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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지구당 Oct 03. 2018

어제(어쩌다보니제주도) -  제주, 한 달.

어쩌다보니 제주도로 왔다. 아예.

함덕에서 나름 지대가 높은 집이다. 작은방에서는 바다가 보인다.

1.

제주도에 내려온 지 꼬박 한 달째다.

제주도에는 잘 적응하는지는 모르겠지만

적응 중이다.


2.

31살이다.

독립이 필요했다. 독립을 하고 싶었다.

가족이라는 테두리가 안정적이고 좋지만

나만의 인생을 살고 싶었다.


사실 제주도로 내려온 이유 중에 하나도 "독립"되어 나만의 인생을 살아보고 싶어서였다.


8월 31일에 제주도에 내려왔고

잠시 다른 곳에  머물다

9월 4일에 지금 집에 들어왔다.


본격적인 독립.

본격적인 자취의 시작이었다.


빛이 잘 드는 집이다.

제주 생활 동안 살게 된 집은 나름 신축건물이라 깨끗했다.

내가 오면서 계약된 집이라 아무것도 갖춰진 게 없었다.

입주 첫날, 퇴근 후 같은 사무실에 일하는 팀장님의 도움을 받아

제주 탑동 이마트에 가서 당장 씻고 잘 수 있는 용품만 간단하게 구매하고

다음날 다시 시내로 나와 이마트와 다이소에서 필요한 물건들을 샀다.


숟가락, 젓가락, 밥그릇, 국그릇, 컵, 칼, 등등등

처음 갖추다 보니 이것저것 사다 보니 카드값이 말 도 못하게 나왔지만

그런대로 집에 물건이 놓이는 과정들이 재미있었다.


와이파이 신호가 약해서 별 짓을 다했다...

이어서 인터넷으로 이것저것 주문하기 시작했다.

행거, 작은 책상, 겨울용 이불세트 등등등.

그러다가 하나 알게 된 팁.

제주도는 인터넷 주문 시 추가 배송비를 대부분 내지만

쿠팡의 로켓 배송이나 G9 사이트를 이용하면 추가 택배비 없이 주문이 가능했다.

(이미 큼지막 한건 전부 산 이후에 알게 되었다....)


이 집에서 가장 마음에 드는 건 바로 창문이었다.

내가 있는 방에는 큰 창문이 있고

맑은 날이면 일어나자마자 파란 하늘을 볼 수 있다.

특히 저 멀리 함덕의 바다가 보이는 것도 너무 좋다.

맑은날에 눈을뜨면 바로 창 밖에 하늘이 보인다. 저 멀리 바다도 보인다.

책상은 창 바로 옆에 두어

고개를 돌리면 바다가 보일 수 있게 했다.

책상에서 글을 쓰다 고개를 옆으로 돌렸다.


내가 있는 곳은 정확히

제주도 조천읍 함덕리다.

함덕리는 제주도에서 가장 아름다운 해변인 함덕 서우봉 해수욕장이 있다.

일을 하다가 무심코 바라보는 바다와 함덕 서우봉은 아직도 볼 때마다 새롭고 아름답다.


바람이 불면 부는대로 불지않으면 불지않는대로 언제나 아름다운 함덕서우봉해변

내 인생에서 가장 큰 결심이었다.

막연하게 2-3년 뒤에 제주도에 내려오고 싶었고

그 꿈을 가진 채 살다가 어쩌다 마주친 기회에 제주도에 내려왔다.

갑자기 맞이하게 된 기회에 고민도 했지만 내려오게 되었다.


사실 일은 제주도나 서울이나 크게 다르지는 않다.

여전히 바쁘고 잡부처럼 일하고 있다.

하지만 행복한 건 그런 일이 끝나고 내가 제주도에 있다는 사실 자체다.


사실 제주도의 부푼 꿈이 있었지만 내려오기 전에 모든 것을 차분히 내려놓고 왔다.

여행을 오면서 마주한 제주도와 살면서 마주하게 될 제주도는 180도 틀릴 것이라는 것을

분명히 알고 있었다.


서울라이프 보다 불편한게 많은 제주라이프이지만 제주도라는 섬은 날 위로해주는 것 같다. 그래서 더 좋다


제주도에 입도 한지 한 달 정도 되었지만

어딜 가거나 본 적이 거의 없다.

천천히 하나하나 제주도를 보고 느끼고 즐기고 싶다.

제주도에 살려고 왔지 여행하고 놀러 온 것이 아니기 때문에.


집 근처에 책방. 지나만 가봤지 들어가본 적은 없지만 조만간 가볼려고 한다.
제주도 동문시장 앞 건물 옥상의 간판. 역시 간판은 옛날 간판이 멋있다.

제주살이라는 큰 결정을 하면서

결심하고 하고 싶었던 몇 가지들이 있었다.

그것들을 하나씩 이루어 나가고 싶었다.

오래 같이 살 수 있는 식물을 키워보는 것, 한 달에 한편 정도 좋은 글을 써보는 것,

매일매일 운동해보는 것, 그 운동을 아침 새벽 조깅으로 해보는 것,

피아노를 배우면서 비틀즈 노래 몇 곡을 연주해보는 것 등등등

생각만 했던 그런 것들.

하나 씩 이뤄보고 싶었다.

이것도 서두르지 않고 있다.


제주살이의 첫 번째 스탭은 성공적인 안착이기 때문에

큰 욕심을 부리지 않고 천천히 하나씩 해보고 있다.

드라세나 콤팩타 라는 식물을 키워보기로 했다. 적당히만 신경써주면 알아서 큰다고 한다.


집 근처에 도서관이 있었다. 도서관에서 이용증을 만들고 책 몇권을 빌려 읽고 있다.



그렇게 제주도에서 한 달이 지났다.

10월이 되었다.

10월이 되자마자 쌀쌀한 가을 날씨가 찾아왔다.


여전히 천둥번개 치는 하늘을 날아다니는 비행기 같은 마음이다.

불안하며 불완전하다.

그래서 조바심이 났는데 겨우 한 달 되었던 것이라 마음이 조금 놓였다.


시간이 지나면 분명히 적응될 것 같아서 기쁘다.


출근길에 보는 어느 차고 벽에 적힌 글귀. 매일 보며 다짐하는 몇가지들이 있다.


어쩌다보니 제주도에 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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