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 B구 천장이 기울어진 꼭대기층 (상)
1년 간의 첫 자취방 계약이 끝난 뒤, 학교가 있는 B구에서 새로운 방을 구했던 일은 그보다 훨씬 더 최근의 일이지만, 이상하게도 첫 번째 방을 구하던 때만큼 생생하진 않다. 아마 처음의 강렬함, 설렘, 두려움이 1년 사이에 많이 사라졌기 때문이리라.
그래도 기억나는 것은 B구가 더 번화한 곳이었고, 학교 앞 소위 '자취촌'이 아주 오래전부터 형성된 곳이어서 방세가 더 비쌌던 것이 기억난다. 지금으로부터 거의 10년 전인데도 자그마한 풀옵션(에어컨, 세탁기, 작더라도 냉장고) 원룸은 보증금 1000에 50부터 시작했다. 그마저도 이미 살고 있는 학생이 많고 학교를 다니는 한 계속 살기 때문에 빈 방이 많지 않았다.
지하철로 한 정거장 정도 떨어지고 학교까지 걸어서 2-30분 걸리는 다른 역 앞까지도 우리 학교 학생들이 살고 있는 자취촌이 있었지만, 나는 이번에는 지난 자취방에서 자취하면서 꽤 멀리 통학하는 것의 억울함을 풀기라도 하려는 듯이 다른 어떤 조건보다도 '학교까지의 거리'에 집착했다. 학교 앞이기만 하면 계단이 많아도, 언덕 위에 있어도, 좁아도 상관없어!
그래서 나는 학교 앞 자취촌의 언덕 중에도 꼭대기(많은 학교가 그렇듯 우리 학교도 큰 언덕 지형에 지어졌고 그건 옆의 자취촌도 마찬가지였다)에 있는 빌라의 꼭대기층, 4층 빌라 원룸에 새로 계약했다. 엘리베이터는 당연히 없었다.
다른 방도 보긴 했는데, 월세가 너무 비쌌거나 기존에 살고 있던 사람의 짐이 너무 많아 좁아 보였다. 나중에는 방을 많이 보면서 살고 있는 사람의 짐이 나가고 나서의 원래 방 모습을 상상할 수 있게 되었지만, 첫 이사는 공교롭게도 신축이었고 누군가 살고 있는 방을 보니 그때는 이 사람이 이사를 나가면 방이 어떤 모습일지 쉽게 상상이 되지 않았다. 그 방의 인상보다는 '옷이 많은 방' 이런 식으로 만 머리에 남아 쉽게 마음이 가지 않았다.
그래서 뭐 체력은 나쁘지 않으니까, 하고 꼭대기의 꼭대기의 방을 골랐다. 빌라는 아마도 처음에는 한 개 혹은 두 개의 호수가 있었을 법한 방을 두세 개로 쪼개 원룸으로 만든 것이 분명해 보이는 구조였다.
이 방의 특이한 점은 따로 있었는데, 바로 방의 3분의 1 정도가 천장이 기울어진 것이었다. 정확히 말하면 기울어진 게 아니라 원래 그렇게 생긴 집이지만.
무슨 이유 때문인지는 모르겠지만 그 빌라는 옥상이 없고 천장 부분이 ㅅ자를 반으로 쪼개놓은 것처럼 생겼었다. 그리고 그 빗면이 내가 살던 호수를 지나갔기 때문에, 내 방 천장은 조금은 반으로 잘라놓은 듯한 형태였다. 그래서 그 부분이 아닌 곳에선 정상적으로 서있을 수 있었지만, 그 부분에는 똑바로 서있을 수가 없었기 때문에 그 아래에는 이불을 깔고 잠만 자는 공간으로 사용했다. 계약할 때는 별생각 없었지만 그 공간은 허리를 잘 펴지 못해 효율적으로 쓸 수 없는 다락방 공간처럼 활용했다. 하지만 이때에도 집에서 하는 활동은 거의 밥 먹기와 잠자기가 전부였고, 밥은 접이식 밥상에서 바닥에 앉아 먹었기 때문에 그건 크게 문제가 되지 않았다.
꼭대기에 있어 허벅지가 튼튼해지는 것도, 방의 일부에서는 허리를 펴고 생활할 수 없는 것도 그리 큰 문제는 아니었다. 그러나 역시 생각지도 못한 문제들이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