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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한지혜 Aug 17. 2022

다정함에 대하여

다도 (2022.07)


한때는 내가 다정하지 못해서, 눈에 보이지도 않는 다정함이란 대체 무엇이며 어떻게 하면 ‘다정한 사람’이 될 수 있을지 고민했던 시기가 있었다. 그때 나에겐 방법론적인 접근이 아닌, 다정함이 묻어있는 어떤 이야기들이 필요했다.


그런 의미에서 김혼비 작가님의 『다정소감』은 훌륭한 대안이 되었다. 문장들을 정확히 기억하기는 어렵지만  책의 샛노란 커버만 봐도 마음  편이 확실히 따뜻해지는데, 주위를 세심히 살피는 시선과  한마디,  나아가    건넬  같은 따뜻한 다정함이 잔상처럼 아있기 때문이었다.  후 정혜윤 작가님의 『슬픈 세상의 기쁜 말』에서는 좀  호소 짙은 다정함을 배울 수 있었다. 참사 속에 죽어가는 이들을 보며 살아남은 사람들과 그런 이들의 가족들이 사건의  변두리에서 겨우내 말을 이어가며 같은 세상을 살아가고 있음을, 그들의 소리가 영영 묻히지 않도록 작은 끄덕임으로 응답하며 연대하는 일이 다정함의 한 결이란 것을 말이다. 결국  책에 담긴 이야기들을 통해 다정함에는 ‘타인' ‘연대' 빠질  없다는 것을 알았다.


그러고 나서 나는 한 사람에게서 다정함의 실체를 보았다. 마치 꼭 그래야 하는 것처럼, 나에게 대하듯 타인에게도 따뜻하고 다정한 사람이었다. 즉, 다정함에 차별이 없었다. 누군가 지하철 노선을 물어보면 꼭 게이트 앞까지 데려다주고, 1시간 동안 꽉 막힌 도로로 길을 잘못 든 택시 기사님에게 화 한 번 내지 않고, 반 값만 받겠다는 말을 극구 말려 제 값을 다 주고 내리는 사람이었다. 착한 심성으로 보일 수 있겠지만, 그때 그 상황 속 내가 느꼈던 그 사람의 언어와 표정, 손짓들을 보면 그건 분명 다정함이었다. 타인의 마음을 헤아리고 걱정하는, 농도 짙은 따뜻함이 확실했다.


요즘은 이 다정함의 힘에 대해 종종 생각한다. 이제는 과거가 되어 버린 그 사람이든, 무심코 지나쳤던 타인이든 주체와 형태 상관없이 다정함은 무서우리 만큼 강력해서 잘 지워지지 않기 때문이다. 세상에 있는 모든 감정이 사그라든다 해도 저 깊은 구석 다정함이란 불씨는 작게나마 영원히 살아있을 것만 같은 느낌이다. 그리고 나는 여전히 이 불씨 덕분에 살아갈 이유를 찾기도, 서늘한 씁쓸함을 느끼기도 하며 그런 사람이 되기 위해 여전히 서툰 애를 쓰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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