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도 초보도 편안할 수 있는 코스 2018.11.17
가을이 깊어진 11월의 주말, MTB를 타고 산을 찾았다.
버려야 할 것이 무엇인지를 잘 아는 자연.
아낌없이 버리고 불태우면서 생의 절정에 서는 자연.
그 안에서 너무나 미미한 존재인 우리.
그래서 산에 가면 절로 겸손해지나 보다.
일 시 : 2018.11.18
장 소 : 오안초등학교 ~ 강원도 홍전 며느리재 임도(매화산) ~ 오안초등학교 32km
소요시간 : 3시간
오랜만에 임도 라이딩을 떠난다. 더웠던 지난여름 이후 석 달만이다.
오늘은 홍천 매화산 며느리재 임도를 찾았다. 서울에서 멀리 떨어져 라이더들도 보이지 않는 고즈넉한 이 곳. 1,230m 고도이지만 구비구비 돌아가는 길 덕분에 급경사가 없는 착한 임도이다. 그래서 임도 초보도 어려움 없이 라이등을 할 수 있다.
오안초등학교에 차를 세우고 서울 양평 방향으로 44번 국도를 따라 달리다 동키 목장 방향으로 들어간다. 목장 입구가 보이면 반대편으로 이어지는 산길을 올라 며느리재 임도 들머리에 도착한다. 시작부터 길은 완만하다. 그리고 라이딩이 진행돼도 이 완만함은 계속된다.
이름이 독특한 고개이다. 시아버지와 함께 살고 있는 며느리가 시아버지와 함께 장을 다녀오던 중 이 고개에서 없어졌다. 시아버지가 애타게 찾았지만 찾지 못하고 그 이후 '며느리재'라는 이름이 붙었다는 전설이 내려오는 곳이다.
처음부터 꾸준히 올라간다. 그러나 가파르지 않다. 노면에는 돌도 적고 파인 곳도 드물다. 경치는 올라갈수록 좋아진다. 산은 이러다가도 가파르고 험한 구간이 나올 수 있으므로 긴장을 늦추지 않고 가지만 웬일인지 오늘은 계속 편한 길이다.
늦가을이 깊어가는 산속의 정경에 절로 마음이 편해진다. 그 마음처럼 산길 역시 온화하니 이보다 더 좋을 수는 없다. 구비구비 돌 때마다 감탄이 절로 나온다. 바스락 거리는 소리, 가을 향, 흙길의 푹신함, 진한 붉은빛의 늦가을은 그렇게 그 속의 모든 것을 따뜻하게 물들인다. 나도 따라 물든다.
정취에 취하다 보니 이 아름다운 코스도 막바지이다. 아쉽지만 벌써 하산길. 오프로드를 내려와 공도를 만난다. 포장도로의 편안함. 아마 산 타는 라이더들이라면 공도를 만나면서 다 똑같이 느낄지 않을까. 오안초등학교까지는 계속 다운힐이다. 신나게 내달린다. 매화산을 한 바퀴 돈 오늘의 며느리재 라이딩은 이렇게 마무리된다.
오늘의 코스는 임도 초보라도 부담 없이 산에 친숙해질 수 있는 코스이다. 낙엽을 밟으며 달리는 가을도 좋지만 눈 내린 겨울도 근사할 거 같다. 자연 속에서 자전거로 누릴 수 있는 행복. 오늘도 이 곳 며느리재에서 한껏 누리고 돌아간다.
혜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