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물원둘레길

산책 디자이너 라니씨가 추천하는 4월의 산책코스

by 지현

과천 서울대공원


지난밤 기온도 내려가고 바람도 몹시 불어 대공원 벚꽃이 다 졌으면 어쩌나 걱정하면서 집을 나섰다. 비는 오지 않았으나 날씨는 흐리고 쌀쌀하다. 아파트 단지 내 목련, 벚꽃, 개나리들이 이틀 전만 해도 화사하게 빛났었는데 새잎이 나오면서 나무색은 변하고 떨어진 벚꽃잎들이 땅바닥에서 눈처럼 휘날리고 있다.


대공원역 지하철에서 올라가 대합실로 가니 역시 많은 사람들로 붐빈다. 대공원역은 동물원뿐만 아니라 청계산이 가까이 있어 산책객과 등산객들로 항상 복잡한 편인데 특히 벚꽃철이나 단풍철에는 더 말할 것도 없다. 오늘은 평일이고 날씨도 좋지 않은데도 사람이 꽤 많다.


대공원입구 광장부터 벚꽃길이 시작된다. 이곳에 들어서면 오래전 내가 젊은 엄마였던 시절에 아이들을 동물원이나 그 앞에 있는 놀이공원에 데려가기 위해 뙤약볕이 뜨거웠던 황량한 광장을 가로질러 걸었던 기억이 난다. 몇십 년이나 이곳을 잊고 지냈다가 이제는 어린아이들을 위한 동물원이나 서울랜드가 아니라 우리들의 산책을 위한 동물원둘레길을 찾아간다.


광장에서 동물원 가는 길 왼편에는 오래된 벚나무들이 늘어서 있어 지금 화사한 벚꽃길을 이루고 있다. 이 나무들은 예전 창경원동물원 시절에 심어졌다가 동물원과 함께 이곳으로 이전한 듯하다. 수령이 50년은 훨씬 넘어 보이는 고목들이 늘어서있다. 엊그제의 비바람에 떨어진 벚꽃잎들이 가는 길에 눈처럼 깔려있다. 그러나 현대미술관 가는 길에는 아직 한창 피어있는 꽃들이 많이 남아서 화사하고 아름다운 자태를 뽐내고 있다.


오늘은 동물원둘레길을 걸을 예정이어서 호주관 쪽 출입구로 들어간다. 전에는 동물원 매표소를 거쳐야 이 길을 갈 수 있었으나 근래에 매표소를 통과하지 않고도 산책길로 곧장 갈 수 있어 편해졌다.


산책길을 삼분의 일쯤 걸었을까? 도중에 음수대도 있고 피크닉 할 수 있는 테이블들이 마련되어 있어 여기서 가져온 점심을 즐겁게 먹는다. 점심 후 계속 걸어간 길에는 키 큰 벚나무들이 하늘을 향해 키자랑한다.


중간에 숲 속저수지샛길이라는 팻말이 보인다. 안 가본 길인데 궁금하다. 팻말 있는 곳에서 저수지까지 1.1 Km인데 소요시간 18분이란다. 왕복 최소 40분쯤 걸릴 것 같다. 그곳에 한번 가보았다는 사람들은 빼고 희망자만 몇이 올라가 보기로 한다. '와! 숲 속에 이런 저수지가 있었다니!' 그저 감탄사가 연발이다. '미니 천지 같다!' 흐린 날씨지만 바람에 저수지 일렁이는 물 위에 비친 산등성이 모습이 정말 아름답다.

새로운 길과 장소를 발견했다는 기쁨에 벅차서 내려온다. 따로 간 친구들은 벌써 들레길 출구로 나간 모양이다. 우리도 미술관옆 출구로 나가서 전철역으로 향한다. 샛길로 빠졌다 가는 바람에 평소보다 많이 걸었다. 평소에는 만보에서 만 이삼천 보 걷는데 오늘은 거의 이만 보 걸었다. 집에 돌아가는 시간도 늦어져서 자연히 단체카톡방에 보내는 사진 보고가 늦어졌다. 카톡방에서는 오늘의 사진 기다리며 궁금해하던 친구들이 오늘은 왜 사진이 안 올라오나 했단다.

(2022년 4월 14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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