 마을이 있었지만 지금은 다 떠나서 길도 없어졌다고 한다. 누군가의 삶의 터전이 시간의 흐름 속에서 사라지고 이제는 남은 흔적들이 과거를 가늠케 한다. 인생의 허무함이 이 계절만큼이나 스산함을 준다.


삼거리 안내판


없어진 길을 뒤로하고 다시 삼거리로 내려온다. 그곳에서 왼편 도원 임도교를 건너 새이령을 향했다. 꾸준히 업힐이지만 그다지 힘들진 않다. 다만 낙석지역이라 바짝 긴장을 했다. 길 군데군데에 크고 작은 낙석들이 보이고 그중엔  꽤 큰 것도 있다. 왼쪽으로는 낙석, 오른쪽으로는 낭떠러지, 길은 넓지만 조심히 진행한다. 가면서 저 멀리 산 중턱의 길들이 보였다. 설마 저기를 오를까 하고 의구심을 가졌는데....


저멀리 보이는 산 중턱 임도길


경사가 급한 헤어핀을 오르니 세 번째 안내판이 있다. 새이령이 지척이다. 대간령으로 불리기도 했던 이 고개는 진부령 미시령과 같이 동서를 연결하는 중요한 교통거점이었다. 진부령 미시령과 달리 산세가 높지 않아 물자의 왕래가 많았다고 전해진다. 그때 오고 가는 이들이 이용한 주막과 마방이 있었던 마장터, 화전민의 흔적이 이곳 도원리에 아직 남아있다. 대간령을 지나 달리다 보니 이 길은 아까 아래서 올려다본 산 중턱의 그 길. '혹시나~'가 현실이 되었다. 이곳은 마산봉이고 해발 1051m이다. 여기부터는 양지라 햇볕도 좋고 뷰도 좋다. 따뜻한 햇살 아래서 준비해 온 도시락을 맛있게 먹었다.


헤어핀 구간
세번째 안내판
햇살이 따스하고 경치도 좋은 마산봉 임도길


맛있는 점심식사 후 구비구비 산을 돈다. 저 멀리 앞산 중턱에도 임도길이 보인다. 저 길도 지나나 보다. 이미 산에 올랐으므로 심한 업다운은 없다. 즐겁게 달리다 보니 벌써 오후 2시, 겨울산은 해가 일찍 진다. 게다가 초행길이라 마음이 급해진다. 3시까지는 라이딩을 끝내야 하는데 더 이상 안내판이 없으니 남은 거리를 가늠할 수 없다. 쉬지 않고  한참을 달렸다.  저 멀리 산 아래 저수지와 휴양지 주차장이 보인다. 마음이 놓인다. 다운이 시작된다. 잔돌들이 많지만 험한 길은 아니다. 다 내려오니 도원리 버스정류소 옆이다. 시간도 잘 맞췄고 길도 좋았다. 새롭게 발견한 좋은 임도길이었다.


산아래 도원저수지가 보인다.


이 곳 도원리 임도는 임도 초보들도 그리 힘들지 않게 달릴 수 있는 코스이다. 거리도 20km 남짓이라 부담없고 잔돌은 많지만 업다운이 힘들지 않다.

이렇게 잘 알려지지 않았지만 멋진 코스를 발견할때의 쾌감이 크다.

숨겨진 보석을 찾은 느낌.

2018년의 마지막 임도 라이딩은 이렇듯 근사하게 마무리됬다.



혜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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